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9 회

2005-12-27      
대근의요구를 받은 마사코는 두려운 표정으로 거절했다.“절대로 안돼요. 제겐 징크스가 있어요. 생리 때 섹스를 나누면 상대가 불행해진다구요.” “불행해진다니. 도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실제로 저와 관련된 일이에요. 남자 친구가 보채서 어쩔 수 없이 관계를 맺었는데, 그 직후에 한 사람은 교통사고로 다쳐 불구가 되고, 또 한 사람은 식물인간이 됐어요. 그러니 제가 어찌 무섭지 않겠어요. 사부님 우리 이대로 자요. 그리고 며칠 후에 멋지게 섹스해요 네?” 마사코의 고백에, 창대같이 뻗치던 대근의 물건이 힘을 잃고 비실비실 쪼그라들었다. 본시 대근은 타고난 성품이 호방하고 담대했다. 따라서 여지껏 미신 따윈 믿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사코의 고백은 어디까지나 실화였다. 대근은 순간의 욕정에 눈이 멀어 반신불수가 되는 바보같은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대근은 불뚝 성난 물건을 달래려고 귀를 후벼팠다.

대근의 경험으로는 성난 물건을 수그러뜨리는덴 귀를 후비는게 최고였다. 물건이 고개를 숙이자 대근은 이불을 뒤집어쓰고 잠을 청했다. 그런데 한참 곤히 잠든 대근을 누군가 흔들어 깨웠다. 눈을 떠보니 마사코였다.“사부님. 얼른 일어나봐요. 저 소리 들리세요? 사부님 친구 정말 대단한 터프가이예요. 초저녁부터 여태까지 저 난리를 치고 있어요.”대근은 얼른 벽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잠이 덜 깬 탓일까. 돼지 멱 따는 소리같기도 하고, 고통에 울부짖는 단말마 같기도 한, 감청 불능의 괴성이 방안 가득 울려왔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귀가 따가울 지경이었다. 마사코가 질투 섞인 음성으로 말했다.“교오코의 신음소리예요.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죽으라고 소리를 지를까요. 아유 부러워. 생리만 아니라면…그런데 사부님. 사부님도 저렇게 할 수 있나요?”그 말에 대근은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가뜩이나 하고픈 걸 못해 열불이 나는 판에 마사코의 말은 한마디로 염장지르는 소리였다. 게다가 교오코의 국적불명의 신음소리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소리였다.

대근은 다시금 뻣뻣하게 고개를 드는 물건을 지긋이 누르며 내뱉었다.“그나저나 지금이 몇 시지? 어라. 창 밖에 날이 훤하게 밝았네.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강쇠 놈이 센 줄은 익히 알고 있다만, 교오코는 또 뭔가. 해도 해도 둘이 너무 한 것 아냐.”“사부님 말씀이 맞아요. 같은 여자의 입장에서 볼 때 교오코도 정말 못 말리는 여자같아요.”“그런데 마사코. 궁금한 게 있어. 일본 여자들은 교접시에 다들 교오코처럼 저렇게 소리를 크게 지르나. 난 말야. 한국 여자들은 귀가 따가울 지경은 아니었거든.”“글세요. 내 생각엔 교오코가 저러는 건 전적으로 강쇠씨 때문 같아요. 정력과 테크닉이 저렇게 탁월하니 여자가 어떻게 잠자코 입을 다물고만 있겠어요.”“알아. 그러니까 한국 최강의 변강쇠지. 내 말 뜻은 보통 경우를 묻는 거야. 마사코는 어때. 마사코도 소리가 큰 편인가.”“솔직히 말하면 저도 소리가 큰 편이죠. 일본 여자들은 대부분 성을 감추지 않고 적극적인 편이니까 신음소리에 구애받지 않고 대담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참, 꼭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요. 내 친구 중엔 소리없이 조용히 절정에 오르는 애들도 있죠.”

바로 이때 옆방에선 강쇠가 마지막 굳히기 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강쇠는 자신만의 전매특허인 ‘용 비법’으로 교오코를 압박해 들어갔다. 용 비법은 이무기가 용으로 변신해 승천할 때의 동작을 강쇠가 고심 끝에 연구 개발한 것으로, 실전 적용시 어떤 여자든 비명을 지르지 않은 여자가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용 비법을 쓰자마자 교오코가 절규에 가까운 비명을 질렀다. 이를 놓칠세라 강쇠는 최후의 승부수로 ‘백호 비상’을 펼쳤다. ‘백호 비상’은 영물 중의 영물 백호랑이가 교접시 행하는 동작을 본뜬 것으로, 너무 강한 자극이 우려될만큼 고난도의 비법이었다. 과연 백호가 포효하고 비상을 시작하자, 교오코는 대항하다 말고 그만 까무룩히 혼절해버렸다. 축 늘어진 교오코를 내려다보며 강쇠는 비로소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장장 열 시간에 걸친 대접전이었다. 전쟁의 끝이 그러하듯 죽음과도 같은 정적이 찾아왔다. 이윽고 교오코가 감았던 눈을 떴다. 교오코의 얼굴 가득 생기가 넘쳐 흘렀다. 교오코는 무한한 존경심이 어린 눈으로 강쇠를 우러러보며 말했다.

