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명기 편 | 제 33 회

2006-07-07      
스위트룸 은 전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침대며 집기가 호사스럽기 그지없었다. 지배인이 물러가자, 강쇠가 의혹이 담긴 시선으로 사사코를 추궁하듯 물었다. “으음… 도대체 돈이 얼마나 많기에 이런 방을 쓰겠다는 거야. 이러다가 다른 사내들처럼 나도 사사코를 어쩌지 못하면 헛돈만 날릴 텐데.” “호호 돈 걱정은 마시고 저나 어떻게 잘해볼 궁리를 하세요. 그리고 이런 말은 하지 않으려 했는데, 자꾸 신경을 쓰니까 얘기해 드릴게요. 저의 집은 가고시마에서도 셋째 손가락 안에 드는 갑부 집안이에요. 그러니 자질구레한 건 신경 끄고 자 이쪽으로 오세요.” 사사코는 강쇠를 창가로 데리고 갔다. 멀리 도쿄 시내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마치 경쟁하듯 빽빽이 들어선 고층빌딩의 숲에서 반짝이는 불빛들이 도쿄의 밤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그 너머로는 크고 작은 건물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저 속에서 부부 혹은 연인들이 저마다 짝짓기에 열중하고 있을 거였다. 그랬다가 짝짓기에 실패하면 성질을 부리고, 만족하면 행복한 표정으로 사랑의 밀어를 속삭일 것이었다. 아! 진정 남녀간의 교합은 야누스의 얼굴이자, 영원히 풀지 못하는 숙제 같은 것인가. 강쇠가 야경에 취해 제법 센티멘털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사사코가 술잔을 가져왔다. “무슨 생각을 그리 심각하게 하세요. 이건 프랑스산 오리지널 백포도주예요. 멋지게 건배하고 저를 화끈하게 뚫어주세요.” 강쇠는 혀끝으로 살짝 술잔을 훔쳤다. 과연 포도주 맛은 은근하면서도 깊은 향이 일품이었다. 사사코가 잔을 찰랑 하고 부딪쳐 왔다. 은은한 조명 아래 긴 생머리를 한 사사코의 표정은 너무나 고혹적이었다. 게다가 모델 뺨치는 늘씬한 몸매라니, 강쇠는 흥분이 고조됨을 느끼며 사사코에게 성큼 다가섰다. 이어 허리를 끌어안자, 사사코가 수줍은 듯 고개를 강쇠의 가슴에 묻었다. 사사코의 허리는 놀랄 만큼 나긋했고 가늘었다.

맞닿은 가슴에서 느껴지는 유방의 볼륨도 탱탱한 것이 신체 어느 곳 하나 부실한 곳이 없는 듯 보였다. “헛 그거 참. 이렇듯 완벽한 몸매인데 어찌해서 그곳만이 문제란 말인가.” 강쇠는 탄식하는 일방 사사코의 옷을 한꺼풀씩 벗겨나갔다. 사사코는 초야를 맞은 신부처럼 부끄러워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협조를 아끼지 않았다. 이윽고 완전히 무장 해제시킨 강쇠는 육안으로 자세히 살피고자 깊은 곳으로 눈을 들이댔다. 그런데 어둑하니 잘 보이지가 않았다. 강쇠는 침대 머리맡의 스위치를 찾아 손을 뻗었다. 분위기에 약한 여자들이 환한 건 싫어한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성공적인 임무 수행을 위해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아니나다를까, 불을 환하게 밝히자마자, 사사코가 기겁을 하며 움츠러들었다. “왜 그래요 선생님. 그냥 불을 끄고 하면 안될까요.” “나도 그러고 싶은데, 사사코가 어떤 왜곡된 구조를 가졌는지, 그것부터 알아야겠다 싶어서. 조금만 참아줘.” “싫어요. 저 부끄럽단 말예요.” 사사코는 강쇠의 신체검사를 거부했다. 뜻밖이라 여겨질 만큼 거부 동작은 완강했다.

순간 강쇠의 뇌리에 의구심이 스쳤다. 부탁하는 입장에서 사사코의 그런 태도는 뭔가 숨기려는 게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강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이때 사사코가 강쇠의 거북이를 향해 손을 뻗으며 적극적으로 파고들었다.‘그래, 사사코가 아직 처녀의 몸이다 보니 그래서 그럴 거야.’ 강쇠가 그렇게 생각하며 사사코를 아기 다루듯 조심스럽게 애무하기 시작했다. 애무도 지극하면 무아지경에 도달할 수 있는 걸까. 강쇠의 정성어린 애무에 사사코는 바야흐로 그 지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강쇠가 그토록 끈질기고 길게 애무를 한 것은 어디까지나 본 게임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한 사전 정지 작업이었다.이윽고 사사코가 연방 가쁜 숨을 토하자, 강쇠는 때가 무르익었음을 깨달았다. 한데 문제는 거북이의 자세였다. 애시당초 강쇠가 염두에 두었던 방중술은 약입강출(弱入强出)의 비법이었다.

