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로비 떡값 검사 리스트
2007-11-21 윤지환
삼성 비자금 의혹과 더불어 떡값검사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른바 ‘김용철 리스트’에 올라있는 떡값검사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해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에는 리스트 안에 포함된 떡값검사가 당초 알려진 40명 보다 무려 17명이나 더 많은 57명 선에 이른다는 소문이 검찰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리스트 속 떡값검사의 수가 다소 축소된 이유는 김 변호사가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빼줘야 할 검사명단을 삭제한 채 40명만 거론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아직 이렇다 할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태다. 법조계 일부에선 이에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 보고 있다. 김 변호사가 차후 자신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될 경우와 평소 자신과의 개인적인 친분 등을 고려해 떡값검사를 리스트에 무차별로 쓸어 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사제단이 떡값검사의 수를 공개하면서도 그 리스트를 정확히 공개하지 못하는 내막엔 김 변호사의 리스트에 40명이 넘는 떡값검사가 올라있기 때문일 가능성도 도사리고 있다. 이를 모조리 공개할 경우 검찰수사가 본격화 되면 김 변호사에게 여러모로 불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에선 떡값검사 누락 소문에 대해 김 변호사의 순수한 의도를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동으로 격하하려는 삼성 내부관계자들의 ‘소행’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이 삼성 비자금 의혹에 대한 수사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별도의 본부를 구성, 운영키로 함에 따라 앞으로 전개될 검찰수사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15일 삼성 비자금 사건 전반을 독립적으로 수사할 ‘특별수사·감찰본부’를 설치, 수사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찰의 별도 본부 운영은 지난 2001년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 검찰 간부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따라 감찰본부를 운영한 이후 두 번째로 단행되는 특별조치다.
김경수 대검찰청 대변인에 따르면 특별수사·감찰본부 구성과 운영은 수사 주체의 공정성 확보를 위해 검찰 내·외부의 변수를 고려하되 국민여론을 최우선적으로 반영할 방침이다.
검찰수사 앞두고 검찰내부 술렁
검찰은 본부장의 경우 검찰 내외의 변수를 고려, 수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는 인물을 임명할 방침이다. 본부장은 검찰총장이 임명하지만 수사 진행 상황을 총장에게도 보고하지 않고 최종 결과만 보고하도록 할 방침이다. 본부장은 수사팀 구성 등 수사와 관련한 전권을 갖게 된다.
본부장은 이른바 ‘삼성 떡값’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된 이귀남(사법시험 22회) 대검 중수부장보다 선배인 고검장 또는 검사장급 간부 중에서 임명될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비자금 의혹과 관련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과연 검찰이 제살을 도려내 듯 삼성과의 유착 고리를 끊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성에 대한 검찰수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선 떡값검사가 누구인지부터 밝혀내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면 김 변호사에 대한 수사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불거져 나올 리스트를 검찰이 어떻게 처리할지도 주목을 끄는 부분이다. 일부 법조계 인사들은 검찰에 있어 김 변호사의 리스트는 뜨거운 감자이기 때문에 섣불리 김 변호사를 수사하지 못하고 적정선에서 타협점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수사가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타협설’이 대두되고 있는 것
이다.
이처럼 ‘타협설’이 대두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법조계에는 김 변호사가 탈출구 마련을 위해 일부 떡값검사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바로 이것이 ‘타협설’이 나온 배경이다. 김 변호사가 검찰 내 주요인사 17명을 리스트에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그 대가로 타협카드를 손에 쥐었다는 것이다.
또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김 변호사가 사제단에 건넨 리스트는 사제단과 협의 끝에 일부 인사를 누락시킨 명단이며, 누락된 인사들은 김 변호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거나 차후 검찰 수사에서 주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인사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소문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아울러 검찰 내부에선 김 변호사의 리스트에서 누락된 인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이 소문에 대한 설득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에 제대로 된 검찰수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김 변호사의 리스트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변호사와 삼성 그리고 검찰이 ‘그들만의 진실게임’을 할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투명하게 밝히고 여죄를 규명하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의 리스트 속 거물들
서울 중앙지검의 한 관계자는 “현재 김 변호사의 리스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금기나 마찬가지인 분위기다. 그래서 검찰내부 인사들은 함구하고 있다”면서도 “우리 쪽(검찰내부)에서 따로 나오는 이야기는 없지만 외부에서 접수된 정보에 따르면 리스트
에는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법조계의 한 인사는 “검찰 쪽에선 이미 내부 인사 가운데 누가 리스트에 올라있는지 80% 이상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다만 아직 검찰쪽에서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우려하고 있는 부분은 정치권과 고위공무뭔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인사는 “법조계에서 들리는 바에 따르면 김 변호사가 자신과 친분이 있거나 이번 사태를 적절히 처리해 줄 수 있는 검찰측 인사들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는 소문도 있다”며 “사제단이 애초 밝히려 했던 인사들 중에는 이들도 포함돼 있었으나 김 변호사와 사제단이 숙고 끝에 제외시켰다는 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면죄부를 받아 쥐고 가슴을 쓸어내린 떡값검사들은 누구일까.
