장자(莊子)와 아내, 그리고 아내의 정부(情夫)는…
2008-01-04 주정훈
중국 고대사상가로 도가(道家)의 대표자인 장자가 이천년 뒤 조선의 어느 마을에 환생하게 되었다.
장자가 말하는 도(道)란 어떤 대상을 욕구하거나 사유하지 않으므로 무위(無爲)하고, 스스로 자기존재를 성립시키며 절로 움직이므로 자연(自然)하다. 그러므로 도가 있지 않은 곳이 없다했다.
환생한 장자는 건너 마을의 아리따운 처녀와 결혼도 하고 전생에 세운 자신의 사상을 실천하며 환생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살았다.
어느 따스한 봄 날, 집 앞의 화원을 거닐던 장자는 팔랑팔랑 날아다니며 꽃들을 희롱하는 나비에 정신을 빼앗겨 나비가 자신인지 자신이 나비인지 몽환적이고 모호한 경계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바람에 나부끼듯 나는 나비를 쫓아 여러 동산을 따르는데 소복차림의 여인이 갓 만든 봉분에 부채질하는 모습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뉘댁의 부인인지 모르오나 지금 봉분에 부채질하는 연유를 물어도 되겠소?”
장자가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지아비께서 졸하시며 제게 유훈(遺訓)을 남기시길 무덤에 풀이나 마르거든 그 때 개가(改嫁)하라 하여 부채질이라도 하면 행여나 풀이 빨리 마를까 해서 열심히 하는 중입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여인이 대답했다. 장자는 씁쓸한 웃음을 짓고 돌아서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장자가 부인과의 방사(房事)를 끝내고 함께 누워 낮의 일을 부인께 얘기하니, 부인은 몹시 흥분하며 그런 음탕한 년은 사지를 찢어 죽여야한다고 말했다.
“행여나 내게 변고가 생겨 죽으면 부인은 3년상이 지나서 개가 하겠구려.”
장자가 몹시 기뻐하며 넌지시 물었다.
“서방님께옵선 절 어떻게 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저 이래 뵈도 이화서당 나온 여잡니다. 자고로 열녀란 결코 두 명의 지아비를 섬기지 않는 법이지요.”
부인이 토라지며 돌아누웠다.
“부인 용서하시오. 부인을 의심해서 한 소리가 아니요.”
장자가 부드럽게 돌아누운 부인의 등을 애무하며 말했다.
장자의 부드럽고 황홀한 애무에 부인은 다시금 장자의 품에 안겨 탱탱한 유두를 비벼댔고 장자는 못이기는 척 절퍽한 음희(淫戱)로 부인을 달래야했다.
어느 날 갑자기 장자가 중병을 얻어 죽었다. 부인이 시신을 붙들고 통곡하자 마침 지나가던 훤칠한 청년이 보고 어린 동자를 데리고 들어와 연유를 물었다.
남편이 죽어도 염할 사람이 없음이 서럽고 젊디젊은 나이에 홀로 되어 운우(雲雨)의 즐거움을 다시 맛볼 수 없음이 원통해 그렇다고 얘기하니 청년이 수의를 준비하여 염을 해주었다.
사흘이 지나도 청년은 부인과 빈소를 지키며 부인을 위로하고 있었다.
“부인 내 청이 한 가지 있소?” 청년이 고인의 위패를 보며 말했다.
“무슨 청입니까?”
“부인께서 말씀하신 운우의 즐거움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떻게 하면 맛볼 수 있는지 제게 가르쳐 주실 수 있소?”
“정…정말 제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입니까?” 믿기지 않은 청년의 말에 부인은 화색이 돌며 되물었다.
청년이 미소 지으며 끄덕이자 그에게 반해있던 부인은 옆방으로 건너가 소복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의복으로 갈아입고 새 금침을 마련하여 청년을 불렀다.
청년이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보일 듯 말듯 미끈한 알몸이 드러나는 화려한 옷차림의 부인이 요염한 자태로 유혹하고 있었다.
청년이 수줍어하며 마주앉자 부인은 청년을 이끌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알몸이 되었고 준봉(峻峯)마냥 솟아오른 양물을 쥐고 자신의 옥문에 밀어 넣었다.
“이젠 공자(公子)께옵서 진퇴를 거듭해 보옵소서.” 부인이 청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청년이 서두르며 진퇴를 거듭하자 부인은 신음을 내며 음희를 조절해 나갔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쾌락에 빠져 진탕한 음희를 행하니 청년은 이름 모를 중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게 되었다.
부인이 줄초상 칠까 두려워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찾아오는 의원들은 절레절레 고개만 흔들고 돌아갈 뿐이었다.
부인이 걱정하며 밤낮으로 병간호를 하고 있는데, 청년이 데리고 다니던 어린 동자가 들어왔다.
“마님, 도련님께서 원래 가지고 있던 지병입니다. 저 병은 사람의 골을 먹으면 낳는 병이나 구할 수 없느니 목숨을 잃을 것입니다. 그러니
심려는 그만 놓으시지요. 도련님께옵서도 운우를 깨우치시고 가시게 되었으니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어린 동자가 부인을 위로하며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부인은 옮거니 하며 도끼를 들고 남편의 빈소에 들어가 관을 열고 도끼로 장자의 머리를 내려치려 했다.
그 찰나였다. 장자가 두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 무엇을 하는 것이냐며 부인을 호통쳤다.
너무 놀라 당황한 부인이 그 자리에서 실신했다.
한참 뒤에 깨어난 부인을 이끌고 안방으로 가니 청년과 동자는 사라지고 화려한 옷과 금침만 남아 있었다.
“내가 죽었으니 당신은 마땅히 소복을 입고 애통히 울고 있어야 하거늘 이 화려한 옷과 금침은 무엇이오?” 장자가 물었다.
“그…그게…저…” 부인이 머뭇거리며 대답을 주저했다.
“어서 대답을 해 보시오 부인?”
“아직 개가는 하지 않았습니다.” 장자의 재촉에 부인이 대답했다.
“뭐요?”
“내 언제 서방님께 운우를 맛보지 않겠다 약속했던 적 있습니까. 아직 개가를 하지 않았으니 드리는 말이죠.” 부인이 당돌하게 말했다.
“실은 죽어서 빈소에 든 자도 나요, 밤마다 부인과 운우를 즐긴 자도 나요, 골을 먹고 싶다고 한 자도 나요. 헌데 전에 부인은 열녀란 두 지아비를 섬길 수 없다고 하고도 죽은 남편의 머리를 도끼로 찍으려 했소. 그러면서 어찌 무덤에 부채질하던 여인을 욕할 수 있으며 어찌 그 여인이 열녀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단 말이요!”
“하오나 그 경우와 제 경우는 틀리지 않습니까.” 부인이 변명하듯 말했다.
“뭐가 틀리단 말이오?”
장자와 부인의 설전은 죽음이 두 사람을 갈라놓을 때까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녕 무엇이 옮은 것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