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청장 가니 경기청장 오더라”

2007-11-01     김승현 
단독공개 >> 전직 경찰 수뇌부의 취업 현황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은 전직 경찰 간부의 ‘전관예우’ 문제를 공론화 시키는 계기를 제공했다. 한화 고문으로 있던 최기문 전경찰청장이 경찰 수뇌부에게 전화를 걸어 ‘잘 봐달라’는 청탁성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청뿐만이 아니다. 행정부와 검찰 등 핵심 권력의 수장으로 있던 인물들이 공기업 이나 산하단체, 혹은 일반 기업으로 자리 이동하는 것은 비일비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전직 경찰 수뇌부의 취업 현황’에 따르면 경찰 간부들이 퇴직한 후 산하단체나 공기업에 취업한 경우가 17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이 퇴직 후 선호하는 산하단체 및 공기업은 크게 3곳이었다.

경찰청이 최근 국회에 제출한 ‘퇴직경찰관 산하단체 및 공기업 취업 현황’에 따르면 2004년 이후 관련 산하단체 및 공기업에 취업한 경우는 모두 17건에 달했다.

가장 많은 곳은 도로안전관리공단으로 7명이었다. 이대길 전서울청장은 2004년 2월부터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다 지난해 2월 물러났고 그 뒤를 하태신 전경기청장이 이었다.

김정찬 전강원청장은 2005년 5월 사업지원본부장으로 들어와 지난 6월 퇴사했으며 류정선 전제주청장은 현재 사업지원본부장을 맡고 있다. 김옥전 전부산청장도 2005년 11월부터 안전사업본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김상봉 전경기청 차장은 지난해 6월부터
교육사업본부장을 맡았다. 김 전차장 전에는 민승기 전경남청장이 그 자리에 있었다.

공단의 전현직 이사장과 사업지원본부장, 교육사업본부장을 모두 전직 경찰 간부들이 독점한 것이다.


감사, 이사 자리도 ‘인기’

경찰 공제회도 퇴직한 전진 경찰 간부들이 자주 발걸음을 옮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임상호 전경찰청 차장이 지난 2004년 2월부터 이사장을 2년간 역임했고 그 뒤를 강영규 전경찰대학장이 이었다. 배무종 전제주청장이 2005년부터 2년간 감사로 일하다 나가자 조선호 전충남청장이 올 2월부터 그 역할을 담당해왔다.

공제회의 사업관리이사 자리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2004년 2월부터 김명수 전인천청 차장이 역임했고 지난해 4월부터는 박광현 전인천청장이 사업관리이사를 맡았다.

총포 화약안전기술협회도 전직 경찰 간부들이 이사장직을 독점했다. 2004년 2월부터 이사장을 맡았던 금동준 전경북청장이 물러나자 정광섭 전강원청장이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이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2003년부터 2년간 상임이사를 맡았던 이훈필 상임이사(전경찰대학 치안연구소)가 퇴사하자 한창호 전경기청 생활안전과장이 들어왔다.


“법 개정, 분위기 쇄신해야”

전직 경찰 고위 공무원들의 산하기간 ‘낙하산’ 인사는 해당 기관의 국감을 맡고 있는 행자위 뿐 아니라 중앙인사위원회에서도 몇차례 도마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경찰 내부 조직 특성 상 쉽게 고쳐지지 않고 있다는 게 행자위 관계자의 지적이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유관 기관이 방패막이를 위해 모셔가는 풍토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서 “공모 등을 통해 인재풀을 넓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등에선 김승연 한화 회장의 보복폭행 사건과 관련된 최기문 전경찰청장의 사례를 들어 “퇴직 공직자 중 특히 일반 기업에 취업한 인사가 업무와 관련해 접촉해올 경우 현직 공직자가 이를 신고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과 전반적인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요구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