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영 청문회 12시간만에 끝…내일 보고서 채택 결정(종합2보)

"주체사상 전향했나" vs "남한 이해도 떨어져" 野 총공세 "이인영 '반미' 이미지 자연스러워" 與 "모욕…6월항쟁 주역이 전향 대상? 답답" 아들 진단서 등 요청에 "병무청 CT로 충분" '맥주 박스' 영상 논란엔 "몇㎏인지 확인하자" 답변 태도 지적…"불필요하게 격앙돼, 유감" 후반부서 분위기 변화…野, 정책·현안에 집중 24일 오전 9시 간사회의서 보고서 채택 논의

2020-07-24     온라인뉴스팀

 

[일요서울]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23일 국회 인사청문회가 '색깔론' 논란이 제기된 가운데 12시간 만에 종료됐다.

여야는 오는 2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 협의와 전체회의를 통해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채택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 후보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답변 태도를 놓고 여야 간 신경전이 날카로웠던 청문회 초반과 달리 후반부 들어서는 분위기가 유화적으로 바뀐 만큼 미래통합당의 비판적 의견이 일부 적시된 상태에서 청문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이 있다.

이날 오전 10시 개의한 국회 외통위의 이 후보자 청문회는 초반부터 여야 간 '사상 전향' 언쟁으로 불이 붙었다. 탈북민 출신인 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이 후보자를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로 규정하면서다. 후보자 아들 병역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통합당은 인사청문회 첫 질의자로 태 의원을 내세웠다. 태 의원은 "후보자에 대한 궁금증이 대단히 많다"는 말과 함께 '태영호와 이인영 두 김일성 주체사상 신봉자의 삶의 궤적' 제하의 자료를 꺼내 들며 포문을 열었다.

태 의원은 이 후보자가 1980년대 후반에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으로서 학생운동을 주도했던 이력을 부각하며 "1980년대 북한에서는 '전대협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을 맹세한다'고 가르쳤다. 그런 일 있었나"라고 물었다. 그는 "후보자는 '빨갱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냐"고도 물으며 색깔론에 불을 지폈다.

 

 

태 의원은 "1990년대 후반 김정일은 남한을 적화통일 시켜보겠다고 간첩을 내려보내서 소위 지하당 조직 복구 활동을" 등의 발언을 이어가며 공세 강도를 높여갔다.

이때까지 "과장된 이야기"라는 정도로 방어하던 이 후보자는 태 의원이 "후보자님께서 언제 어디서 '주체사상을 버렸다. 신봉자 아니다'라고 공개 선언한 게 있느냐"고 묻자 언성을 높였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 해당하는 것이다. 저에게 사상전향을 묻은 것은 아무리 청문위원으로서 묻는 거라고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라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의원님께서 전향 여부를 물어보는 것은 남쪽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직격했다. 태 의원도 "사상검증이라는 그 말이 싫으냐"며 받아쳤다.

여야 청문위원들도 가세했다. 외통위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4선 국회의원인 통일부 장관 후보자에게 '주체사상을 포기, 전향했느냐'고 묻는 건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유감을 표했다.

그러자 야당 간사인 통합당 김석기 의원은 "후보자가 과거 김일성 사상, 전대협을 하지 않았느냐. 주체사상을 그대로 신봉하고 있느냐고, 사상에 대해 묻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맞섰다. 나아가 김 의원을 향해 "같은 국회의원이 발언하는 내용에 대해 부적절하다고 따지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합당 의원들의 색깔론 공세는 계속됐다. 조태용 의원은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작성 여부를 질문하면서 '38선 이남을 보고 온 양키 침략자는' 등의 문장을 그대로 읽었다. 그리고는 "이 후보자는 주체사상을 신봉한 적이 없고, 지금도 주체사상을 신봉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정진석 의원도 "이인영이라는 정치인을 떠올리면 이미지가 '반미' 혹은 '우리 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르기 십상"이라고 거들었다.

