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앞에만 서며언~ 나는 왜에 작아지는가아~

2010-09-10     인터넷뉴스팀 기자
저에게 상담 치료를 받고 있는 한 환자의 애창곡은 바로 김수희의〈애모〉랍니다. 원래는 아내의 18번이었는데, 이제는 아내보다 자신이 부르는 횟수가 더 늘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합니다. ‘그대 앞에만 서면 왜 나는 작아지는가’, 이 가사 한 구절이 그렇게 마음을 울린다나요. 이 남성분은 바로 아내와 잠자리를 할 때만 발기가 되지 않는 심인성 발기부전 환자였습니다.

환자와의 오랜 상담 끝에 그 원인이 부인이 했던 말 한마디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5년 전쯤 이 남성분이 하고 있던 사업에 크게 위기가 닥친 적이 있었는데, 속상한 마음에 술을 마신 뒤 아내와 잠자리를 가지려고 하자, 아내가 “지금 이러고 싶니?”라는 싸늘한 말을 던졌던 것입니다. 아내는 남편에게 큰 상처를 주려던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이 말에 큰 타격을 입은 남편은 그 이후 아내와 성관계시 발기가 잘 되지 않아 곤란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몸에 이상이 생겼나 싶어 병원도 찾아가봤지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다른 여성과의 관계에서는 발기가 잘 되더라는 것입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연스레 아내와의 사이도 소원해졌고, 지금은 섹스리스 부부로 살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사람의 모든 병은 마음에 그 원인이 있다는 말, 이것은 남성의 발기부전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사실 성기야말로 인간의 마음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심인성 발기부전은 환자의 심리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마음속에 맺힌 것을 풀어야만 풀 죽어 있는 남성을 일으킬 수 있지요. 다시 말해 이 환자의 경우, 아내에게 받았던 심리적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때문에 이와 같은 이유로 생긴 발기부전의 치료는 남편 혼자 하기보다는 부부가 함께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심도 깊은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열어나가는 것이지요.

이런 것을 보면 남성들은 실로 꽤나 나약한 존재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사업의 위기로 의기소침해 있던 남편에게 아내가 한 말 한마디가 이런 엄청난 결과를 불러일으켰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한마디로 발기부전이 꼭 남(男)의 탓만은 아니라는 것이지요. 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로 여성들일 수 있으니까요.

〈애모〉가사의 한 구절처럼 남성 역시 ‘그대(아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은 날’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러니 아내들은 너무 남(男)탓만 하지 마시고, 남편을 따스하게 감싸안아줄 필요가 있습니다. 아내의 사랑만큼 남편의 힘이 되는 것은 없으니 말입니다.

글 / 비뇨기과 전문의 임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