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전8기의 오뚜기 인생, 국가 경영이 최종 꿈
2007-08-23 김현
지난 20일 서울 잠실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열린 한나라당 후보경선 전당대회는 그야말로 긴장과 흥분의 도가니였다.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간의 ‘박빙’ 승부였기 때문이었다. 투개표는 손에 땀을 쥘 만큼 숨 막혔다. 하지만 이날 오후 3시경이 넘어서자 승세는 이명박 후보(약칭 MB)쪽으로 굳어졌다. 이 전시장은 이날 13만 898명(유효투표수)의 선거인단과 여론조사 대상자 5049명의 득표수를 합산해 계산한 결과, 이 후보가 8만1084표를 얻어 7만8632표를 얻은 박근혜 후보를 2452표 차이로 누르고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당선됐다. MB측은 “앞으로 본선경쟁이 우리에게 남은 최대 과제다”라며 “차기 정권창출이 우리의 최대 목표다”라고 강조했다. <일요서울>은 향후 범여권 대선후보와 승부를 겨룰 한나라당 대선후보인 MB의 정치인생을 살펴봤다.
“이명박 후보는 탁월한 리더십을 지녔다. 능력을 소유한 인물이다 보니 늘 자신감에 차 있고, 어떤 위기 상황에서도 캠프 내 의원들과 동행하기 보단 혼자 (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자질을 갖췄다.”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MB후보 캠프의 선대위원장인 공성진 의원이 최근 한 말이다. MB는 2007년 대선을 향해 한발 진일보했다.
그의 성공신화는 어디까지일까. 어린 시절 찌든 가난 속에서도 항상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가 한 나라의 ‘경제대통령’을 지향하며 마침내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됐다.
그는 “인생에는 레임덕도 없고, 신화도 없다”라는 신념을 갖고 산다. 그의 뇌리에는 항상 ‘열정’이 묻어난다. 이 때문에 그는 “열정을 지니지 못하면 실패 후 미련이라는 씁쓸한 열매를 갖게 된다”고 강조한다.
이 후보의 추진력은 제35대 서울시장을 지낸 과정에서 자타가 공인한 바다. 그에 대한 평가는 다양하다. ‘불멸의 리더십’, ‘지도하는 리더십’, ‘불소 이명박’, ‘불도저 이명박’, ‘컴도저(컴퓨터가 달린 불도저)’ 등 그를 지켜본 정치권 인사들은 이같은 별명을 그에게 수식어처럼 붙였다.
‘가난’이 가져다준 오뚜기 인생
그는 일본 오사카 태생이다. 한동안 그의 국적을 놓고 여권 및 정치권 일각에선 문제를 삼기도 했다. 어릴 적, 한국으로 건너와 6.25당시 폭격으로 누나와 동생을 잃는 뼈저린 아픔을 겪기도 했다.
극심한 가난 탓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이 후보는 행상하는 어머니를 도와 김밥, 풀빵, 뻥튀기, 과일, 채소 장사, 옷감장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이태원 판자촌 단칸방생활을 하며 그는 어린 시절, 새벽에 일찍 일어나 청계천 헌책방을 돌았다. 학교 갈 형편이 못돼 혼자 헌책을 구입, 주경야독의 생활을 했던 것이다. 그렇게 혼자 고학으로 그는 포항 동지상고 야간부를 졸업했다.
어린 시절, 그에게 가난은 불편함을 가져다줬지만 불도저 같은 강인함을 키워냈다. 그에게 어린 시절은 ‘7전8기’ 인생이었다.
‘월급쟁이’ 신화
그토록 노력파였던 그는 61년 명문대인 고려대 상과에 입학한다. 그에게도 그 시절 민주화운동 경력은 있었다. 그의 프로필에는 적혀있지 않지만 상과대
학생회장 시절, ‘한일 국교 정상화’를 반대하는 6.3시위를 주도, 옥고를 치른다. 하지만 그 당시 그는 운동권 학생이라는 빨간 줄을 달고 있었던 탓에 취직의 관문을 뚫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낸 그는 결국 담판 끝에 65년 현대건설에 입사하는 쾌거를 안는다. 그는 입사 5년 만에 이사, 입사 22년만인 77년 최고경영자(CEO)자리를 꿰차 ‘월급쟁이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이때부터 중국 장쩌민 주석, 구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 등과 교류하며 그만의 외교적 노하우와 탁월한 국제적 감각을 키웠다.
92년 이 후보는 27년간의 ‘샐러리맨’ 생활을 마치고, 14대 총선에서 민자당 의원으로 정치권에 뛰어든다. 그러나 그 기쁨도 잠시, 그는 당시 선거법위반 혐의 등으로 국회의원직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그가 주목받은 건 지난 2002년 7월 민선3기 서울시장을 하고 나서부터다. 그는 언론과 정치권의 관심으로 ‘청계천 복원사업’, ‘대중 교통체계 개편’ 등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대선후보감으로 본격 자리매김했다.
이 후보캠프의 한 관계자는 “그가 앞으로 국가와 사회의 지역적 갈등, 이념적 갈등, 세대 간 갈등의 한계를 극복할 유일한 후보”라고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