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대반란’ 후폭풍

한나라 ‘6월 내분’ 본격 점화

2008-06-17     백은영 기자

“청와대의 걷잡을 수 없는 국정운영 위기에서 재미를 보고 있는 것이 민주당만이 아니다. 정두언 의원이다. 성난 민심의 촛불시위에 곁불을 쬐며 숙적제거를 시도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정 의원의 발언에 공감하지 않는 사람이 있나. 의원이 지명한 4명은 앞으로 자중하고 더욱 운신의 폭을 좁혀야한다.” 정두언 의원의 폭탄발언이 일파만파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심(李心)에서 멀어져 권력 금단현상의 부작용에 따른 자포자기식 폭탄발언이냐 아니면 실용정부의 성공을 바라며 자기희생을 감수하는 충정의 발언이냐를 두고 설왕설래 말들이 오가고 있다. 정 의원이 타깃으로 겨냥하고 있는 사람들은 청와대의 핵심인물들이다. 그러나 불과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함께 호형호제하며 동거동락 했던 사이였기에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또 일각에서는 발언이 ‘시기적절하지 않다’며 화난 민심을 등에 업고 ‘숙적제거’와 ‘민심 얻기’라는 꿩 먹고 알 먹기 식 비열함을 보였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 의원이 권력의 사유화라 지칭했던 박영준(48)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눈물을 흘리며 청와대를 떠났다. ‘권력의 사유화’ 발언에 가려진 여권 파워게임의 진상을 쫓아가 봤다.

한나라당의 한 인사는 기자와 만나 “어차피 청와대의 인적쇄신은 불가피한 상황이었지만 폭을 넓힌 정도다. 정 의원이의 발언은 언젠가 짜내야할 고름을 찔러 단지 시기를 앞당긴 것이다”며 평가절하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의 발언은 한나라당 내부의 깊숙이 잠재해 있는 반 이상득계와 친 이상득 파의 갈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단적인 예이다. 결국 표면은 ‘군주를 불의에 빠지게 해 나라를 망치는 망국신(亡國臣)을 제거하자’이지만 내부적으로는 ‘리틀 부통령인 이상득의 팔과 다리를 잘라 정치 일선에서 퇴진 시켜라’이다.


망국신(亡國臣) 제거

정 의원의 말처럼 ‘충청을 표현한 마음’이라고 있는 그대로 말을 믿을 사람은 없는 상황이다. 결국 정(鄭) 대 이(李) 파워게임으로 치닫고 있는 양상이다.

즉 쇠고기 파동이라는 결정적인 분화구가 없었더라도 정 의원의 폭탄발언은 자명종 시계 소리처럼 예고돼 있었고 요란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그들의 갈등은 4.9 총선 공천과 조각인선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직 시 정무담당 국장을 지냈던 박영준 비서관과 서울시 정무부시장이었던 정두언 의원. 이들은 그때 처음으로 만나 한솥밥을 먹어가며 시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도 일조 했다.

그러나 이심이 박 비서관에게 기울면서 두 사람의 사이가 급격히 멀어져갔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은 박 비서관의 변칙적인 컨트롤에 자신이 외면 받고 있다며 박 비서관을 향해 ‘이간질과 음해’ ‘모략의 명수’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또 박 비서관이 대선 후 당선인 비서실 총괄팀장을 맡아 초기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 작업을 도맡으며 최고 실세로 떠오르면서 비난의 수위를 점점 노골적으로 바뀌었다.

이처럼 한나라당의 공천을 이상득 의원이 맡았다면 청와대의 비서진 인선 작업은 박 비서관이 총괄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주요 관직이 두 사람의 손에서 만들어졌다. 또한 박 비서관은 11년 동안 이 의원을 보좌했던 상징적인 인물이다.


젊은 피 vs 강한 뚝심

이에 정 의원이 설움의 한방을 날리며 거침없는 이상득의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박 비서관의 사직은 꼬리자르기에 불과하다. 정 의원의 최종 목표는 몸통이다. 국정 혼란의 진원지로 지목한 이상득 의원과 류우익 청와대 비서실장, 장 다사로 정무1비서관 등을 향해 칼날을 세우고 있다.

또한 정 의원을 비롯한 차명진, 김용태 의원 등 소장파들은 이번 인사폭과 이상득 의원과 측근들의 재기와 인선에 대해서도 칼날 진 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상득 의원 측은 침묵하고 있다. 상왕정치 때문에 지나친 정치적 공세를 받고 있다는 뉘앙스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이미 소장파와 형님들 간의 파워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젊은 피들의 뜨거운 맛이냐. 형님들의 강한 뚝심이냐 6월 최대의 분수령을 맞이한 그들 간의 팽팽한 대결은 그 막바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