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6호> 사사오입식 계산법으로 통과?

2004-01-15      
“앗!”“으윽!”너무도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이정재의 부하들은 손 쓸 사이도 없이 얻어맞고 나가떨어졌다.김두한 의원은 싸움에 있어서만은 백전노장이었다. 누가 감히 그 번개같은 순발력과 민첩한 기지를 당해낼 수 있겠는가.“에이잇!”김두한 의원은 이제 휘두르던 책상을 천정에 내던졌다.“꽝!”천정에 달려있던 전구가 터지면서 폭음이 일어났다. 아마 전기가 합선된 모양이었다.그와 동시에 지하실은 순식간에 캄캄한 암흑이 되어버렸다.김두한 의원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비호처럼 날아서 지하실을 빠져나왔다.“놓치면 안된다! 쏘아라!”쓰러졌던 이정재가 울부짖듯 소리쳤다.“타앙! 탕! 타앙!”어둠 속에서 총을 난사했으나 김두한 의원은 맞지 않았다.“잡아라!”밖에서 경비를 서던 경비원들이 도망치는 김두한 의원을 발견하고 소리쳤다.어느새 풀어놓은 개들이 컹컹 짖어대며 김두한 의원의 뒤를 쫓아왔다.

“탕, 탕!”여기 저기서 총소리가 요란하게 울리고 개들이 컹컹 짖어댔다.김두한 의원은 순간적으로 위기를 느꼈다. 그는 이곳 지리를 잘 알 수 없어 어느 쪽으로 달아나야 살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산으로 가선 안돼!)무턱대고 산을 향해 뛰어가던 김두한 의원은 방향을 바꾸었다. 아까 차를 타고 올 때 얼핏 보니 강가에 마을이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마을로 가야 산다! 아무라도 사람을 만나야 산다!)김두한 의원은 이런 생각을 하며 강이 있는 곳으로 뛰어갔다.(마을로 가야 해! 사람을 만나야 살 수 있어!)김두한 의원이 방향을 바꾸자 쫓아 오던 개들도 방향을 바꾸어 맹렬히 추격해 오고 있었다.달리기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는 김두한 의원으로서도 밤눈이 밝은 개들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컹! 커엉!”개들과 김두한 의원간의 거리는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에잇!”순간 김두한 의원은 발에 걸리는 돌맹이를 주워서 개들을 향해 던졌다.

그러나 개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 추격해 왔다.(이거 큰일 났는데?)김두한 의원은 의외의 강적을 만나 쩔쩔매다시피 했다.(이럴 땐 닛본도 한 자루만 있으면 문제없는데 …)강철의 사나이 김두한 의원도 이젠 지쳐서 허덕이고 있었다.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설상가상이라고 할까, 앞은 천야만야한 낭떠러지가 있는게 아닌가.(앗! 이거 큰일났군!)좀처럼 당황할 줄 모르는 김두한 의원도 이 어이없는 운명앞에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커엉! 컹! 으릉!”김두한 의원이 멈칫거리고 있는 사이 개들은 어느새 바로 앞까지 와서 물어 뜯을듯이 으르렁거렸다.다급해진 김두한 의원은 펄쩍 뛰어 옆에 있는 소나무 위로 올라갔다. 그런데 소나무는 노송이어서 미끄럽고 위험했다.“컹! 커엉! 컹!”개들은 나무 밑까지 와서 악착스럽게 짖어대며 펄쩍펄쩍 뛰었다.

“저기다!”“놓치지 마라!”“독안에 든 쥐다!”어둠 속에서 추적해오는 사람들의 말소리가 아주 가까이 들렸다.(이젠 더 지체할 시간이 없구나.)김두한 의원은 비장한 소리로 혼자 중얼거리고는 소나무 밑을 내려다 보았다.노송은 낭떠러지 쪽으로 비스듬히 휘어져 있었고 그 밑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방법은 하나. 여기서 뛰어내리는 것이다. 죽기 아니면 살기겠지.)김두한 의원은 나무 가지에 몸을 기댄 채 옷을 한가지씩 벗기 시작했다. 윗저고리부터 바지, 신발을 벗고, 러닝셔츠와 팬티까지 벗었다.김두한 의원은 아무 것도 걸치지 않은 알몸으로 다이빙대에 선 것처럼 자세를 바로잡았다.너무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 때문에 만약을 위해 옷을 모두 벗어버린 것이다.“하나 둘 셋!”김두한 의원은 눈을 딱 감고 몸을 솟구쳤다.

어릴 때 한강에 나가서 하던 식이었다.“철썩!”낭떠러지 밑에서 둔중하고 여운이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강물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잠잠하기만 했다.김두한 의원이 정신을 차린 것은 한강줄기의 어느 물가 모래밭이었다.김두한 의원은 자기가 어떻게 이곳까지 헤엄쳐 왔는지, 그 높은 낭떠러지에서 이곳과의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김두한 의원은 흐릿한 정신 속에서도 자기를 잡으러 오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재빨리 살폈다.주위엔 아무도 없었다. 조용하기만 했다. 김두한 의원 답지 않게 공포가 밀려왔다.그는 머리를 흔들었다. 무겁고 아팠다. 손을 올려 만져보니 머리카락이 끈적끈적했다. 머리 어딘가를 부딪혀 피가 흐른 것이었다.김두한 의원은 순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정신을 추스르며 눈을 치뜨고 사방을 살펴보았다.<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