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배지 노리는 제4 권력 ‘펜대의 힘’
기획특집 2탄 분야별 출마자 집/중/해/부 언론계
2008-02-13 김승현 기자
18대 총선 매서운‘言風’불어온다
18대 총선을 앞두고 또 한 번 매서운‘언풍(言風)’이 불어 닥칠 분위기다. 현재 금배지를 달고 있는 언론인출신 의원들만 40여명.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 캠프에서 뛰었던 인사들을 비롯, 적잖은 수가 총선출사표를 던졌다. 언론인들의 정치권입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만섭·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임채정 국회의장은 모두 동아일보 기자출신이었다. 지난해 대선출마자 중에서도 민주신당 정동영 전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MBC와 서울신문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바람은 뜨겁게 불 것으로 보인다. 언론인출신 전·현직 의원들과 총선을 준비 중인 인사들을 살펴봤다.
“언론은 외로워야 할 영역”
정치권의 영입설이 끊임없이 나돌고 있는 엄기영 MBC 전 앵커(사장 후보자)는 양쪽 경계에 분명한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언론인들이 끊임없이 정치권에 나서는 이유가 뭘까.
기자출신의 한 전직 국회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권력욕 때문이란 비판도 없지 않지만 좀 더 본질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의 전달자, 감시자란 소극적 입장에서 벗어나 사회발전의 주체가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언론계에선 40대만 돼도 명퇴압박이 적잖은데다 열악한 환경, 과중한 업무를 또 다른 이유로 꼽는다.
‘돌아온’ 자유선진당 강삼재
17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언론계 출신 의원들이 강세를 보였다.
언론관련 신문인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2006년엔 40여명으로 전체 국회의원 수의 14.4%를 차지했다. 특히 KBS와 동아일보 출신이 많았다.
한나라당 박성범 의원과 국민중심당 류근찬 의원은 KBS고위직을 지냈다. 또 이윤성·박찬숙·이계진 의원도 이 곳 출신이다. KBS출신 정치인들은 대부분 한나라당을 택했다.
동아일보 출신으론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임채정 국회의장, 민주신당 이낙연 의원, 한나라당 김형오 원내대표, 이경재 의원이 있다. 교수출신인 김재홍 의원은 동아일보 논설위원을 지냈다.
민주신당 박영선·노웅래 의원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 이회창 전 총재 쪽의 곽성문 의원은 MBC에서 활동했다. 노 의원은 MBC전엔 매일경제신문에서 기자로 뛰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정국에서 자신이 과거 이 당선인과 했던 인터뷰내용을 바탕으로‘BBK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한나라당 맹형규 의원은 SBS앵커를 지냈다. MBC출신인 한선교 의원도 같은 방송국에서 활동하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만주신당의 최규식 의원은 한국일보 편집국장 출신이다. 같은 당 김태홍 의원,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도 이곳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서청원·최병렬 전 대표 등 한나라당에서 강세를 보였던 조선일보 출신은 17대 국회 들어 최구식 의원 한 명으로 줄었다.
민주신당의 기획통인 민병두 의원은 문화일보 기자였다. 한나라당 고흥길 의원은 중앙일보에서 편집국장을 지냈다. 민주신당 박병석 의원, 한나라당 박형준 의원도 각각 중앙일보 편집부국장과 기자를 거쳤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경인일보에서, 민주신당 정동채·문학진 의원은 한겨레에서 뛰었다. 민노당 권영길 의원은 서울신문에서 프랑스특파원 등 기자
생활을 한 뒤 언론노조 초대위원장으로 활약했다.
‘금배지 탈환 부대’
기자출신은 아니지만 언론사 관련인사들도 적지 않다.
17대 국회 중에 의원직을 잃은 이정일 전 의원은 전남일보 회장을 지냈다. 민주신당 신중식 의원은 시사저널 발행인이었다. 노회찬 의원은 매일노동뉴스 발행인을 지냈다.
