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루맛 쇼, “나는 왜 방송에 출연한 음식점이 맛없는지 알고 있다”
TV맛집 프로그램 “다 죽었어!”
2011-06-14 이창환 기자
TV 맛집 프로그램 문제점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폭로한 ‘트루맛 쇼’가 화제다. 다큐멘터리로는 이례적으로 상영된 개봉관마다 매진 행렬을 이뤘다. 벌써부터 ‘워낭소리’, ‘울지마 톤즈’ 열풍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트루맛 쇼’는 약 5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3년 동안 철저한 계획 하에 완성됐다. 영화는 맛집 프로그램을 둘러싼 소문을 차근차근 명확히 짚어가면서 순식간에 관객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트루맛 쇼’는 수많은 맛집 프로그램 작가, 식당과 제작진을 연결하는 브로커, 음식 칼럼니스트 등의 인터뷰를 통해 TV 맛집의 허상을 신랄하게 파헤쳤다. 스태프들 역시 식당 사장, 가짜 손님 등을 자처해 영화에 블랙코미디 적 성격을 가미시켰다.
제작진과 스태프들의 노력은 철저한 입단속으로도 이어졌다. 이들은 촬영 전부터 영화의 메시지와 파급력을 고려해 프로젝트를 누설할 시에는 “5천만 원을 물어내야 한다”는 각서까지 작성했다. 베일에 싸인 프로젝트는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 공개됐고 장편 경쟁부분 관객상 수상 영예를 안았다.
1000만 원에 교양을 팔아넘기는 방송사
‘트루맛 쇼’의 백미는 제작진이 직접 맛집을 차려 방송사를 초대하는 장면이다. 제작진은 “대박 음식점 위해 미디어 활용법을 하겠다”면서 일산에 직접 식당을 차렸다. 김재환 감독은 인테리어에 직접 참여했고 작가들과 메뉴 아이디어를 궁리했다. 그리고 음식점의 모든 거울 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
이후 TV 맛집 전문 브로커에게 1000만 원을 건넨 제작진은 올해 초 SBS ‘생방송 투데이’ 맛집 코너에 출연했다. 방송 중에 제작진은 실제로 있지도 않은 ‘죽든지 말든지 돈까스’를 소개했고 섭외된 스태프들은 단골 손님인 것처럼 “맛있다”고 연기 했다.
이 모든 과정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겨 맛집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역으로 촬영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같은 파장이 두려웠는지 MBC는 ‘트루맛 쇼’ 제작진을 상대로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에 법원은 “TV 맛집이 넘쳐나는 현실 속에서 홍보대행사에 돈을 주면 맛집으로 둔갑해 소개되는 실태를 알렸다”, “대본에 따라 연출된 내용이 실제 상황인 것처럼 방송되는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MBC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MBC는 영화 홍보는 홍보대로 해준 후 망신만 톡톡히 당한 셈이 됐다.
‘트루맛 쇼’ 열풍은 TV 맛집 코너 폐지설까지 몰고 왔다. MBC ‘생방송 오늘아침’의 ‘오!식객로드’가 그 대상이다. 폐지설을 접한 MBC 관계자는 “사실이라면 ‘트루맛 쇼’ 영향이 크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아니라면 방송한지 한 달도 안된 코너가 왜 폐지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 ‘오! 식객 로드’ 제작진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정했다.
다음날 찾아가도 맛이 없었는데 뭘
방송사들이 ‘트루맛 쇼’를 경계하는 이유는 맛집 프로그램의 실명거론에서부터 비롯됐다.
MBC의 ‘찾아라 맛있는 TV’ ‘생방송 화제 집중’, KBS의 ‘VJ특공대’, ‘무한지대 큐’, SBS 의 ‘생방송 세상의 아침’, ‘생방송 투데이’ 모두가 ‘트루맛 쇼’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들 방송사와 대행사는 TV 맛집을 믿고 실제로 음식점을 개업한 이들의 직접적인 가해자가 됐다. TV 맛집이 소개한 음식점 중에는 양심고발 코너 등에서 ‘비위생’을 지적받은 음식점까지 존재했다.
해마다 약 9200개가 소개된다는 TV 맛집. 하지만 대다수 음식점들은 시각적 재미가 전부인 쇼에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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