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사단 박근혜 제압 ‘초읽기’
2006-07-13 홍준철
7·11 전대는 2007년 대권후보를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남다른 의미(?)가 있다. 지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나타나듯 ‘심판’의 오심이 박빙의 승부를 가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차기 대선후보를 관리하는 대표가 누가 되느냐에 따라 대권 주자들이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다.
강재섭, ‘반박진영 포위전략’ 가동
박근혜 전대표는 측근들을 통해 강재섭 후보를 적극 지원했다. 강재섭 후보가 ‘대망론’을 접고 관리형 대표로 나선 데는 박 전대표 진영의 힘이 컸다. 유승민 전대표비서실장이 지난달 중순 강 후보가 출마 여부를 고민하던 중 강 후보를 찾은 것이다. 단순한 저녁식사 자리라고 측근들은 전했지만 결국 강 후보는 전대에 출마쪽으로 선회했다. 이후에도 강 캠프는 공공연히 ‘박심은 우리에게 있다’고 말을 하면서 이재오 후보와 ‘각’을 세웠다.
사실 강 후보는 러닝 메이트로 친박인사들과 함께 하고 있다. 부산지역의 정형근, 박근혜 대리인을 자처하는 여성대표 전여옥, 충남 대표 강창희, 경기도 여주·이천 지역구인 이규택 후보 등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2위표 흡수 작전을 폈다. 캠프 역시 친박 인사들로 조직을 꾸렸다. 원내 대표에 출마한 김무성 의원의 보좌진들이 측면 지원을 했다. 또 박 전대표 측근으로 통하는 인사들도 캠프에 참여했다. 뿐만 아니라 최근 반이명박 인사로 돌아선 홍준표 의원의 조직책들도 캠프에 함께 했다고 강 측근들은 전하고 있다.
한편 친박 인사에 경기도가 지역구인 김영선 임시 당대표가 정형근 의원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친박 인사들의 지도부 입성에 힘을 보탰다. 박근혜 사단은 조직적으로 친박 인사들을 지도부에 입성시키기 위해 ‘반이재오’ 포위전략을 구사했다.
손-DR도 강 캠프 ‘지지’
무엇보다 손 전지사는 그의 측근들이 강 캠프에 들어가면서 박 전대표와 연대했다는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경기도 전연락소장과 한국일보 출신의 전 경기개발원 소속 인사가 강 캠프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강 후보는 이들을 직접 만나 ‘삼고초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미래 모임내에선 손 전지사가 권영세 후보를 밀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도 나왔다. 또 손 지사가 권 후보를 지지하다 순위 안에도 못들 경우 불 역풍에 강 후보를 지지하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보냈다.
한편 지난 지방선거에서 부인이 ‘공천 장사’ 혐의로 실형을 받은 김덕룡 의원도 강재섭 후보 돕기에 발벗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DR은 당에서 검찰 고발이 이뤄진 것이 이재오 후보가 원내대표 시절 선동해서 됐다고 생각해 상처가 깊다는 것이다. 이에 김 의원은 수도권 당원협의회 위원장뿐만 아니라 친DR 인사들을 중심으로 전화를 걸어 강 지지를 적극 요청했다.
이명박-이재오, 은밀히 지원
한편 이 전시장은 차기 대표는 ‘개혁성’과 ‘야성’을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사실상 이 후보 지지를 공식선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이 전시장은 종로구 견지동에 ‘안국포럼’이라는 사무실을 내고 서울지역 일부 당원협의회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 후보의 지지를 호소했다는 후문이다. 수도권이 강세인 이 후보는 영남 표심잡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원내대표 시절 정책위의장을 같이 한 경남의 이방호 의원과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2위표 잡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또 이 전시장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부의장과 안택수 의원 및 박창달 전의원은 대구·경북 표심공략에 공을 들였다.한편 이 후보의 공격적인 선거 전략도 화제가 되고 있다. 이 후보는 친박-반박 구도가 심해지자 한 경북의 친박 의원을 만난 자리에서 직접 “차라리 해외에 나가라”고 말한 것이 당내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강 캠프쪽이 출마자들을 통한 정규군으로 전대에 임했다면 이 후보는 ‘게릴라전’으로 보이지 않게 맞대응했다는 게 당내 평이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 꼴이 된 것은 미래모임이 지지한 권영세 후보다. 미래모임은 단일후보 성사부터 본선까지 안팎으로 힘든 싸움을 벌여야만 했다.
미래 모임, ‘당 깨질 수도’
단일 후보가 성사된 초기부터 당 내부 갈등이 표출되기도 했다. 모임내에서는 남경필-원희룡-정병국(이하 남원정) 의원 중에 후보가 나오지 않고 대중적 인지도가 낮은 권영세 의원이 되면서 지지 계층이 혼란을 겪었다. 젊고 개혁적 후보 이미지가 나지 않는데다 대중 인지도가 남원정에 비해 약한 점이 배경이 됐다. 또 일부 인사들이 선출 당시 ‘작전세력이 있었다’ ‘범친박 인사가 아니냐’고 비판하면서 권 후보가 ‘섭섭하다’는 말도 공공연히 나돌았다.하지만 전대에서 넘기 힘든 것은 친박-반박으로 나뉜 대리전 구도였다. 이에 원희룡 의원은 당 지도부 선출에 줄서기 양상이 과열되면 ‘특정주자가 당을 깨고 나갈 수 있다’며 권 후보 지지를 적극 호소했다.
이명박 사단 급부상중
당내에서는 강 후보와 이 후보간 대결을 정규군과 게릴라전으로 보고 있다. 선거 전략도 강후보는 주류출신 답게 신사적으로 한 반면 이 후보는 비주류답게 게릴라전을 선호했다.여론 조사를 보면 이 후보가 선방하고 있는 양상이다. 당대표 선출방식은 대의원 여론조사 70%와 일반 여론조사 30%를 반영해 다득점자가 당선된다. 출마자들이 조사한 대의원 여론조사에서는 강 후보 대 이 후보가 각각 51 대 49를 보이며 오차 범위내 박빙의 접전을 벌였다. 반면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일반인 조사에서는 이 후보가 19.4%, 강 후보가 14.1%로 5.3%P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가 30%를 차지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후보가 당 대표 당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는 이명박 사단의 당내 영향력이 박근혜 진영을 앞서는 결과로 친박 진영을 긴장케 만들고 있다. 무엇보다 내년 있을 대통령 예비후보 경선을 가늠할 수 있는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패배한 진영은 충격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후폭풍’도 예고
한편 막판 결과가 뒤집혀 특정후보 줄서기 양상이나 이합집산이 노골적으로 나타나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경우엔 후폭풍도 배제할 수 없다.특히 박심 논란이 가속화될 경우, 소장파의 우려처럼 이 전시장이 모종의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셈이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