현직 의원은 아니지만 이부영 전 의원은 동아일보 해직기자로 언론민주화운동을 했다. 김성호 전 의원은 한겨레 기자 시절 김현철씨 관련 특종보도로 이름을 날렸다. 민주당의 ‘입’인 유종필 대변인도 한겨레에서 활약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언론인 출신 현역의원들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김원기 전 국회의장과 중앙일보 샌프란시스코지사장을 지낸 김한길 의원 정도만이 불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언론인 출신 전직의원들도 와신상담하며 재도약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경남신문 기자 출신으로 이 전 총재가 이끌고 있는 자유선진당의 핵심인 강삼재 전 의원은 경남 마산시 을 지역에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호 전 의원은 무소속으로 서울시 강서구 을 지역에서 재도전할 전망이다.
시민일보 사장을 지낸 민주신당 심재권 전 의원은 서울시 강동구 을 지역에서‘금배지 탈환’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유종필, 염동연에 도전장
MBC아나운서였던 변웅전 전 의원도 국민중심당 간판으로 충남 서산·태안선거에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 논설위원을 지낸 한나라당 장광근 전 의원은 서울 동대문구 갑 지역에서 민주신당 김희선 의원을 겨냥한다.
언론인출신으로 17대 국회 비례대표의원에서 지역구로 방향을 돌린 정치인들도 있다.
민병두 의원은 서울시 동대문구 을 지역에 출마, 한나라당 거물인 홍준표 의원과 겨룰 것으로 전망된다. MBC 기자출신의 박영선 의원도 이 당선인의 핵심측근 정두언 의원을 겨냥, 서울 서대문구 을 지역 출마설이 나돈다.
노회찬 의원은 예상대로 서울 노원구 병 지역에 출사표를 던질 경우 임채정 국회의장, 김정기 한나라당 위원장(국제변호사)과의 일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KBS 기자출신인 한나라당 전여옥 의원은 같은 당 고진화 의원의 서울 영등포구 갑 지역을 노리고 있다.
전북 김제·완주는 첫 국회입성을 노리는 민주신당 내 언론인출신 인사들 간의 경쟁으로 관심을 모은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을 지낸 오홍근 전 국정홍보처장, 동아일보 파리특파원 출신의 김기만 전 청와대 춘추관장, 이길용 전 전라매일 사장이 최규성 의원과 치열한 예선을 펼칠 전망이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광주시 서구 갑 지역에서 민주신당 염동연 의원과 일전을 벌일 태세다. 정동영 전 후보와 가까운 양기대 전 동아일보 기자는 경
기 광명시 을 지역에서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과 리턴매치를 벌일 전망이다.
진보언론인 ‘주춤’
남해신문 발행인을 지낸 민주신당의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도 경남 남해·하동군에서 5선의 한나라당 거물 박희태 의원과 일전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최창환 전 이데일리 사장(민주신당·서울 은평구 을), 정종성 전 부산매일신문 광고국장(자유선진당·대구시 수성구 을), 김휴섭 전 노동일보 회장(민주신당·광주시 광산구), 김재목 전 문화일보 논설위원(민주신당·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을), 최종건 전 KBS PD(한나라당·경기도 화성시), 허용범 전 조선일보 워싱턴특파원(한나라당·경북 안동시) 등이 여의도 입성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일보 정치부장을 지낸 윤승용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민주신당 간판으로 전북 익산시 출마가 예상된다. 배종호 전 KBS 뉴욕특파원과 이평수 전 한국일보 기자(정동영 전 후보 수행실장)는 각각 전남 목포시와 순천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SBS아나운서 출신인 유정현씨는 한나라당 간판으로 서울 동작갑 지구에 공천을 신청했다. 영화배우 남궁원씨 아들이자 언론계 출신인 홍정욱 전 헤럴드미디어 대표와 뜨거운 경쟁을 해야만 한다.
