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민중의 시인 신경림, 문학 반세기 너머의 기록들
2009-05-20 기자
작지만 밝고 또렷한 그리고 소탈하고 남을 편히 대하는 신경림. 가만가만 들려주는 시인의 삶의 이야기는 무엇이 되었건 그의 내면세계를 투영하는 영혼의 안식 같은 시가 되어 멍울진 가슴을 풀어주고, 잘나고 못난 사람이 따로 없는 시인의 곁에서는 힘들고 어려운 지금을 사는 모든 이들이 지친 마음을 달래는 큰 그늘 같은 위안을 얻는다. 그의 시들이 시골의 흙냄새, 고단한 삶의 땀 냄새와 한과 의지를 자양분 삼은 민중의 기록이었다면, 이 책의 글 편들은 그의 문학 이면에 실재했던 인생의 조각들과 우리 문학사의 진기록들이다.
이 책에는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의 공간, 초등학생 허풍선이 땅꼬마 신경림의 좌충우돌 자화상을 비롯해서, 6·70년대 너나없이 어렵던 시절 이 땅의 글쟁이들의 기행과 해프닝, 애환, 시국이 만들어 낸 안타까운 사건들의 뒷이야기 등 앞 세대들이 빚어낸 현대 문학사의 향수가 그득하다.
신경림 (지은이), 송영방(그림) | 문학의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