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엑세쿠탄스
2007-01-26
이문열의 신작 『호모 엑세쿠탄스』는 제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인 『사람의 아들』의 속편 격으로 작가가 십여 년 이상 준비해 온 작품이다. 우리 시대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이문열은 이 소설에서 인간에게 또 하나의 속성을 부여한다. 바로 ‘호모 엑세쿠탄스’, ‘처형하는 인간’이란 뜻이다.
소위 386세대로 대학 시절 한때 운동권이었던 주인공 신성민은 서울의 한 증권회사 과장이다. 2003년 대통령 선거 바로 전, 동료들과 찾았던 어느 나이트클럽에서 그는 막달라 마리아의 현신이라 볼 수 있는 ‘마리’라는 이름의 여성을 만나고 이후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예수 그리스도로 상징되는 보일러공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 그리고 보일러공을 죽이고 세상의 변혁을 주도하려는 정체 모를 시민단체 ‘새여모’의 무리들이 그의 주변에 출몰하며 서로 죽고 죽이는 전쟁을 시작하는 것. 이들이 이렇게 ‘호모 엑세쿠탄스’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가운데 주인공은 유대 전쟁사를 또 하나의 텍스트로 끌어 온다.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치적, 군사적 메시아를 꿈꿨으나 결국 동족 간의 학살로 끝나는 유대 전쟁사를 통한 작가의 비유가 의미심장하다.
이문열 지음 / 민음사 / 각권 9,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