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중행보의 비밀

2007-10-17     김승현 
“선거 시작되면 그 때 나서겠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대표가 마침내 손을 잡았다. 박 전대표는 이 후보의 선대위 고문직을 수락하며 과거 언급했던 ‘백의종군’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이 후보측의 ‘친박 포용’이 성공했다고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당 내 분위기다. 무엇보다 박 전대표는 선대위 출범식에 불참하는 등 가급적 직접 힘을 실어주는 자리에는 나오지 않고 있다.
두 사람의 만남 계획에 대해서도 “그런 계획이 없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본격적인 지지 활동 또한 “선거가 시작되면”이라는 단서가 따라 붙는다. 정치권에선 이를 ‘후보 교체론’의 또 다른 불씨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근혜 전대표의 영향력은 여전히 확고하다.

최근 당 내 최고위원직 인선과 관련, 박 전대표가 내부 교통정리에 직접 나서면서 보이지 않는 힘이 다시 한 번 확인되고 있다.

그동안 친박 진영에선 김학원 의원과 김무성 의원이 경쟁을 벌였는데 박 전대표가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김무성 의원에게 양보를 권유했다. 김무성 의원은 이와 관련 “박 전대표가 같은 진영에서 활동했던 두 사람의 대결이 안 좋은 만큼 양보를 부탁했다”며 “대선을 앞두고 충청권에 대한 배려가 꼭 있어야 한다는 언급도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캠프의 좌장으로 활동했던 김무성 의원의 당직행을 박 전대표가 불편하게 생각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어 눈길을 끈다.


MB측, “화해는 끝났다”

친박 진영의 한 인사는 이와 관련 “박 전대표가 순수한 의도로 양보를 부탁한 것 아니겠느냐”면서도 “김 의원의 상징성이 워낙 큰 만큼 향후 상황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영남에서 만큼은 아직도 박 전대표의 인기와 대중성이 상상을 초월한다”며 “향후 있을지도 모르는 후보 교체론과 내년 총선을 위해 충청권의 김학원 의원에게 힘을 실어준 것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에 반해 이 후보측의 핵심 관계자는 “친박진영과의 화해는 이미 끝났다”며 “앞으로는 순풍에 돛을 올리는 일만 남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최근 이 후보의 선대위 공식 출범식에 친박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분위기를 고조시키는데 일조했다. 박 전대표를 지지했던 한선교 의원이 행사 진행을 맡았고 이규택 최경환 김재원 의원 등 친박 캠프의 핵심 인사들도 대거 참석했다.

박 전대표가 일정 이유로 불참했지만 양측의 ‘화해’를 알리는데는 충분했다는 게 이 후보측의 설명이다.


박, “지지활동은 아직”

그러나 뇌관이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박 전대표가 공식 일정을 시작하며 이 후보측 선대위 고문직을 수락했지만 아직 ‘안심’을 말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박 전대표가 이 후보 측을 직접 돕거나 만나는 자리는 애써 회피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 경선 기간 “땅을 치며 통곡할 것”이라고 지칭했던 이 후보를 적극적으로 돕는 것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게 당내 시각이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존재한다.

박 전대표는 최근 자신의 지역구인 경북 달성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겠다”고 말했을 뿐 다른 정치 수사는 피했다. 그의 옆에는 유승민 서상기 이인기 곽성문 의원 등이 여전히 보좌하고 있었다.

자신의 라이벌인 이 후보의 선대위 출범식을 하루 앞두고 지지 의원들과 영남행을 택한 박 전대표의 행보를 놓고 여전히 의구심은 씻겨지지 않고 있다. 이 후보측이 한편으로는 ‘잠든 척하고 있다’며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대위 고문직에 대해 “선거가 시작되면”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는 것도 의문이다. ‘후보 교체론’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한 친박 인사는 “범여권의 검증 정국을 제대로 통과 해야 이 후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그 때가 되면 적극적으로 선거 운동에 뛰어들 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