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X파일] 김형오 사퇴後 ‘김형오-황교안’ 공천 잡음 왜
김형오, 황교안 VS 대리인 공관위 파워게임에 당했다?
[일요서울 | 이기우 언론인] 미래통합당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황교안 대표와 공천관리위원회가 정면충돌하는 막장 드라마를 연출했다. 하룻밤 사이에 공천 결과가 뒤집힌 지역구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다. 이 과정을 두고 미래통합당 내에서는 ‘황교안 사천 논란’이 불거졌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관위가 정무적 판단을 하는 과정에서 공관위원장 직을 사퇴한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막후에 있는 것 아니냐는 관망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왔다. 김형오 전 위원장이 최홍 예비후보 공천 취소 과정에서 공관위원들이 ‘최홍 후보 지키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황교안 대표와 공관위가 정면충돌하면서 공관위가 경북 경주와 인천 연수을 후보를 교체했고, 의왕·과천과 화성을은 최고위원에게 후보 추천을 맡겼다. 이른바 ‘프라이드 반 양념 반’이라는 결론을 내렸는데, 이를 두고 통합당 안팎에서는 ‘절묘한 정무적 판단’을 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안팎에서 ‘김형오 막후설’이 제기된 이유다. 그러나 황 대표가 막판 ‘측근 챙기기’에 올인하면서 김 전 위원장도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오락가락’ 공천 민경욱, 두 번이나 기사회생한 배경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려면 내가 떠나는 게 맞겠다. 모든 화살을 나한테 쏘아라. 총알받이가 되겠다.”
지난 13일 김형오 전 의장이 공천관리위원장직을 사퇴하면서 남긴 말이다. 친문(친문재인) 논란이 일었던 서울 강남병 김미균 후보의 전략공천 철회에 책임진다는 이유이지만 황교안 대표가 공개적으로 공천 번복 등을 요구하자, 공관위의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공관위는)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개혁과 쇄신의 첫마음을 끝까지 지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막후에서 영향력 행사한 김형오?
미래통합당 지도부에서는 김 위원장 사퇴를 계기로 공관위를 해산하고, 새로운 공관위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 대표도 공관위 재구성에 힘을 실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고위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그러자 황 대표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관위에 전권을 주겠다고 선언한 황 대표가 사실상 공천에 개입하고 그 결과 김 위원장이 사퇴를 택하면서 황 대표에 대한 당내 비판도 커졌다.
이와 함께 통합당 내부에선 김 전 위원장이 사퇴하기보다는 막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왔다. 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사퇴를 하더라도 ‘공관위-김형오 간의 조율’을 통해 공천 발표를 할 것이라는 추측이었다. 공관위 사정에서 밝은 통합당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공관위 관계자 사이에서 김 전 위원장이 사퇴를 한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소통을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 김 전 위원장은 공관위원들과의 단톡방을 그대로 운영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상 김 위원장과 공관위가 사전 조율을 한다는 해석을 해도 무방하다. 더구나 당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을 제외하고, 나머지 공관위원들은 정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 때문에 정무적 판단 등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런 개연성을 봤을 때 김 전 위원장이 막후에서 역할을 했을 것이다.”
이러한 뒷말은 통합당 인사들 사이에서도 들린다. 김 전 위원장이 사퇴를 했지만 사퇴 이후 공천 과정을 보면 김 전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이 공관위원들과 수시로 연락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김 전 위원장은 현역 의원을 컷오프 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북 포항북 공천을 두고 김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다는 말이 적잖게 흘러나왔다. 당초 김형오 공관위는 포항북 공천에서 강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공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특히 김정재 의원의 쪼개기 후원금 논란이 불거진 것을 컷오프 명분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김 의원 측이 이에 대한 해명을 함으로써 ‘강훈-김정재 경선’이 이뤄졌고, 김 의원이 큰 득표 차로 앞섰다. 그런데 또 다시 공관위에서 쪼개기 후원금 논란을 빌미로 김 의원에 대한 공천이 보류됐다.
이 당시 통합당 내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단톡방 운영 등을 통해 공천에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만큼, 당초 컷오프하려 했던 김 의원을 배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김 의원을 배제하려 했으나 쪼개기 후원금 논란에 대한 해명이 되면서 컷오프할 명분이 없어 공천을 주기로 결정한 것 같다”고 귀띔했다.
