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대표로 ‘급부상’…전대 출마설에 한나라당 ‘술렁’

2006-06-07     홍준철 
한나라당이 지방 선거 싹쓸이 이후 당 대표 최고 위원을 뽑는 전당대회 분위기로 쏠리고 있다. 7월 중순으로 예정된 이번 전대는 예비 대선후보를 공정하게 관리할 대표를 뽑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여기에 당 일각에서 이회창 전총재도 거명되고 있다. 명분은 전대가 당내 대선 주자별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존에 언급된 윤여준, 박세일, 정운찬 등의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점도 한몫하고 있다. 그동안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명분과 시기는 물밑에서 잠복해 있었다. 하지만 관리형 대표를 선출하는 7월 전대를 앞두고 ‘창 역할론’과 맞물려 수면위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회창 전총재가 한나라당 관리형 대표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은 ‘창사랑’의 조춘호 대표로부터 나왔다. 조 대표는 지난달 23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창 복귀 배경으로 ‘지방선거 참패를 당한 여당의 정계개편 시도와 한나라당의 7월 전대 등 정치적 상황’을 들었다. 즉 여당에서 고건 영입론이 구체화될 경우 한나라당에서는 관리형 대표로 이회창 전총재를 내세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나아가 조 대표는 이 전총재 영입에 있어 그와 관계있는 한나라당내 소장파와 비당권파의 역할을 기대했다. 사실 이회창 전총재를 비롯해 제3후보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은 소장파와 비당권파 쪽이다. 오는 7월 전대에서도 박·이·손(박근혜, 이명박, 손학규) 대리전을 막기 위해 적극적이다. 하지만 이 전총재 영입과 관련해선 소장파를 비롯해 당내 분위기는 찬성보다 반대 의견이 높은 편이다.

당내 반응 ‘찬반양론’

공식적으로 소장파에서는 이 전총재의 관리형 대표 영입과 관련한 질문에 “금시초문”이라며 펄쩍 뛰고 있다.박형준 새정치수요모임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이 전총재는 영입대상으로 논의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어 박 의원은 “7월 전대는 당의 변화와 쇄신의 계기로 활용해야 하며 그 과정에 줄서기와 대리전은 곤란하다는 게 우리들의 원칙”이라며 “외부인사 영입과 관련해 특정인을 거론하기보다는 이런 원칙과 명분을 당내에 확산시키는데 당분간 주력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2002년 이회창 대통령 후보 시절 비서실장을 맡았던 권철현 의원 역시 발끈했다. 비당권파이기도 한 권 의원은 “이 전총재가 지방선거에 일조한 것을 대권 행보니 정계복귀로 보는 것이 정치적 오버이듯이 당 대표 선거에 출마자로 거론하는 것 자체가 창을 비하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전총재가 7월 전대에 나설 경우 가져올 당내 파장력과 영향력은 상당할 것이라는 데에는 토를 달지 못했다.

창측 “사전교감 없다”

이회창 전총재측은 당 대표 영입관련 어떠한 제안을 받은 바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은 열어놓는 모습이다.이 전총재의 대변인격인 이흥주 전 특보는 “조 대표나 소장파가 7월 전대출마관련 사전교감이나 얘기가 된 것은 없다”며 “정계 은퇴한 상황으로 복귀 생각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공식적으로 당에서 요청이 온다면 그때 가서 검토하겠다”고 밝혀 출마 가능성도 열어 놓았다.

덧붙여 이 전특보는 이 전총재 스스로 차기 대선에서 보수진영의 승리를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전했다.이 전총재 보좌역을 지냈던 한 측근도 “창 복귀를 원하는 세력이 현실적으로 한나라당내에 존재한다는 말을 들었다”며 “중요한 것은 이 전총재의 의사”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 대표에 출마를 결심하기까지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에게 자문을 얻고 최종적으로 당원들에게 표심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곳곳서 정치재개 조짐 감지돼

이 전총재의 정계복귀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보는 데에는 최근 그의 언행도 한몫하고 있다. 이미 이 전총재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좌파정권으로 규정하면서 “차기 대선에서 좌파정권 수립을 온몸으로 막겠다”고 자신의 뜻을 강력하게 피력한 바 있다. 5·31 지방선거 직전에도 이 전총재는 측근인 정용기 대덕구청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방문했고 이어 박성효 대전시장 후보자와 이완구 충남지사 후보 사무실을 들르면서 정치를 재개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권의 의혹을 사기도 했다.

