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코로나19 후폭풍…‘수출 감소’ 막을 대안은

현대차, 정면 돌파 선택…내수 확대 및 미래 인재 채용

2020-05-01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글로벌 확산으로 국내 완성차의 판매량이 급감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기아자동차가 올해 2분기 수출 감소를 극복할 대응 마련에 고민이 크다. 지난 3월 달 코로나19가 악화되던 시기 가동을 중단했던 미국, 멕시코 등의 해외 공장을 열고 이달 초부터 가동 재개에 들어갈 예정이지만 수출 물량 자체가 줄어 오히려 국내 공장은 당분간 가동을 줄인다는 방침이다. 

 

해외 공장 재가동 불구,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판매 절벽’
글로벌 수출 급감, 국내 공장 ‘가동 중단’ 재고 조절 나서

 

최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및 유럽의 수입차 시장 판매망이 지난 3월 중반부터 영업중단 상황에 들어가면서 현대·기아차의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이다. 아울러 중국 판매도 급락하면서 코로나19 사태 충격 속에서 유동성 확보에 온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다만 자체적으로 이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풀이가 나오면서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와 자동차 부품 업계는 정부에 33조 원 규모의 지원 요청에 나섰다. 

현대차는 올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6% 상승한 25조3194억 원, 영업이익은 4.7% 늘어난 8638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증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현대차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의 자율주행 기술업체 앱티브(APTIV)와 합작법인(JV)을 설립해 반영된 1056억 원의 일회성 이익이 포함됐다. 이를 제외하면 1분기 영업이익은 오히려 전년 동기보다 감소했다.

기아차의 1분기 실적은 전년 동기 대비 17.1% 늘어난 14조5669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이익은 25.2% 급감한 4445억 원을 기록했다. 

양사의 올해 실적에는 원/달러 환율이 평균 1193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25원보다 크게 상승해 영업이익 증과 효과가 나타난 것이 반영됐다. 현대차의 경우 약 2190억 원의 환율에 의한 증가 효과를 거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마저도 정상 반영한다면 실제 현대차의 1분기 차량 판매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11.6% 감소한 것으로 풀이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2분기부터 코로나19 충격이 본격화되면서 수출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대한 자구안으로 국내 시장 신차 판매 확대를 통해 수출 부진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외공장 재가동에도 문 닫힌 글로벌 시장 

이와 관련 현대차의 미국 앨라배마공장과 기아차의 조지아공장, 현대·기아차의 인도 공장과 기아차의 멕시코 공장 등은 모두 이달 초 가동을 재개할 예정이지만, 각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상황에 따라 기간이 연장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현대차는 북미와 유럽 시장의 수요 급감에 따른 재고 조절을 위해 5월 황금연휴 기간 동안 국내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했다. 우선 i30, 아이오닉, 베뉴 등을 생산하는 울산 3공장은 이번 연휴와 내달 추가적으로 약 일주일 내외의 임시 휴업을 결정했다. 울산 4공장 포터 생산라인은 지난달 27일부터 사흘간 가동을 중단하며 중동 및 아시아 시장의 수요 감소에 대응했다. 

기아차의 경기 광명 소하리 1공장 및 2공장, 광주 2공장은 지난달 27일부터 휴업에 들어갔으며, 5월11일부터 가동재개를 결정했다. 이는 수출 수요 감소에 따른 재고 조절이 목적이라는 기아차의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의 중국 공장과 러시아, 터키 등의 공장은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중국 내수시장이 판매 절벽에 부딪히며 여의치 못한 상황이다. 러시아와 터키도 각각 10만 명이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시장 흐름을 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들다.

이와 함께 한국자동차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관련 부품업체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요 금감에도 인건비 등의 고정비 지출은 지속 이어지고 있어 단기적인 내수 확대 수준의 대책으로는 장기적인 운영자금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도 글로벌 시장이 막힌 상황에서 내수에만 의존하는 전략은 단기적인 회피책에 불과하며,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국내 완성차 업체와 함께 부품업체들은 정부에 대응책을 마련해 달라며 자금 지원 33조원을 요청했다.

정부지원, 언제쯤…기간산업 지원 40조 예정

이와 관련 정부에서는 기간산업 지원을 위해 산업은행에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조성을 위한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다만 지원 대상으로 항공운송업, 일반 목적용 기계 제조업, 전기업, 자동차용 엔진 및 자동차 제조업, 선박 및 보트 건조업, 해상운송업, 전기통신업 등 7대 업종이 포함돼 자동차 업계로만 33조 원 지원이 가능해 보이지는 않는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조는 코로나19에 따른 유동성 위기의 타개를 위해 임금동결을 시사하는 전향적 태도를 내비치기도 했다. 눈앞에 닥친 상황부터 극복하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임금동결에 대한 노조 일부의 갈등도 있으나,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는 오히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된 채용 시장에 국내·외 인재들에게 다양한 직무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분야를 중심으로 인턴부터 경력직까지 인재 채용에 나섰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 최초로 연구개발 분야 경력직을 모집한다. 해당 분야 연구 및 기술개발(R&D)에 박차를 가해 오는 2028년까지 항공모빌리티 시장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인턴십과 채용 기회가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국내외 대학생 및 유학생들에게 자동차 산업의 변화, 현대차의 전략 방향성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미래 사업 분야 우수 인재 발굴과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