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숨겨진 심리학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알려주는 설득과 협상의 비밀
2011-04-18 기자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연쇄살인, 엽기범죄 등 각종 범죄와 살인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해내는 대한민국 최고의 프로파일러 표창원 교수의 ‘숨겨진 심리학’을 발췌·요약했다.
1976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베트남 평화회담은 자리 배치를 둘러싸고 무려 8개월 동안 논쟁을 벌인 사건으로 유명하다.
원인은 사이공 정부 대표와 베트남 민족해방전선 대표가 서로 마주 앉아 회담하기를 거부한 데 있다. 오랜 시간 의견을 조율한 끝에 결국 회담에서 원형 테이블을 사용하는 것으로 문제는 해결됐다. 원형 테이블은 상하 구분이 불가능해 그 자체만으로 동등한 위치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리는 서로에 대한 위치를 암묵적으로 내포하는 관계의 매개체다.
적은 정면에, 호감가는 사람은 오른쪽에
미국의 심리학자 스틴저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적의 정면에 앉으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공간에서 자신이 앉을 자리를 결정할 때 예전에 입씨름했던 사람이나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람과 마주한 위치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정면에 앉는다는 것은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그러므로 빈자리가 있음에도 굳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사람은 예의주시해야 한다.(중략)
반대로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내야 할 경우에는 상대의 시선에서 가장 오른쪽 자리에 앉는 것이 유리하다. 심리학자 니 스베트는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그는 같은 소재와 색상의 스타킹 4켤레를 가지런히 늘어놓은 뒤 사람들에게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선택할 것을 요청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타킹을 선택했다. 이 결과는 인간은 주로 왼쪽 뇌가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그래서 사물을 관찰할 때도 자연스럽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가장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마지막에 판단한다.
이때 ‘친근 효과’라는 것이 작용해 오른쪽에 있는 대상을 호의적으로 판단한다. ‘친근 효과’는 낡은 정보보다 새로운 정보가 더 오래 기억에 남으면서 그것이 실제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눈은 모든 것을 말하고 있다
가장 도드라져 보이는 눈의 언어는 눈을 감는 것이다. 눈을 감는 것은 뭔가 위협을 느끼거나 원치 않는 광경을 보았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차단행동이다.
손으로 눈을 가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보고 싶지 않은 장면으로부터 자신의 뇌를 보호하려는 본능이 작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자료나 계약서를 펼쳐들자마자 눈을 질끈 감거나 손으로 눈을 가리는 행동을 보인다면 지금 받아든 자료가 그를 불편하게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략)
이 같은 반응 역시 상대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피드백의 강도나 속도의 완급을 조정하는 자료로 삼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블바인드 질문
사람들은 자신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라는 잠재의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상대가 “A입니까? B입니까?”하고 물었는데 “No”라고 거절하면 어쩐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망설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어 선택을 하게 된다.
이때 한 번 더 질문을 하는데, 이전보다 조금 수위가 낮은 선택지를 제시하면 상대의 승낙을 얻을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이처럼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더블바인드 질문은 정중하게 상대의 허락을 유도해내는 유용한 기법이다.
프로파일러 역시 다양한 질문법을 통해 상대가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연출한다는 데서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