한편 이 전총재의 이런 정가 나들이가 DJ식 정치 행보를 연상케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김대중 전대통령이 92년 대선 패배 후 정계를 은퇴했다가 95년 지방선거 완승을 발판으로 정치무대에 복귀한 전례를 상기시키고 있다. DJ 정계복귀 시점인 고희의 나이와 현재 이 전총재의 나이(71세)가 비슷하다는 점도 들었다. 여기에 대선 패배후 3년 칩거, 그리고 지방선거 정치력 재확인, 지인들의 권유 및 정치권의 요구에 화답하는 형식의 정계복귀가 DJ식 정계 복귀론이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충청권 완승에 이 전총재의 방문이 승리에 일조한 것도 사실이다. 이 전총재가 DJ식 정계복귀 공식을 따를지 오는 7월 전대를 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이다.



# 여권 중진들 선거하루전 ‘비밀회동’“당 쪼개지는 것만은 막자” 한목소리…구심점 역할 ‘의견 일치’

열린우리당이 지난 5·31지방선거 참패이후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 1일 정동영 당 의장이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음에도 책임론 공방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형편이다. 특히 당 지도부 전원사퇴에 따른 비대위 구성과 김근태 최고위원 승계를 둘러싸고 각 계파별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이에 유인태, 문희상, 이강래 의원 등 당 중진 의원들은 선거 하루전인 30일 여의도 모처에서 당의 향후 진로 모색을 위한 비밀회동을 갖고 최소한 당이 쪼개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뜻을 함께했다.

하지만 각 계파간 갈등의 골이 깊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열린우리당내 외형상 갈등은 지방선거 패배이후 당 의장의 사퇴에 따른 당 지도부 구성에 맞춰져 있다. 즉 최고위원 전원사퇴에 따른 비대위 체제로 갈 것인지 당내 2인자인 김근태 최고위원이 승계해 당을 추스를 것인지다.이를 두고 개혁신당 및 친노진영과 정동영 계보가 각각 GT 승계와 비대위 체제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공식적으로 지난 2월 전대에서 정동영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뛴 김혁규 최고위원이 전원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김두관 최고위원은 ‘DY 단독 책임론’으로 팽팽히 맞서고 있는 양상이다.

두달만에 한자리에

이런 결과를 사전에 예감한 인사들이 있었다. 바로 광장 모임 소속인 유인태, 문희상 의원을 축으로 박병석, 배기선, 김태홍, 이강래, 장영달 의원이다.이들은 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기 하루전 여의도 63빌딩 백리향에서 만남을 가졌다. 요지는 ‘이대로 당이 깨지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박병석 의원은 “5·31이후 야당에 어떻에 대응할 것인지를 서로 숙의하는 자리였다”며 “잠정적으로 당에 구심점은 있어야 한다는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유인태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지도부가 전원사퇴해도 대안도 없고 능사도 아니다”며 “이에 대해 당을 걱정하는 의원들이 모여 함께 뜻을 모은 자리였다”고 언급했다. 또 그는 “이번 선거는 참여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지 당 지도부에 대한 심판은 아니다”며 “당 의장이 사퇴한 만큼 김 최고위원이 승계해서 책임지고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선거운동중 ‘급거상경’

하지만 개혁당 출신 세력과 정동영계 의원들간 갈등의 핵심은 따로 있다. 정 전의장이 선거전 밝힌 민주개혁세력 대통합 주장이 사단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김두관 최고위원은 정 전의장의 정계개편을 시사하는 발언을 두고 지난달 28일 “창당 초심을 잃은 사람은 당을 떠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동안 선거때문에 참고 있던 DY계 의원들도 가만히 있질 않았다. 이제는 공공연히 “오히려 떠날 사람들은 김 최고를 비롯한 개혁당 세력”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는 양상이다.

결국 이를 사전에 예감한 여당 중진의원들이 자칫 당이 사분오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는 관측이다. 특히 유인태, 문희상 최고위원은 광장 모임 의원들을 주축으로 봉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하지만 이들의 당 수습에 변수도 존재한다. 당내 민주당과의 통합모임을 이끌고 있는 염동연 사무총장이다. ‘지도부 전원사퇴’를 주장하는 염 총장은 측근들을 중심으로 실무팀을 구성하고 통합을 위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특히 차기 총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희박한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금명간 모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창당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은 여당이 어떤 지도체제를 선택할지 혹은 분당되어 정계개편으로 이어질지 당 중진의원들의 손 안에 놓이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