거론되고 있는 인물들 가운데 먼저 눈에 띄는 이는 검찰총장 출신인 A씨다. A씨가 왜 리스트에서 누락됐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전해진 바 없지만 이미 일선에서 물러난 인사라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서울중앙지검의 고위인사인 B씨도 누락인사로 거론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B씨는 현역 고위인사인데다 검찰의 중추격인 중앙지검의 핵심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이들 가운데는 대법관도 포함돼 있다. 바로 D씨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검사시절 부하들로부터 신망이 두텁고 주변인들의 평가도 좋았던 인물로, 그가 떡값검사 리스트에 포함됐다 누락된 인사라는 소문이 나돌자 법조계 일부 인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가 A씨와 출신학교가 같고 사법부에 발을 들여놓은 시점도 같다는 점에서 의심의 여지는 있다.
이밖에 고위 공무원 중에는 산업자원부의 고위인사인 K씨가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왜 리스트에서 누락됐는지는 아직 정확하게 알려진 바 없다.
김 변호사의 폭로는 삼성에 대한 복수?
한편 경제계 일각에선 이번 사태를 삼성에 대한 김 변호사의 보복공격이라 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삼성 법무팀장으로 재직하다 대선자금수사 이후 삼성으로부터 팽(烹) 당했다는 것이다. 또 그는 동료변호사들과 공동으로 법무법인을 세웠으나 삼성의 공작으로 자신의 회사에서도 쫓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모를 들어보면 김 변호사는 삼성 애버랜드 전환사채 편법 증여 사건 등 굵직한 문제들을 처리했다. 하지만 2003년 삼성의 불법대선자금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삼성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해 다음해인 2004년 쫓겨나다시피 삼성을 떠나야 했다는 것이다.
이어 삼성을 나온 해 9월 김 변호사는 <법무법인 서정>을 세우고 한겨레 신문사 등 언론에 삼성의 비리를 알리는 등 삼성에 날을 세웠으나 삼성측이 서정에 수임을 명목으로 압력을 가해 김 변호사는 서정을 떠나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 변호사는 주변인들에게 “서정의 동업자들로부터 복직하고 싶다면 삼성에 각서를 제출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하지만 삼성측은 “우리는 김 변호사로부터 악감정을 살 일이 없다”며 “김 변호사가 배신감에 복수하고 있다는 말은 헛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황영기 부위원장도‘곤욕’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 사태와 관련, 삼성과 우리은행의 관계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당시 우리금융그룹 회장과 우리은행 은행장을 맡았던 황영기 이명박 대선후보 경제특위 부위원장이 차명계좌에 관련됐다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수십억원의 차명계좌는 지점장의 전결사항이 아니라 은행장에게 보고하도록 돼 있어 황 부위원장이 그 내용을 모를 리 없다는 점에서 의혹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황 부위원장이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는데 관여했다는 것이 의혹의 핵심이다.
이밖에 김 변호사가 가지고 있는 삼성 떡값검사 및 판사의 명단에 광주제일고 출신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져 광주제일고 출신 검찰 인사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김 변호사는 삼성 재직시절 법무팀이 학맥과 인맥으로 검사들을 관리했다고 폭로한 바 있어 이 추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광주제일고 출신 검찰인사들은 이에 대해 “김 변호사가 광주제일고 출신이기 때문에 나온 추측일 뿐 전혀 근거없는 소리”라며 “김 변호사와 일면식도 없을 뿐 아니라 삼성으로 부터 어떤 떡값도 받아 보지 못했다”고 일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