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한 소주와, 부드러운 담배 그리고 남성 수술의 관계
2007-03-15
최근에 20도 이하의 순한 소주가 나왔다. 독하지 않은 술을 마시라고 순하게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소주를 순하게 만들고 난 뒤 판매량은 엄청 늘었다고 한다. 나 역시 술집에 가면 도수가 낮은 소주를 시키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얼큰해지고 난 다음이다. 전에는 소주 한 병이면 얼큰하니 딱 좋았는데 20도 이하의 소주를 마시면서는 한 병으로는 왠지 부족하다는 느낌에 한 병 더 시키게 된다. 그러니 판매량이 늘 수밖에….
담배도 마찬가지다. 타르가 1.0mg의 담배가 나오더니만 최근엔 0.5mg의 담배를 시판하고 있다. 끽연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순한 담배가 나오고 난 뒤 담배가 더 늘었다는 것이다. 하루 반 갑 피던 사람이 한 갑으로, 한 갑 피던 사람이 두 갑으로….
담배는 못 끊겠고, 몸에 해로운 니코틴은 덜 흡입하고 싶고 해서 순한 담배를 피지만, 결국 담배회사 매출만 올려주는 결과가 됐다.
이렇게 세상일이란 것이 처음에 의도했던 것과는 전혀 반대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가 꽤 있다.
요즘 성형외과에서는 지방이식 수술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 이유는 꺼진 이마나 볼에 자기 지방을 이식해 주면 훨씬 젊어지면서 예뻐지고, 이물질을 주입하는 것보다는 부작용이 적기 때문이다. 남성 클리닉에서도 아랫배나 허벅지의 지방을 흡입해서 음경확대를 하는 것이 전체적인 흐름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식한 지방세포가 많이 흡수돼서 고민이었는데, 수술 방법이 갑자기 개선되면서 지금은 정 반대의 고민을 하고 있다. 어느 정도 줄어들 것을 예상해서 많이 키웠는데 지방이 예상보다 잘 살아남으면서 생긴 고민이다.
“너무 커서 불편합니다. 줄어들 기미가 안 보여요. 좀 줄여주세요.”
대부분 수술 전 상담할 때는 최대한 크게 만들어 달라고 했던 분들이다.
처음에는 소비자를 위해서 부드럽고 순한 소주와 담배를 만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술을 더 마시게 되고, 담배를 더 피우게 되는 결과가 나온 것처럼, 최대한 크게 만들어 달라고 해서 최대한 크게 만들어줬는데, 불편해하고, 줄여주기를 원하는 결과가 나왔다.
“작은 것보다는 큰 게 좋잖아요? 김 사장님, 정 그러시다면 여기서 조금만 줄여 드릴게요.”
그래서 음경축소를 받은 우리의 김 사장님.
맙소사……
“원장님,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줄었어요. 지금보다 조금만 더 키워주면 안될까요?”
남성 수술만 십 년 넘게 해온 나 같은 베테랑도, 고객의 입맛을 맞추기는 정말 어렵다.
문의)031-783-88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