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디지털이 당신의 ‘사고 능력’ 노린다

2011-02-28      기자
이 책은 정보 기술이 사회와 경제, 문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집중 조명하고 있다. 문자혁명부터 인쇄혁명, 인터넷 혁명에 이르기까지 기술과 도구의 발전이 불러온 변화와 발전을 살펴보는 것은 물론 폐해까지도 적나라하게 밝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인터넷 서핑이 정보나 의사소통 자체를 단순화시켜 깊이 생각하는 방법 자체를 잃어버린 뇌로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또 문제의식 없이 디지털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현대인에게 큰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IT미래학자이자 칼럼리스트인 ‘니콜라스 카’가 펴낸 이 책의 내용 일부분을 요약 발췌했다.

내 안의 정보의 천국에 대한 의심의 뱀이 기어든 것은 2007년 어느 날이었다. 인터넷은 홀로 외롭게 서 있는 오래된 컴퓨터에 비해 내게 더 강력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많은 시간 컴퓨터 스크린을 주시하며 보내는 것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었다.


많은 정보 주어질수록 허기 느껴

인터넷 사이트와 서비스에 익숙해지고 의존하게 되면서 나의 습관과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이 변하고 있는 것도 정상은 아니었다. 나의 뇌가 기능하는 방식이 바뀐 듯했고, 나는 한 가지 일에 몇 분 이상 집중하지 못하는 무능력함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중년에 들어서면서 머리가 무뎌져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뇌가 단순히 일시적으로 표류하는 정도가 아님을 깨달았다.

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내게 살과 피와 같은 워드프로세서가 되었고 인터넷은 나를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기 같은 물건으로 바꾸어놓았다.


검색이 온라인 저작물 분절화 초래

온라인 저작물들의 검색 가능성은 목차, 색인, 용어 색인과 같은 오래된 검색 보조 수단의 변형을 보여준다. 하지만 역시나 그 영향력은 다르다. 그 어느 때보다도 쉽고 빠른 검색을 가능케 한 링크 덕분에 인쇄 미디어에 비해 디지털 문서 사이를 건너뛰어 다니기가 더욱 단순해졌다. 문서에 대한 집중력은 더욱 약해지고 일시적인 것이 되었다. 검색 또한 온라인 저작물의 분절화를 초래했다. 검색엔진은 종종 우리가 그때그때 찾는 내용과 깊이 연관 있는 문서의 일부분이나 문장의 몇몇 단어를 보여주며 우리의 관심을 끌지만 이 저작물을 전체적으로 파악할 만한 근거는 거의 제공하지 않는다. 웹에서 검색할 때는 숲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나무조차도 보지 못한다. 잔가지와 나뭇잎만 볼 뿐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가 비디오와 오디오 콘텐츠를 위한 검색엔진을 만들어내면서 이미 더 많은 생산물들은 글로 쓰여진 저작물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분절화를 경험하고 있다.

다른 종류의 정보를 하나의 스크린에 모으면서 멀티미디어 인터넷은 콘텐츠를 더욱 분절시키고 우리의 집중을 방해한다. 하나의 웹페이지는 몇 개의 문자 덩어리, 비디오 또는 오디오의 흐름, 검색을 위한 도구들, 다양한 광고들 그리고 각자의 창을 통해 구동되는 위젯이라 불리는 몇몇 작은 소프트웨어 응용 프로그램 등을 망라한다. 우리 모두는 이 자극들의 불협화음이 얼마나 큰 산만함을 만들어내는지 알고 있다.

오늘날 10대는 보통 깨어 있는 시간 동안 몇 분 만에 한 번씩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장신과 의사인 마이클 하우소어가 언급했듯 10대를 포함해 청년들은 “동료들이 삶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 대해 엄청난 관심을 가지고 있고, 동시에 무리에서 낙오되는데 대한 극도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메시지 보내기를 멈춘다면 유령 인물로 전락할 위험을 감수하는 셈이다.

인터넷 사용은 많은 모순을 수반한다. 우리의 사고방식에 미칠 장기적인 영향은 바로 인터넷이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긴 하지만 결국은 우리의 정신을 산만하게 하고 말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는 기기 그 자체, 깜빡이는 스크린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이지만 이 기기가 빛과 같은 속도로 전달하는 경쟁적인 메시지와 자극에 의해 결국 산만해진다. 언제 어디서 로그인을 하건 인터넷은 우리에게 놀라울 정도로 유혹적인 몽롱함을 선사한다.(중략)


인터넷이 부추기는 지속적 산만함

인터넷이 부추기는 지속적인 산만함은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생각을 새롭게 하는 일시적이고 의도적인 주의 돌리기와는 그 성질이 크게 다르다. 인터넷이 주는 자극의 불협화음은 의식적, 무의식적 사고 모두에 합선을 일으켜 깊고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