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풀리지 않는 노사갈등...하도급 갑질 구설까지 난항

과징금 선고 1년여 만에 되풀이?...“빈껍데기 동반성장 해체하라” 규탄

2020-08-24     양호연 기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현대중공업이 ‘갑질기업’ 타이틀로 곤욕을 치르는 모양새다. 최근 협력사 기술유용 의혹과 하도급 갑질, 임금체불 등의 문제가 불거진 만큼 여론의 시선도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올해 국정감사의 1호 증인으로 등극할 수도 있겠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온 상황이다. 특히 1년여 넘도록 이어진 노조와의 이견차도 쉽게 좁혀질 지는 의문이다. 현대중공업 노조원들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오너 일가에 대한 규탄을 이어갔으며, 여름휴가가 끝난 직후에는 부분 파업을 예고‧돌입하기도 했다.

- 노사 교섭 과정서 빠른 타결 위해 노력하자 ‘공감’...매듭은 ‘아직’
- 건조‧도장 작업 21개 하청...2600여 명 임금체불 “안하무인” 비판 


최근 현대중공업이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 복구 지원에 적극 동참하는 움직임에 나섰지만, 소식을 접한 노조원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았다. 지난해 5월부터 1년여 넘게 노사갈등이 이어져 온 만큼, 회사가 내부 구성원들과의 소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63차 교섭, 해결은 ‘글쎄’
임금‧현안 해결 입장차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중공업지부(이하 노조)는 여름휴가가 끝난 지난 20일 사측과 63차 교섭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노사는 이날 교섭을 통해 휴가 전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빠른 타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는 데는 공감했다. 하지만 이날 교섭마저 타결이 불발되는 등 뚜렷한 해법을 찾지는 못한 모양새다. 같은 날 노조 측은 자체 소식지를 통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족벌세습경영’을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를 향한 비판을 이어가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과 노조는 여름휴가가 시작되기 전인 지난달 30일, 1시간가량 교섭을 진행했지만 타결이 불발된 바 있다. 1년 3개월 동안 이들 간에 이뤄진 상견례만 60여 차례가 넘는다. 교섭의 쟁점은 지난해 5월 말 회사의 물적분할 과정에서 빚어진 파업 참가자 징계, 해고자 복직, 손해배상 소송 등 현안 문제다. 사측은 절충안을 마련해 노조에 전달했지만, 노조는 현안 문제에 대한 우선 해결을 이유로 임금협상을 마무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모두가 반대한 물적분할을 사측이 강행했고, 이에 맞선 정당한 파업을 불법으로 몰아갔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부당징계와 손해배상소송 등에 대한 현안을 협상으로 풀고 가야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임금체불 2600여명 ‘규탄’
과징금 선고 1년여만, 또?


이와 함께 현대중공업을 향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규탄 목소리도 높다. 노조와 사내하청지회는 지난 11일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규탄 시위와 함께 근본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하청노동자 2600여명이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등 임금 체불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21개 하청업체는 현대중공업에서 건조와 도장 작업을 맡고 있다. 노조측 관계자는 “노동조합과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이 책임지고 근본대책을 마련하라고 누차 요구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현중 자본과 경영진은 근본대책을 수립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더이상 ‘동반성장’과 ‘상생’이라는 말로 현혹하지 말고 빈껍데기 동반성장을 해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1년 4개월여 만에 또다시 벌어진 임금체불은 ‘만성적인 갑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지난 해 대규모 임금체불 사태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8억 원의 과징금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사내하도급 업체에 일을 시키고 나서 혹은 일을 마치고 난 후 일방적으로 기성금을 지급한다는 점을 비롯해 일방적인 하도급 대금 삭감, 원가 이하로 기성금을 지급한 점, 고의적으로 자료를 삭제‧은폐한 점 등이 과징금 부과 결정의 원인이었다.

이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지난 13일에는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와 함께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대중공업 갑질 규탄 및 근본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이어가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배 의원은 모두발언을 통해 “현대중공업이 21개 하도급 업체 2600여명의 임금을 4대 보험을 포함한 전액을 체불했다”며 “하도급법 위반, 하청업체 기술탈취로 ‘재벌 갑질’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현대중공업은 이미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동일한 사안에 대해 제재를 받았지만 ‘안하무인’식으로 갑질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