동아일보에 4컷 만화‘나대로 선생’을 연재해왔던 이홍우 화백(한국시사만화가회장) 역시 한나라당 간판으로 부산시 부산진구 갑 지역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방송사 기자들도 대거 사표를 내고 출마를 준비 중이다. KBS의 신성범 기자(경남 산청·함양·거창), 정치외교팀 안형환 외교안보데스크(서울 금천구), 박선규 <뉴스타임> 데스크(서울 관악구 을)가 최근 사표를 냈다. 이들은 모두 한나라당 공천을 희망하고 있다.
홍지만 전 SBS 앵커(대구), 김우광 SBS프로덕션사장(경기 고양시 덕양구), 권태인 전 대구방송 보도국장(대구시 중·남구), 박종진 전 MBN앵커(서울 관악구 을), 안유호 전 경북일보 사장(대구시 동구 을) 등도 한나라당 공천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인수위 자문위원이었던 김효재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서울 성북구 을, 진성호 전 조선일보 기자는 서울 중랑구 을에서 출마할 것으로 전해진다.
김용태 인수위 전문위원(서울 양천구 을, 중앙일보 전략기획실), 김해진 전 경향신문 정치부장(부산시 사하구 갑), 정인철 전 매일경제신문 기자(경기 하남시), 강승규 부대변인(서울 마포구 갑), 허원제 전 SBS 이사(부산진갑), 정군기 전 SBS 국제부장(경기 고양시 일산구 갑), 김현일 전 중앙일보 논설위
원(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 YTN 기자 출신인 김영우 당선인 비서실 정책기획팀 부팀장(경기 연천·포천)도 MB사단의 일원으로 출마 의사를 밝혔다.
이진동 전 조선일보 기자(경기 안산시 상록구 을), 송승호 월간조선 취재팀장(경북 김천시), 배한진 조선일보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경기 용인시 갑)도 한나라당 공천을 노리고 있다. 김문오 전 대구MBC 보도국장은 대구 달성구 출마설이 나온다.
엄광석 전 SBS 대기자, 이규민 전 동아일보 편집국장은 한나라당 인천 중구·동구·옹진군에 나란히 공천신청을 했다.
당초 서울지역 출마설이 나돌았던 동아일보 논설위원 출신 이동관 인수위 대변인은 이 당선인 만류로 총선 불출마의사를 굳혔다.
윤목현 전 무등일보 부사장(전남 해남·진도군), 김명전 전 EBS 부사장(전남 장흥·영암군)은 민주신당 공천을 기대하고 있다.
한 언론계 인사는 “언론인 출신 총선출마자들이 더 늘 것”이라고 전망하며 “최근 분위기 상 진보성향언론인들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고 내부분위기
를 전했다.
정치권에선 현역의원 40여명과 전직의원 10여명을 포함, 언론인출신 총선출마자가 100여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권언유착’ 폐단도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입에 대한 평가는 찬반이 엇갈린다. 정치 판세와 현안핵심을 읽는 날카로운 눈은 기존 정치인들보다 앞서는 것으로 얘기되지만 ‘권언유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폐단도 적잖게 지적된다.
몇몇 의원들은 과거 기자시절경험을 살려 의정활동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김성호 전 의원은 16대 국회시절 북파공작원문제를 공론화하는 데 한몫했고, 이낙연 의원은 국감 때마다 ‘현장보고서’를 내놔 호평을 받았다.
언론계출신 정치인들이 많은 대변인도 호불호가 엇갈린다. 전여옥 의원은 날선 독설로 지지층 못잖게 많은 안티세력이 있다.
이계진 의원은 대변인시절 정치권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신선한 아이디어와 업무를 시도했지만 한편에선 너무‘가볍다’란 지적도 내놨다.
김경호 한국기자협회장은 언론인들의 정치권입문에 대해 “이미 퇴직한 분들이라 뭐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도 “해당 언론인출신 정치인들은 후배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늘 가슴에 놓고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