왜냐면 사사코의 그곳이 워낙 철옹성이다 보니, 달리 방법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거북이는 머리를 연방 짓찧으며 제 갈 길을 가기에 바빴다. 거북이는 주인 허락도 없이 미인의 둥지를 향해 성난 황소처럼 달려들고 있었다. 강쇠는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본시 성정이 그런 것을 야단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거북이의 자율의사에 맡길 수도 없었다. 짐작컨대 뭇 사내들이 입성에 실패한 까닭은 뭐니뭐니해도 성문이 좁고 굳건한 탓일 터. 물건이 크면 클수록 오히려 방해가 될 게 뻔해 보였다. 그래서 생각했던 것이 ‘약입강출’ 작전이었다. 거북이의 몸체를 작고 부드럽게 만들어 어떻게든 성문을 연 뒤에 본격적으로 공략할 작정이었던 거였다.강쇠는 고심 끝에 우선 성난 거북이를 달래는 데 주력했다. 거북이는 그러나 황소고집이었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 뭔 소리냐는 듯 천방지축 날뛰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사사코가 허리를 비틀며 거북이의 입성을 재촉했다.

하지만 강쇠는 부화뇌동하지 않았다. 쳐들어갈 때와 머물러야 할 때를 잘 분간하는 것도 변강쇠가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 중의 하나란 사실을 알고 있기에.마침내 거북이가 제 풀에 지쳐 고개를 숙이려는 기미를 보이자 강쇠는 재빨리 성문 돌파를 시도했다. 한데 이게 웬일인가. 이리저리 거북이가 머리를 디밀어도 굳게 닫힌 성문은 꿈쩍도 하지 않는 게 아닌가. 아니, 성문이 어디 있는지조차 오리무중이었다.강쇠는 당황했다. ‘기이한 노릇이군. 세상에 이럴 수가 있나. 이곳인 듯싶으면 아니고, 저곳인 듯싶어도 아니니 이 무슨 요지경 속이란 말인가.’강쇠는 신음을 내뱉듯 중얼거리며 계속 탐색했다. 그러나 역시 찾을 길이 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덧 강쇠의 이마에 진땀이 솟았다. 실패를 거듭하자 낌새를 차린 듯 사사코가 불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생님, 어떻게…. 잘 안되시나 보죠?”“아니. 조금만 더 기다려봐. 잠시 헷갈려서 그래.” 강쇠는 대충 얼버무렸으나 속으론 쩔쩔매고 있었다.

문짝이 어디 달렸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다니 스스로 생각해도 변강쇠 체면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한참을 헤매던 강쇠는 한순간 부아가 치밀었다.“뭐야. 이건 아예 문짝 자체가 없잖아!” 강쇠는 선언하듯 소리치며 벌떡 상체를 일으켰다. 이어 침상 스탠드의 불을 확 켰다. 그리곤 사사코가 미처 가릴 틈을 주지 않고 총알같이 문짝에 대한 압수 수색을 실시했다. 다음 순간 강쇠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허걱! 실로 기절초풍할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강쇠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아아…이, 이것은…. 말로만 듣던… 바로 그…. 가루지기?”그랬다. 사사코의 그곳은 단순히 왜곡된 차원을 넘어 전설적으로 구전돼오던 바로 그 가루지기 구조였던 것이다. 강쇠가 경악을 금치 못한 채 망연자실 바라보고만 있자 사사코가 고개를 푹 떨구며 털어놨다. “죄송해요 선생님. 미리 말씀을 드렸어야 하는 건데.”“그 그래. 진작에 말을 했으면 내가 헤매지는 않았을 것 아냐.” 강쇠가 엉겁결에 추궁하듯 말하자 사사코가 울먹이며 대답했다.

“정말 미안해요. 사실대로 말하면 저를 피할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속였어요. 아…기대했던 선생님마저 실패를 하셨으니 이제 저는 어쩌면 좋아요. 흐흐흑….”사사코는 비감어린 표정으로 흐느꼈다. 강쇠는 어쩐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해 사사코. 그런데 이런 건 구조조정이 안되나. 의사한테 보여 봤니?”“네. 성형외과 여러 곳을 갔었는데 다들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더군요. 오히려 어떻게든 고쳐볼 생각은커녕 연구대상이라며 저를 희귀한 모르모트 취급했어요.”“흠 그랬었군. 하지만 사사코. 아직 낙담하긴 일러. 내가 실패한 건 사사코가 가루지기란 사실을 미처 모르고 엉뚱한 곳을 배회한 데 있었어. 이제 정체를 파악했으니 다시 한번 도전해보자구.”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