“강쇠씨. 감사해요. 어쩌면 이렇게 몸이 가쁜할 수가 있을까요. 섹스가 우리 인간의 생을 풍요롭게 한다는 말이 정말 실감이 되는군요. 대단해요 강쇠씨. 정말 완벽했어요. 앞으로 강쇠씨를 저의 증조부님처럼 존경하며 평생의 은인으로 받들겠어요.”“평생의 은인? 뭐 그렇게까지야. 난 그저 교오코가 일본 최고의 명기인지 아닌지 확인하고싶었을 뿐이야. 내 꿈은 더 아득히 높고 원대한 곳에 있어. 그러니까 교오코는 내가 넘어야 할 산봉우리 가운데 하나였던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니?” 강쇠의 말을 듣자마자, 교오코는 흥건히 젖은 몸을 벌떡 일으켰다.“강쇠씨.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넘어야 할 산봉우리 가운데 하나가 나였다니, 그렇담 이제부턴 다른 여자와? 그리고 나랑은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건가요?”“솔직히 말하자면 그래. 내겐 꼭 해야 할 일이 있어. 그래서 교오코가 날 평생의 은인으로 떠받든다고 해도 난 교오코 곁에 머물 수가 없어.”폭탄같은 선언에 교오코는 넋을 잃고 망연히 강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북받쳐오르는 격정을 참지 못하고 흐느껴 울고 말았다.“흑흑 정말 너무하세요 강쇠씨. 이제야 진정한 남자를 만나 내 방황이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이렇게 섹스의 기쁨을 가르쳐 주자마자 굿바이라니, 저더러 어쩌란 말이에요.”

“잘 찾아봐. 인구가 1억명이 넘는 큰 나라에 설마 교오코를 만족시켜줄 남자 하나 없으려고. 안 그래?”“아니에요. 이 일본 땅에선 감히 저를 항복시킬 남자는 없어요. 설령 비슷한 남자가 있다 해도 강쇠씨같이 완벽한 남자는 없을 거예요. 아, 정말 허무해요. 강쇠씨. 도대체 날 떠나려는 이유가 뭐죠?”“말했잖아. 명기를 찾기 위해서라고.”“아냐. 명기 어쩌고 하는 건 순전히 핑계야. 강쇠씨는 한 여자로는 도저히 만족할 수 없어 눈에 불을 켜고 이 여자 저 여자 찾아다니는 지독한 바람둥이야. 그것도 국제적인 카사노바야. 그렇죠. 맞죠?”교오코가 이대로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세차게 따지고 들자, 강쇠가 정색을 하며 말했다.“잘못 알았어 교오코. 난 결코 카사노바가 아니야. 내가 새파랗게 젊은 이 나이에 돈벌이까지 다 접어두고, 이 길에 뛰어든 건 순전히 우리 집안의 내력 때문이야. 조상님의 한을 풀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이라구.”

“조상님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말이죠?”휘둥그레 큰 눈으로 쳐다보는 교오코에게 강쇠는 자기 집안의 내력을 설명해주었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 일찍 작고하셨어. 철든 후에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일기장을 보게 됐지. 그 일기장에 아버지는 3대에 걸친 집안의 한을 기록해두었는데, 그게 모두 명기와 관련된 일이야. 그러니까 내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그 한이 시작됐어.”일기에 따르면, 강쇠의 증조모는 절세가인이었다. 그 미모가 얼마나 아름다웠던지 소문을 들은 총각들이 얼굴이라도 한번 보고자 사방에서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숱한 경쟁자를 헤치고 운좋게 증조모의 신랑이 된 증조부는 설레는 마음으로 첫날 밤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게 어찌된 일인가. 마땅히 험난해야 할 신부의 그곳이 남대문처럼 휑하니 열려 있는게 아닌가. 그런데 정작 문제는 그 다음에 발생했다. 열린 문을 들어서자, 이번엔 허허벌판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