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 송환 대가로 현금지원 요구할 것”

2007-08-14     김대현 
남북 정상이 주고받을‘선물 보따리’ 추적 >>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리비아 카다피 원수처럼 통 큰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국민들은 정부의 정상회담 발표에 이처럼 희망적인 바람을 내놓고 있다. 카다피 원수는 2003년 12월 과감하게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 개방정책으로 전환한 인물이다.
오는 8월 28일부터 3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게 될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은 어떤 수확을 거두느냐에 따라 회담의 성패가 달려 있다. 하지만, 외교 소식통과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은 “큰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북한이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등의 파격적 합의문을 내놓을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핵문제는 북한이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 활용하는 카드다. 또, 각종 제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전쟁 종식 등의 사안을 논의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일부 외교 소식통은 이에 따라 북한의 가장 유력한 ‘카드’로 납북자 송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원하는 ‘평화무드’를 만드는데 가장 유효한 ‘선물’로 평가된다. 반대급부로 북한은 현금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2차 남북정상회담 발표 이후 양측이 주고받을 수 있는 ‘카드’를 전문가의 의견을 빌어 추적해봤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이 남긴 최대 오점은 바로 ‘대가성’에 있다. 2004년 대북송금 특검에서 드러난 불법 송금액수는 5억 달러였다.

우리가 회담 성사의 대가로 북한 수뇌부에 현금을 지원했다는 선례는 2차 정상회담의 순수성을 의심케 만들고 있다. 정상회담 발표 직후부터 불거진 ‘이면합의’ 의혹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노무현 정부는 이런 유형의 비판적 시각에 대해 일축하고 있지만 정상회담의 ‘멍석’을 정부가 아니라, 대북 비선라인 총괄부서인 국정원이 깔았다는 점에서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군비 감축 합의 가능할까?

지난 8일 청와대 한 행정관은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우리도 전혀 몰랐다. 아침에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의 대가는 현금이 아닐 수도 있다. 인도적 경제지원을 통해 북한에 달러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많다. 개성공단의 경우에도 우리 기업들이 달러로 임금을 지불하고 있지만 그 돈의 이동 경로는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정상회담은 성사되는 것도 어렵지만 양측이 성과를 도출해내야 한다는 부담도 동시에 떠안고 있다. 여기서 회담 성사에 대한 ‘대가성’ 경제지원이 논의될 여지가 생긴다. 양측이 일정 정도 성과를 주고받을 것을 가정하면 우리가 제공하는 것은 경제적 지원뿐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그러나 북한에서 제시할 수 있는 ‘카드’가 별로 없다는 점을 들어 실질적으로는 한국의 일방적 지원만 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리가 현금이 아닌 경제적 지원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2의 개성공단 추진 ▲러시아 차관을 활용하는 방안 ▲인도적 지원을 과감하게 늘리는 방식 정도가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 대통령이 가져올 성과물에 대해 기대감이 크지 않다.

정치권 관계자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핵문제 등은 논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낮은 수준의 평화 합의문 등이 나온다면 회담은 성공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관측한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에게 내놓을 수 있는 ‘선물’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 때문에 양 정상이 정치적 부산물을 챙기는 선에서 적절한 합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일부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파격적인 ‘제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언급한다. 납북자 일부를 송환하면서 평화무드를 만들 수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미 군사전략에 밝은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현재 북한이 장사를 할 수 있는 카드는 납북자 문제밖에 없다”면서 “한국 정부도 그 정도 성과라면 경제적 지원의 명분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금융, 통상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은 핵무기 카드를 미국과의 협상 테이블에서만 거론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다는 것.

납북자가족모임에 따르면 휴전협정 이후 납북자는 3790명이며 이중 13%에 해당하는 487명이 아직까지 북한에 억류된 상태다.

이 소식통은 “대신 북한은 납북자 송환의 대가로 막대한 현금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미국 등 주변국 외교채널에선 이번 회담을 두 정상의 정치적 행보로 보고 있다고 한다. 양측의 합의문 내용과 무관하게 두 정상이 정치적으로 상당한 이득을 챙길 게 자명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핵을 포기한 카다피나 훈센 정도의 과감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므로 그동안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경제특구 신설 등의 방식으로 무리한 지원만 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특구 지원방식 실효성 ‘의문’

북한 나진·선봉지구, 남포특구 등 개성공단 이전에 추진됐던 경제지원이 지금에 와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상황을 예로 들었다.

물론, 8·28 남북정상회담은 성과도 낼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 선언 등의 파격적인 내용은 아니겠지만 평화협정에 준하는 합의문을 체결한다든지 군비 축소 등
의 내용이 다뤄질 여지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