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오일쇼크, 제2금융위기 오나 ②] 원유선물 ETN투자…개미들의 추락

한국거래소 “겁 없는 개미, 투자금 전액 손실 위험”

2020-05-01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국제유가의 급락이 이어지는 가운데 개미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나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 폭의 두 배를 수익으로 얻게 되는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에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한국거래소는 통제에 나서느라 땀을 흘리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이미 두 차례나 최고 수위의 소비자 경고를 발령했지만, 여왕개미를 따르는 수개미처럼 투자자들은 오히려 또 다른 원유 관련 ETN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찾아 나서고 있다. 

 

금융감독원,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 ‘최고 수위 경고’
고위험·고수익 “급격한 유가 반등 없으면 모두 휴짓조각”

 

지난달 23일과 24일 양일간에 걸쳐 금융감독원은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 상품에 최고 수준의 소비자 경보를 두 차례 발령했다. 이는 업계 사상 처음으로 이뤄진 강도 높은 긴급 조치로 국제유가가 다시 한 번 출렁이면 투자자 손실을 보전할 수 없게 돼 고객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데 따른 대응이다. 한국거래소도 같은 기간 동안 모든 거래를 중단시켰다.

상장지수증권(ETN)은 특정지수의 수익을 추종하도록 만든 상품으로 ‘원유선물 ETN’은 원유선물의 수익을 기준으로 수익이 난다. 또 레버리지(Leverage)란 투자로부터의 수익 증대를 위해 차입(부채)을 끌어다 매입에 나서는 투자전략을 총칭하는 말로, 원유선물 레버리지 ETN은 초고위험 고수익 상품으로 구분된다. 

고위험 감수하고 고수익에 몰리는 개미

만일 하루 50% 이상 유가가 떨어지면 전액 손실을 보게 되지만 반대로 50% 이상 오르게 되면 두 배의 수익을 낼 수 있다. 우리나라 레버리지 ETN 상품은 주로 미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를 기준으로 거래하는데 예를 들어, 6월 인도분 값이 하루 10% 오르면 20% 수익을 얻게 된다. 여기에 단기간에 고수익을 꿈꾸는 개미들이 몰려들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외국인이 대규모 매도에 나서면서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대로 떨어진 국내 주식시장을, 이른바 개미들이 몰려들면서 떠 받들어 대규모 하락 사태를 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개미들의 대량 몰림 현상이 또 발생한 셈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29일까지 20일간 개인 투자자들이 원유 관련 ETF과 ETN을 순매수한 금액은 총 1조4407억 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 시장 전체 순매수 금액이 약 2조 원임을 감안할 때 비중이 역대 최고치다.

앞서 지난 10일 금감원이 일부 원유선물 ETN에 대해 최고 수준인 ‘위험’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에 따른 국제유가 급락과 같은 상황이 21세기에 다시없을 기회로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라는 풀이까지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현재의 유가 상황에서 급격한 유가 반등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ETN 증권은 휴짓조각에 불과하다”며 “해당 설명과 함께 전체 거래 중단이라는 강력한 결정까지 내렸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통제가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예견된 개미들의 추락…'롤오버' 주의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이 확대되면서 국제유가가 바닥을 치자 레버리지 ETN을 통해 두 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심리가 자극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이 현상을 마치 떨어진 주가가 반등하고 오르듯 이제는 오르기만 기다리면 된다는 마음이겠지만 지금 상황이 지속된다면 오히려 투자자들의 손실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에게 회사 홈페이지와 공지사항을 통해서 고위험의 상품이라는 점과 괴리율 폭등을 분명히 경고하고 있다”며 “유가가 바닥까지 내려가서 오르기만 하면 쉽게 수익을 낼 것이라는 기대를 하겠지만 롤오버를 무시하면 폭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쉽게 말해 원유선물의 만기가 다가올 때 롤오버를 통해 6월 물을 팔고 7월 물을 매수하게 되는데 이 때 유지비용 등의 변수가 있어 만기가 늦을수록 더 비싸, 싼 원유를 팔고 비싼 원유를 사들이게 되는 것이므로 롤오버 할 때는 별도 비용이 더 발생한다. 즉 추가 비용의 증가로 투자수익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는 의미다. 

신한 레버리지 WTI 원유선물 ETN(H)의 경우 증권 가격이 주당 310원에 거래정지 중이다. 불과 20일 전까지만 하더라도 2600원에서 2700선을 오가던 상품이 실시간 지표가치 기준으로 최근 158원까지 추락한바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1월 기준으로는 1만5000원대 까지 오르기도 했다.

금융 감독 당국에 의해 관련 상품들이 ‘거래정지’ 조치를 당하자 개미들은 손실 위험을 무릅쓰고 유가를 추종하는 또 다른 ETN과 ETF 관련 상품을 찾아 투자금을 몰아 넣고 있다. 

업계 전문가는 “이맘때가 되면 여왕개미 한 마리를 보고 수천수만의 수개미들이 목숨을 걸고 날아오르다 어느 순간 힘이 다하면 추락해 떨어지는 걸 볼 수 있다”며 “지금 코로나19에 사태에 따른 비정상적인 국제유가 급락을 보고 개인 투자자들이 몰려드는 레버리지 ETN은 이런 저유가 상황이 지속되면 투자금조차 건지지 못하고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위기 상황에 동학개미운동으로 외인이 빠진 국내 유가 증권 시장에 몰려들며 시장 추락을 막아냈던 개미들이, 지속된 국제유가 급락에 원유선물이라는 여왕개미를 보고 수개미처럼 날아오르면서 대부분 추락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