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연루 수배자 탈주극 의문 투성이...중국·동남아 곳곳으로 도주, 누가 돕나?

2020-04-18     온라인뉴스팀

 

[일요서울] '라임자산운용(라임) 사태'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수원여객 재무이사 출신 김모(42)씨가 한국을 떠나 도피생활을 하면서 중국과 동남아를 오가며 탈주극을 벌인 사실이 알려져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외교부 측은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가 내려진 김씨가 마카오 공항에 억류된 사실을 파악했지만, 여러 이유로 김씨와의 접촉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김씨는 우여곡절 끝에 마카오 공항을 빠져나갔고, 동남아 국가 몇 곳을 거쳐 지금은 중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라임 사태 핵심으로 지목되는 김봉현(46) 스타모빌리티 전 회장이 김씨의 도주극 배후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18일 뉴시스 취재 등을 종합하면, 증권회사 출신인 김씨는 김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수원여객 자금 약 161억원을 횡령한 뒤 지난해 1월 미국령 괌으로 도주했다. 수원여객은 같은달 수원서부경찰서에 김씨 등을 고소하기도 했다.

수원여객의 최대주주인 S캐피탈 측은 괌으로 사람을 보내 김씨의 뒤를 쫓았다. 김씨는 괌의 숙소 건물에서 S캐피탈 측 사람들을 마주했는데, 김씨는 '짐을 챙겨 오겠다'는 식으로 말한 뒤 자신의 방 발코니로 뛰어내려 도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김씨는 베트남으로 이동해 이곳 중국 대사관에서 중국 비자를 발급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리고 김씨는 다시 중국 칭다오(청도)로 넘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씨는 국경을 넘나드는 데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김씨의 탈주극에 제동이 걸린 건 그 이후부터다. 김씨는 청도에 머문 지 29일이 되는 날인 지난해 3월17일 마카오로 향했다. 30일 기한의 비자가 끝나기 전에 중국을 떠난 것이다.

청도에서는 마카오 직항 비행기가 없기 때문에 김씨는 먼저 중국 항저우(항주)로 이동했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항주에서 다시 마카오행 국제선 비행기를 타려고 했는데, 여기서 김씨는 자신의 여권이 무효화 조치된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김씨는 그 이유를 알아보기 위해 한국 외교부에 직접 전화를 했고, 외교부 직원은 김씨에게 인터폴 수배 사실 등을 설명해주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김씨는 여권 무효화 조치에도 마카오행 비행기를 탈 순 있었다고 한다. 김씨가 가지고 있던 중국 비자는 인터폴 수배가 내려지기 전에 만들어졌기 때문에 중국 측에서 일단 출국을 인정해줬다는 것이다. 이후 김씨는 마카오에 도착 했는데, 공항 외부로 나가지 못하고 공항 보안구역인 CIQ(Customs Immigration Quarantine)에 17일 간 머무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마카오 측은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김씨를 다시 출발국인 중국으로 데려가라고 요구했고, 김씨가 가지 않고 버티자 항공사는 우리 영사관에 같은 공문을 보내며 협조 요청을 했다. 영사관 측은 이같은 소식을 접했지만 김씨와 접촉하는 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고, 결국 그 사이 김씨는 김 전 회장의 도움을 받아 전세기를 타고 캄보디아로 다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전 회장은 김씨의 탈출뿐만 아니라 김씨가 CIQ에 있는 동안 편의를 위해서도 노력을 했다고 한다. 김 전 회장은 마카오에 사람을 보내 현지 공항 직원들과 접촉, 김씨와 4번에 걸쳐 공항 흡연실에서 만나 유심칩과 담배 등 각종 생필품을 전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김씨는 캄보디아에서 육로를 통해 다시 중국으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씨의 탈주극에는 몇가지 의문점이 따라 붙는다. 김씨의 인터폴 적색수배와 관련한 부분이 가장 큰 의문이다. 경찰은 김씨에 대한 적색수배 조치를 지난해 1월24일에 내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김씨는 지난해 1월 한국에서 괌을 갈 때 뿐만 아니라, 그해 괌을 빠져나와 2월 베트남과 중국 청도로 이동하는 데에도 제약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적색수배 상태에서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었다는 점은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또 외교부와 영사관 측이 김씨와 어떤 방식으로 접촉했고, 김씨를 국내로 데려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외교부 측은 당초 "마카오 당국이 관련 내용을 통보하지 않았다"며 사안 자체를 몰랐다는 입장이었지만, 의혹이 계속되자 "항공사를 통해 공문을 받았다"고 입장을 바꿨다.

그러면서 홍콩 영사는 김씨 관련 소식을 접한 즉시 당사자에게 연락을 시도했고 마카오 이민당국에도 김씨의 강제추방을 요청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마카오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의문은 계속되고 있다.

한편 김씨와 관련한 수원여객 횡령 사건 수사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수사 중이다. 이 사건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수사 중인 라임 사건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수사는 별도로 진행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검찰이 인터폴 수배를 요청한 명단에 속해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