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된 비리 한방으로 지지율 폭락시킨다”
2007-10-24 김승현
여기서 밀리면 끝이다.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시작된 17대 국회 마지막 국감이 초반부터 혈전을 치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청와대와 정동영 후보를 향해 맹공을 퍼붓고 있고, 통합신당 또한 연일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폭로전을 진행중이다.
최선의 수비는 공격이다. 상대 진영이 정신 못차릴 정도로 날선 공세를 벌이는가 하면 한편에서는 ‘방패’를 준비하는데 여념이 없다. 한나라당과 통합신당은 이미 이 같은 양상을 예견하고 정예 요원들을 편성, ‘별동대’를 운영해 왔다. 국감을 주도하고 있는 양측의 ‘검증팀’을 취재했다.
예상대로 ‘대선용 국감’이었다.
초반부터 주된 화두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를 향해 빗발치듯 쏟아졌다. 상임위 구분도 없었다. 정무위에서는 몸싸움까지 벌어졌고 법사위와 재경위 등에서도 증인 신청을 놓고 한치 양보 없는 접전이 펼쳐졌다.
지난 17일 정무위 소속인 통합신당의 김영주 의원은 이 후보의 ‘대운하 구상’과 관련 “경부운하를 건설한다면 한강교량 23개
중 교각간 거리가 짧은 12개는 철거하고 다시 설치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격은 곧바로 터져나왔다. 다음 날 이 후보 진영의 박승환 대운하 특위 위원장은 “김 의원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교각 기준을 적용했지만 한반도 대운하는 내륙 주운이다”며 “대운하를 공격하려거든 조금이라도 공부를 한 다음에 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날렸다.
각 상임위 ‘전방위 폭격’
하지만 ‘대운하 구상’과 같은 정책적 대립은 일합에 불과했을 뿐이라는 게 양 진영의 공통된 목소리다.
이 후보에 대한 통합신당 의원들의 공세는 전방위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률 의원은 법사위에서 대선관련 선거법 위반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 후보와 관련된 사례들을 제시했다.
정봉주 의원은 이 후보가 서울시장 시절 집 없는 서민들을 길거리로 내밀었다고 주장했고 백원우 의원은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 후보의 건강보험료 축소 납부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소속 상임위 의원들과 캠프 정책팀을 동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다. 백 의원의 주장에 대해 당 보건복지위 의원들은 공동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백 의원의 주장은 건강보험료 부과기준의 변경과정을 모르는 무식한 발언”이라고 일축했다.
한편으로는 대선 후보 선출 이후 상승세를 타고 있는 정 후보에 대해 하나씩 카드를 꺼내는 모습이다. 김기현 의원은 “정 후보의 출생일과 출생신고일이 무려 8년 2개월 차이가 난다”며 “면장을 역임한 후보 부친이 출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매우 비상식적이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 후보에 대한 한나라당의 후보 검증이 밑바닥부터 샅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외에도 한나라당 박세환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정 후보가 2002년 처남 민모씨 등을 동원해 각종 비자금으로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를 조작해 거액을 챙긴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돌아온 ‘DJ 저격수’
이처럼 발빠르고 철저한 ‘검증 국감’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양측이 추석 이전부터 자체 테스크포스를 구성해 첩보전쟁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모래시계 검사와 김대중 전대통령의 저격수로 이름을 높였던 홍준표 의원과 안상수 원내대표가 쌍두마차가 돼 팀을 이끌고 있다. 당초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권력형비리에 초점을 맞췄지만 최근에는 정동영 문국현 후보 등 범여권 주자들에게 초점을 옮기고 있다.
홍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력형비리조사특별위원회는 얼마전부터 ‘정동영 조사팀’을 구성하며 본격적인 검증 작업을 진행시켰다. 신당 측의 ‘이명박 국감’에 맞서 ‘정동영 국감’으로 맞불을 놓겠다는 의지다.
관계자에 따르면 ‘정동영 조사팀’은 정 후보의 출생부터 재산의혹, 일가 친인척 문제까지 집중 조사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동영 조사팀’을 포함 특위에는 현역 의원들과 변호사 등 30여명이 지속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특위에서 한 번 걸러져 올라온 사안들은 안 원내대표의 긴밀한 협조 속에 문제를 제기할 상임위와 발표 시기가 정해진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특위는 참여정부와 관련해서도 정윤재, 신정아 사건과 비견될 만한 2, 3개의 핵폭탄급 사안을 이미 수집해 놓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혹들은 노 대통령의 대선 개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시점에 터뜨릴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 의혹, 일부 기업의 비자금 제공설, 스타시티 특혜 분양의혹 등 민감한 사안도 검증 대상에 포함됐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홍 의원도 이와 관련 “2003년 대선자금 수사에서 노 대통령 관련 수사는 제대로 된 것이 없다”며 “여야 형평성이 있었는지 짚어볼 문제”라고 말했다.
“MB 관련 물증 확보”
통합신당 측도 일치감치 배기선 의원을 중심으로 자체 TF를 구성해 상당한 수확을 올린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는 수도권 초재선 의원들과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해 무엇보다 ‘물증 확보’에 열을 올렸다.
각 팀별로 10여명씩 총 40여명이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캐기 위해 뛰고 있는데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박근혜 전대표측이 입수했던 것보다 높은 수준에 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곡동 땅 의혹, BBK 논란 등 이 후보의 도덕성에 직격탄을 날릴 중대 사안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이 후보의 친인척과 관련된 첩보들도 상당수 입수돼검증 작업이 한창이다.
김효석 원내대표는 이와 관련 “AIG 특혜, 상암동 DMC 관련 의혹 등이 고구마 뿌리처럼 얽혀 있다”며 “이 후보는 전대 미문의 의혹덩어리”라고 자신감을 표시했다. TF 안팎에선 이 후보의 가족들과 관련해서도 여러 이야기들이 나돌고 있다.
신당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이 후보 아들의 미 대학 기부입학의혹과 서울국제금융센터 취업 과정, 두 딸의 고액과외의혹, 이
후보 부인에 대한 소문들을 철저하게 검증하고 있다”면서 “국감이 끝나기 전 일부가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 장수를 쓰러뜨리기 위한 두 거대 세력의 공방에서 어느 쪽이 승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 결과 여부에 따라 이번 대선 정국도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
#‘정동영 X파일’ 한나라당 입수
권력기관, 패배 캠프 유출 가능성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와 관련된 X파일이 한나라당으로 흘러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 “대선에서 줄서는 사람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며 “그들로부터 자료를 한 뭉치 받았는데 의혹이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이 파일 내용들이 정 후보의 아킬레스건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어서 국감에 효과적으로 사용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현재 한나라당 내에서 정 후보를 겨냥한 검증 팀은 권력형비리조사 특위의 ‘정동영 검증팀’에 그치지 않는것으로 전해진다. 안상수 원내대표 산하에도 비공식적인 ‘검증팀’이 구성돼 있으며 선대위 내부에도 자체 팀이 움직이고 있다.
한편, 정동영 X파일을 한나라당에 전해준 주체를 놓고서도 논란이 한창이다. ‘줄서기’를 노린 권력기관 인사라는 얘기부터 경선에서 패배한 측이 고의로 흘렸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