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회 동기들 ‘물심양면’ 활약
2007-08-01 김대현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후보 주변으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대권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한편으론 직접 캠프로 뛰어들지 않고 외곽에서 지원하는 그룹도 만만치 않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고려대 교우회와 동기 핵심 멤버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고려대 61학번 동기인 천신일 세중나모회장이 교우회 회장직을 꿰차고 있고 유준상 전의원, 남궁석 전장관 등도 심정적 지지 이상의 후원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모두 고려대 61학번 동기 모임인 ‘61회’ 소속 멤버들이다. 이로 인해 정치권 일각에선 고대 교우회 차원에서 이명박 동문의 후원을 위해 별도 조직을 가동하고 있다는 식의 관측이 무성하다.
반면, 우리 사회의 고질병으로 지목된 ‘학연’을 통해 특정 대선주자가 도움을 받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번에는 고려대 출신 대통령이 나올 수 있을까.’
요즘 고려대 출신 인사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자리에선 항상 회자되는 질문이다.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하는 고대 교우회 내부가 이처럼 술렁이는 이유는 뭘까.
과거 대선과 달리 올해 유독 고대 교우들의 관심이 높은 이유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때문일 것이다. 고대 61학번인 이 후보가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그만큼 당선될 확률이 높다보니, 동문들의 관심도 커질 수밖에.
경제계 천신일 회장의 역할론
지난 3월 치러진 고대 교우회장 선거는 그래서 더욱 뜨거웠다.
경제계를 대표하는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과 정치권 중진급 인사인 김중권 전청와대 비서실장이 맞붙어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 두 후보는 모두 이명박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김 전실장이 교우회장 선거를 며칠 앞두고 자진 사퇴하면서 결국 천 회장이 선출됐다. 김 전실장은 그러나 교우회 임원으로 활동하며 이 후보를 측면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출신 한 인사는 “김중권 선배가 교우회장 선거에서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은 오히려 (이명박 지지 등) 자신의 행동반경을 넓히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다”고 해석했다.
법무법인 에이스의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 전실장은 지난해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와 이 후보의 만남을 주선했던 인물이다. 전남대 법대를 다니다가 편입한 그는 TK(대구·경북)인사로서는 드물게 DJ정권의 실세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 2004년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전했지만, 간발의 차로 고배를 마셨다. 내년 총선에서 재기를 모색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김 전실장은 기자와 통화에서 “일주일에 두 번씩 법무법인 사무실에 나와 일을 보며 지낸다”면서 “지금 현재로서는 정치적으로 별다른 욕심이 없다”고 말했다.
교우회장으로 선출된 천 회장은 이 후보의 강력한 후원자 중 한 명이다. 천 회장은 이 후보와 함께 고대 61학번 동기다. 그는 특히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져 있어 경제계에서는 내로라하는 인사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천 회장이 이 후보측에 경제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루머가 나돌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심정적인 지지 외에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게 교우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후보, 천 회장과 더불어 고대 ‘61회’ 창립 멤버인 유준상 전의원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 전의원은 최근 ‘좋은나라포럼’을 발족시키면서 정책적 대안을 마련해 대선주자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한다. 포럼에는 이 후보를 지지하는 인사들이 70~8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현재 이 후보 캠프의 고문으로 돼 있다.
범여권 출신 인사인 남궁석 전장관도 61회 멤버로서 이 후보와 상당히 가깝다는 전언이다. 그러나 남궁석 전장관은 “나는 김덕규 의원과 함께 여권에서 활동한 동기다. 반대편에 있는 사람”이라며 “내가 뭐 나설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남궁 전장관은 한때 이 후보와 함께 현대 계열사에서 한 솥밥을 먹기도 했다.
그는 또, 내년 총선과 관련 “지금은 어디 가서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모를 정도로 복잡하다”면서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명박 지지 포럼 ‘우후죽순’
유 전의원은 남궁 전장관에 대해 “남궁 장관은 동기 입장에서 심정적으로 (이명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 대운하 정책에 대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더라”고 덧붙였다.
이 후보를 정점으로 고대 61학번 핵심 멤버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에선 이 후보가 고대 학맥의 측면지원을 받는 부분에 부정적인 해석도 상당하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고질병 중 하나인 ‘학연’에 의존해서 유력 대선후보가 도움을 받는다는 게 썩 좋은 모양새가 아니다. 또, 자칫 동문 인사들이 지나치게 선거에 개입해 화를 자초할 수도 있다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