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 총선 화제의 인물

김두관·홍사덕 “나 아직 살아 있어”

2008-04-08     김승현 기자

총선 선거 기간을 거치며 결과와 상관없이 건재를 과시한 인물들이 있다.

경남 남해·하동군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친박연대’ 간판으로 대구 서을에 출사표를 던졌던 홍사덕 전 의원이 그 주인공들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가까워 ‘리틀 노무현’으로 불렸던 김 전 장관은 친노그룹으로 분류됐지만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 중도 탈락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총선에서도 남해 출신인 박희태 의원에 밀려 늘 2인자에 머물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나라당 여상규 후보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남해 출신인 김 후보와 하동 출신 여 후보는 선거 막판까지 ‘지역 소대결’ 양상을 보이며 예측할 수 없는 승부를 벌여 주목을 받았다. 친 박근혜 전 대표 성향의 유권자들 중 김 후보로 이동한 유권자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장 출신으로 군수와 참여정부 장관 자리까지 올랐던 김 전 장관이 무소속으로 국회 입성에 성공한다면 그 의미가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김 전 장관은 한 인터뷰에서 “정당(한나라당)에 입당할 필요가 있으면 주민들과 충분히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여운을 남기면서도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너무 부럽고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자신의 성향을 분명히 내비쳤다.

한 때 차세대 대권 주자로 각광 받다 2004년 탄핵을 주도한 뒤 역풍에 휘말려 2선으로 밀려났던 홍 전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의 선전으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더욱이 홍 전 의원은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의 지역구인 대구 서구을에 출사표를 던져 주위를 놀라게 했다. 강 대표는 홍 전 의원의 출마 선언 직후 “왜 내 지역구에 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면 붙어야지 도리가 있겠느냐”며 맞장 의사를 내비쳤지만 머지않아 당 상황을 이유로 불출마를 선언했다.

지역에선 강 대표가 홍 전 의원의 도전이 부담스러워 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았다.

홍 전 의원은 강 대표의 대타로 나선 이종현 후보의 막판 맹추격을 받았지만 시종일관 선두권에 머물면서 정치적 재기의 발판을 만들었다. 홍 전 의원은 “당선되는 즉시 한나라당에 복귀해 박 전 대표의 튼튼한 버팀목이 되겠다”고 일성을 날렸다.

김 전 장관과 홍 전 의원은 ‘총선’을 통과해 국회 입성에 성공할 경우 친노그룹과 친박진영을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