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국회’, 여당이 더 큰 정치력 발휘해야
지난 16일 21代 국회 개원식이 임기 시작 47일 만에 겨우겨우 여야 합의로 열렸다. 늑장 국회이지만 국가적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그나마 다행이다. 대통령의 개원 국회 연설도 예정대로 진행되는 등 ‘외견상 원만한 개원 국회’의 출발로 보인다.
그러나 내면은 사실 그다지 신통방통한 것 같아 보이진 않아 여전히 씁쓸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1987년 개헌 이후 가장 늦은 개원식이자 47일 만에 열린 국회치고 야당은 여야 협상 결과에 그리 만족하지 않아 보인다. 어쩌면 상대와의 힘에 부치는 협상이기에 너희들이 다 차지해라, 얼마나 잘하는지 두고 보겠다는 의도와 민주당의 ‘무한책임론’을 부각시키는 ‘전략’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 개원 국회 결과 정보위원장을 비롯하여 18개 상임위원장을 모조리 여당이 독차지하게 됐다. 물론 민주당이 7개의 상임위를 주겠다고 하지만, 통합당이 보이콧하고 있기에 민주당으로서는 ‘독식’이라는 비판 여론에 억울해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21代 국회 첫 출발은 완전히 ‘기울어진 국회’로 출발한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압도적 다수당인 민주당으로선 법사위원장 외에 아무리 달래고 요구를 들어주려 했지만, 통합당의 ‘몽니’로 ‘어쩔 수 없었던 결과’였다고 주장할 순 있다. 그러나 이번 개원 국회 협상과 국회 개원식에서 다소 변화된 모습은 오히려 통합당이 보여준 면이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앞서 말한대로 힘에 부쳐 민주당 너희가 다 가지고 무한책임을 져야 한다는 ‘전략적 차원’도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야당의 다소 ‘변화된 모습’이다.
이러한 야당의 변화 조짐은 일단 21代 초반 국회의 긍정적 신호로 평가 받을 수도 있다. 국회 정보위원장 선출과정에선 아예 불참하고 무엇보다 문 대통령 개원연설 과정에서 대통령의 협치 강조 등 특정 부분에서 야유성 외침과 박수도 치지 않는 등 ‘익숙한 야당 모습’은 보였지만, 그래도 과거처럼 ‘아주 볼썽사나운 모양새’를 취하진 않았다. 약자가 취할 수 있는 ‘최소한의 항의성’으로 봐 줄 수도 있다.
이제 국회 운영과정에서 20代 국회의 오명인 ‘동식물 국회’에서 벗어나야 하는 일차적인 책임은 민주당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야당의 ‘과도한 떼쓰기’ 저지나 몸싸움이 아니라는 전제가 있어야겠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연설처럼 협치의 일차적인 몫도 민주당이 지니게 됐다. 지금 민주당을 비롯한 여권은 전례 없는 선거압승에도 불구하고 ‘축배의 잔’을 들자 마자 터지는 악재로 심각한 정치, 경제, 사회적 ‘여론 악화’라는 비상국면에 직면해 있다.
당장 시급한 부동산 대책과 뉴딜정책을 실질적 효과로 직결시키기 위한 수많은 후속 조치들이 기다리고 있다. 공수처장 문제와 박원순 시장의 관련 문제, 윤미향 전 정대협 대표 관련 문제 등이 우선 야당의 최대 ‘공세 소재’로 등장하면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는 말처럼 순탄한 협치는 기대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개원 국회 과정에서 과거 끝 모를 ‘떼쓰기 야당의 모습’이 사라지고 일정 부분 협상과 타협의 정치로 다소 ‘변화된 야당의 모습’을 보여준 만큼 이젠 생산적 국회, 일하는 국회를 위한 ‘운영의 묘’를 살리는 것은 민주당에 더 크고 무거운 책임이 주어졌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라는 말이 있다. 늑장 국회지만 지금 가장 많은 일을 가장 빠르게 해야 하기에 이제 시작인 셈이다. 대통령이 절실하게 주문한 참된 협치를 위해서도 민주당의 현명하고 폭넓은 국회 지도력이 발휘돼야 할 때이다. <박동규 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