또 김 전 위원장은 강남을에 최홍 후보를 전략공천한 뒤 20여 일 만에 다시 최홍 공천 취소가 결정될 무렵 이석연 공관위 직무대행 등 공관위원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공관위 관계자들에 따르면 “공관위가 황교안 최고위에 흔들리면 안 된다”고 “(최홍 후보 등에 대한) 의리를 지켜야 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이 부위원장 등 다수가 “공천 마찰로 인한 당 분열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석연 부위원장은 “김 전 위원장이 공천 번복에 대해 상당히 섭섭해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도 “나에 대한 보복 아니냐. 말도 안 되는데, 최고위의 초법적 행태”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강남을 공천도 박진 전 의원 공천으로 들썩였다. 최고위는 박 전 의원을 공천했고, 미래한국당 한선교 전 대표가 “황 대표가 박 전 의원에 대한 비례대표 공천을 요청했다”고 폭로하는 등 황 대표가 공천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김형오 사천 논란에 이어 황교안 사천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김형오 사퇴했어도 김형오 찾은 후보들
이런 가운데 후보 등록을 하루 앞두고 최고위-공관위가 마찰을 빚는 과정에서도 김 전 위원장의 정무적 판단이 들어간 것 아니냐는 말이 흘러나왔다. 실제 통합당 공관위는 민경욱 의원의 연천 연수을 추천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무효로 하고, 그 자리에서 민현주 전 의원을 추천했다. 특히 당 최고위원회의 부산 금정, 경북 경주, 경기 화성을, 경기 의왕·과천 등의 공천 취소를 받아들였다.
이석연 통합당 공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선관위가 민경욱 의원의 선거운동 행위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민 의원의 인천 연수을 추천 무효를 최고위에 요청하고 동시에 민 전 의원을 그 자리에 추천해서 올린다”고 말했다. 인천선거관리위원회가 민 의원의 선거 홍보자료에 허위 내용이 포함됐다고 한 것을 이유로 들었다.
공관위는 이어 “부산 금정, 경북 경주, 경기 화성을, 경기 의왕·과천 등 4곳에 대해 공천 무효 결정을 내렸다”며 최고위의 공천 취소를 수용했다. 공관위는
아울러 부산 금정에는 원경희 전 금정구천장을, 경북 경주에는 김원길 전 통합당 서민경제분과위원장을 단수 추천했다. 경기 화성을과 경기 의왕·과천의 무효 결정은 최고위에 후보자 추천을 위임하기로 했다. 공관위-최고위가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2개 지역은 단수 추천하고, 나머지 2개 지역은 최고위에 후보자 추천권을 위임하는 ‘정무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이와 관련, 통합당 한 당직자는 경주 지역을 예로 들며 김 전 위원장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관계자는 “최고위원회에서는 당초 황 대표의 측근인 김석기 의원을 주고 싶어 한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현역 의원 배제에 대한 입장이 강했던 김 전 위원장이 공관위와 교감을 통해 김원길 예비후보를 단수추천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더 나아가 당 안팎에서는 김 전 위원장이 사퇴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당 후보들이 김 전 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 봐도 공관위 내에서 김 전 위원장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황교안 막판 측근 챙기기, 黃 비토론 확산
이런 가운데 황 대표가 뒤늦게 측근 챙기기에 나서면서 ‘김형오가 결국 황 대표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통합당이 인천 연수을 지역구 후보자를 두고 25일 밤 민경욱 의원에게 공천을 주기로 확정했다. 민현주 전 의원을 재공천했던 공관위는 공천 취소해 달라고 했지만 이 요구를 황 대표 등 지도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황교안 대표의 측근인 민경욱 의원은 이로써 컷오프된 이후에 두 번이나 기사회생한 셈이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황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정병국 의원은 “왜 막판에 가서 몇 군데 문제 제기를 하고, 당헌당규에도 없는 최고위에서 일방적으로 결정을 해서 (공천 잡음을 냈다는) 덤터기를 다 뒤집어쓰는지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비판을 받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공관위가 원칙을 가지고 (공천을) 한 것은 맞는데, 결국 공천을 잘 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것은 결국 선거에서 이기느냐 지느냐 하는 부분”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당 지도부가) 문제 제기를 한 측면이 많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 대표가 대표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기면 그래도 용인이 될 것이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대표에게 책임이 갈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