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대통령 만들었는데…”
2007-09-21 김현
2007년 추석연휴 대선민심의 향배는 어떨까. 100일도 채 남지 않는 대선. 전라도 광주, 전주 시내는 너도나도 추석맞이를 준비하기 위해 백화점, 재래시장 등에서 재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도 분주한 모습이다. 하지만 정작 지역시민들은 대선을 묻는 질문에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지역시민들은 여전히 대선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말이 적합한 표현일 것이다. 추석연휴기간에도 정치권은 특별히 쉰다는 개념은 없다. 각 대선후보들은 추석기간을 맞아 지역민심 훑기에 분주하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들은 ‘한표전략’을 세워 각자 표심잡기에 들어갔다. 특히 전라도 광주지역은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1번지’로 통하는 곳이다. 신당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일요서울>은 추석연휴를 맞아 전라도민을 통해 민심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광주광역시
“대선에 관심 없당께”
광주광역시의 최고 번화가하면 생각나는 곳이 있다. 충장로가 바로 그곳이다. 이곳은 전라도의 관광코스로도 통한다. 외부 사람들이 광주 시내를 방문할 때 가장 먼저 찾는다는 곳이 바로 이곳 충장로다.
지난 18일, 이 지역근처 무등백화점은 추석 준비를 하기 위해 재수용품을 사러 나온 시민들의 인파로 평소보다 붐볐다. 부모님에게 추석선물을 하기 위해 쇼핑 나온 이모씨(32·광산구 운남동)씨는 대선 후보들과 관련, “평소 정치에 관심이 별로 없다. 최근엔 TV를 통해 뉴스를 봤는데 통합신당이 경선을 치르고 있더라”며 “추석연휴가 끝나면 이곳(광주)에서 경선을 치를 텐데도 주변사람들도 그렇고 나도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평소 정쟁에만 몰두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에 익숙한 터라 대선에 대해 아직까지는 별다른 관심이 없다는 얘기다.
이날 충장로 주변에서 쇼핑을 즐기고 있던 또 다른 광주시민 윤모(42·서구 화정동)씨는 “참여정부초기, 현 정권에 대한 기대심리가 있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실망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고 했다. 참여정부에 대해 거침없는 소리도 쏟아냈다.
충장로 극장가 주변에서 만난 대학생 김모씨(21·북구 삼각동)는 “대통령을 만들어 놓았더니 서민생활이 더 힘들어지고, 부모님이 한숨짓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며 “더구나 캠퍼스는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면서 한동안 사회적인 분열과 갈등을 조장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현 정권을 현란하게 비판했다.
남구 주월동의 한 음식점 주인 이모씨(65)도 “대선을 앞둬서인지 사실 요즘 들어 뉴스를 본다”면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도덕성 문제 때문에 여러 지적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다른 후보들이 이명박씨를 이길만한 인기는 없는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이곳 전라도 광주지역은 추석연휴가 끝나는 29일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이 치러지는 장소다. 통합신당 대선예비후보들은 저마다 광주표심 훑기에 여념이 없다.
경선 준비를 위해 당장 정동영 후보는 임시로 선거대책본부를 광주로 옮기기도 했고, 손학규 후보 또한 일찍이 무등산을 등반하며 표밭다지기에 돌입했다. 이해찬 후보도 이참에 광주지역에서 첫 1위 탈환을 노리고 있다.
(사)광주시여성단체협의회 김혜자 회장은 “각 정당별로 행사가 있을 때마다 초청을 받는 경우가 많지만 나는 이에 대해 일절 응하질 않고 있다”며 “(대선민심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했다. 대선을 앞두고 지역 시민단체는 정치적인 색깔을 드러내는 것 자체가 민감할 수 있다.
전북 전주
“그래도 정동영이제”
전주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완산구 중앙동. 이곳은 젊은이들의 거리로 온갖 잡화점은 물론 의류숍, 미용실, 패스트푸드점, 극장가가 모인 번화가다.
특히 주말에는 골목길에 자동차가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젊은이들로 가득 찬다. 서울의 대학로와 비슷한 분위기.
추석을 맞아 이곳 중앙동 거리에는 추석선물을 사러 나선 시민들로 북적였다. 엄마와 나란히 쇼핑 나온 딸의 모습이 가장 눈에 띈다. 중앙동 골목길 가로등에는 이미 ‘추석선물 대잔치 이벤트 행사’ 플래카드가 전주시민들의 눈을 사로잡는다.
전주시 인후동에 사는 김모씨(68)는 지난 17일, 추석연휴를 보내기 위해 백화점에서 각종 과일은 물론 야채, 고기류 등을 이미 구입했다. 김씨는 19일에도 필요한 추석선물을 구입하고자 이곳 중앙동에 쇼핑하러 왔다고 했다.
그는 대선민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경제가 중요하다. 아무리 현 정부가 변명한들 나라경제가 어렵고 힘들면 다 소용없는 일이다”며 “경제를 살리는 인물이 이 나라의 대통령이 되어야한다.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전주지역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연고지이기도 한 만큼 표심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학교 수학교사를 하고 있는 권모씨(38)는 “전주가 고향인 통합신당의 정동영 후보에게 한 표를 던져주고 싶다”며 “아무래도 대선은 지역을 무시할 수 없고, 나 또한 그렇다”며 정 후보를 지지했다.
그러나 화이트칼라층인 일부 의사, 약사 등은 정권교체가 이루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 정부에 대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의약품 도매사업을 하는 김모씨(36)는 “정부가 나라경영을 잘 못해 서민들이 힘든 건 사실 아니냐”며 “좌파니 우파니 하며 색깔론을 펼치고, 화합보단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 사회적 분위기를 만든 것이 지금의 정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참여정부 말기. 전라도 추석민심은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충청 대전 민심
“통합신당에 실망했다”
대선후보 중 충청도에서는 누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까. 지역주의색이 농후한 한국정치를 바라볼 때, 지역주의를 타파하기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10월 6일 충남대전에서 경선을 치른다. 그러나 이곳 여론은 대선과 관련, 지역출신 후보보다 지지율이 높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에 대해 관심이 더 높다.
대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이광진 사무처장은 “대전 시민들은 통합신당에 대해 실망하고 있다”며 “통합신당 이해찬 후보보다는 대전시민의 50%이상이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분위기다”며 대전여론을 전했다.
하지만 일부 대전 시민단체들은 충청후보인 이해찬 후보와 정동영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흐름이다. 이 사무처장은 “대전 시민들에게 참여정부에 대해 설득력 있는 항변을 하고 싶어도 말조차 꺼내지 못하고 있다”며 “육두문자가 나올 정도다”고 했다. 역시 대전시민들도 서민경제의 악화가 참여정부를 비판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