색깔론 공세가 이어지자 민주당 의원들은 자제를 촉구했다. 전해철 의원은 "사상에 대한 검증 이상의 전향 운운하는 것은 후보자를 폄훼하고 모욕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태영호 의원이) 1980년대 우리 상황을 모르기 때문에 이해 부족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오후에는 후보자 33년 전의 사상을 검증하는 이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되겠다"며 "위원장께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태 의원은 "어떻게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에게 청문회 (질문) 선을 그을 수 있는가"라며 "오늘 이렇게 야당 의원을 압박하는 것은 민주주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논쟁은 좀체 끝나지 않았다. 태 의원은 보충질의에서 "전향이라는 표현에 대한 이해가 서로 차이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어사전에는 '종래의 사상이나 이념을 바꾸어서 그와 배치되는 사상이나 이념으로 돌림'이라고 나와있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전향에 대한 사전적 의미 외에도 한국 사회에서는 낙인 관련 부분들이 있었다. 이 점을 태영호 의원께서 알아주셨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사상 전향에 대해 말씀드리고 넘어가야 할 것 같다"며 "이 후보자는 1987년 6월항쟁의 주역인데, 6월항쟁이 사상전향의 대상인지, 답답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와 역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라고 하면 정말 다행스럽고"라고 비꼬기도 했다.

이 후보자 아들 병역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그의 아들은 1차 신체검사에서 부정교합을 받았다가 6개월 뒤 중증도 척추관절병증으로 5급 판정을 받고 현역 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김기현 의원은 "6개월 사이에 갑자기 이렇게 중증도의 강력성 척추염이 생겼다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면서 "자료를 제출해 검증을 받아보자는 게 저희 생각인데 어떠냐"고 제안했다. 신체검사 자료 이외의 진단서 등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는 "병무청 CT(흉부전산화단층촬영) 자료만으로 판단해도 충분할 일을 왜 우리 아이의 개인 신상이 있는 의료 자료까지 요청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같은 당 김석기 의원도 "면제 판정 열흘 전 무거운 물통을 자연스럽게 들고 다니는 게 (공개된) 동영상에 나왔다"며 거듭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자는 "(해당) 동영상을 봤지 않느냐. 맥주 한 박스를 둘이서 그것도 번쩍 든 것이 아니라 손을 내려서 같이 들었다. 어떻게 수십 통이라고 왜곡하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맥주 한 박스가) 수십 ㎏까지 된다고 말하는 것도 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맥주 한 박스 갖다 놓고 그게 정말 수십 ㎏이 되는지 확인해보자"고 말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이 후보자의 답변 태도도 문제 삼았다.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노파심"이라며 "여느 청문회 후보자와 달리 이인영 후보자의  청문회 받는 과정은 지나치게 예민하고 좀 불필요하게 격앙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 정말 잦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문제와 신상 문제는 (청문회) 단골 메뉴로 물어왔던 것이다. 가족의 병역 문제와 같은 예민한 문제는 거듭 확인할 의무가 있다"며 "질의를 받는 후보자의 태도가 지나치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는 건 유감스럽다. 스스로 콘트롤할 것을 조언 드린다"고 말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여야는 불꽃 공방 속에 저녁식사를 위해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청문회를 정회했다가 오후 8시께 속개했다.

 

 

청문회 초반과 달리 후반부에서는 통합당도 후보자 개인 신상에 대한 날을 거두고 탈북모자 아사 사건, 북한 억류 우리 국민의 송환,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논란, 폭파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배상, 국군 전사자 예우, 남북 비핵화 상호사찰, 5·24 제재조치의 효력, 탈북민 인권, 통일부 내 북한인권과의 조직개편 등 남북 현안과 정책 위주로 질의를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효율적 회의 진행을 위해 통합당에 더 많은 질의를 할 수 있도록 양보하기도 했다.

한층 부드러워진 분위기 속에서 통합당 정진석 의원은 "네티즌들이 꼭 이것을 물어달라고 한다. 이 후보자가 오른쪽 눈을 가리고 사진을 찍은 게 많은데 왜 이렇게 찍었냐고 네티즌들이 물어봤다"며 다소 장난기 섞인 질의를 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도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면서 임한 것은 아니다. 가끔 정 의원님이 SNS에서 물어온 것을 갖고 질문을 하시는데 아주 어려운 질문도 있는데 잘못해서 낚이는 것을 조심해야 겠다고 생각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성실히 답변하려고 노력했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던 것 같다. 특히 제 가족과 관련한 신상 정보를 충분히 제출하면서 소상히 말씀드리지 못한 점을 너그럽게 이해해달라"면서 "이후의 과정에서라도 의원님들을 직접 찾아뵙고 소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고 자세를 낮췄다.

송영길 외통위원장은 청문회 개의 12시간 만인 오후 9시54분께 산회를 선포했다.

송 위원장은 "오늘 논의 결과를 갖고 보고서 채택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데 여야 간사가 의원원들 의견을 수렴하고 당과도 상의해야 한다"며 "내일 오전 9시에 사전 간사회의를 통해 채택여부를 상의하고 오전 10시에 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말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