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퇴임 후 청문회 설까?

2007-05-03     김승현 
송광수 발언 파문 후폭풍
송광수 전검찰총장의 대선자금 발언으로 정치권이 숨을 죽이고 있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참패의 충격으로, 범여권은 통합신당 문제로 직접적인 문제제기를 이어가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대선 정국의 핵뇌관으로 떠올랐다는 평가다. 송 전총장은 지난 달 20일 숭실대에서 가진 강의에서 “대선자금 수사 당시 검찰이 한나라당측 불법자금의 ‘10분의 2, 10분의 3’만큼의 액수를 노무현 캠프에서도 찾아냈다”고 밝혀 청와대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 2003년 말 “(우리측) 불법자금이 한나라당의 10분의 1을 넘을 경우 대통령직을 사퇴하고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송 전총장의 발언 파문은 참여정부 후반기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의 퇴임 후 구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정권이 바뀔 경우 노 대통령이 청문회에 서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송 전총장의 발언 이후 정치권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노 대통령 자신이 대통령직을 걸고 자신감을 표출했던 사안이기에 파장은 더욱 커질 분위기다. 한나라당에선 10분의 1 발언과 관련, 다시 조사해야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놓고 있다.

참여정부 후반부인 만큼 ‘대선자금’ 문제는 정권 자체보다는 노 대통령의 정치력을 약화시키는 방편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노 대통령은 개헌안 발의 주장, 한미 FTA 협상 등을 통해 꾸준히 발언력을 높여왔다. 참여정부가 ‘도덕성’을 강조해왔던 만큼 대선자금 문제는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


청와대, 검찰 압력(?)

이와 관련, 송 전총장의 발언은 여러 면에서 논란의 소지를 갖고 있다.

그는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한나라당의 10분의 2, 3을 찾았다”고 했고 “대선자금 수사 당시 청와대로부터 대검 중수부 폐지 압력을 받은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송 전총장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참여정부가 입을 상처는 치유하기 힘들 정도로 클 수밖에 없다.

검찰은 2004년 3월 이 사건 중간 수사결과 발표 당시 한나라당과 노 캠프측이 대기업 등에서 불법 모금한 자금이 각각 823억여원과 113억여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했었다. 이는 8분의 1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양측 모두 흐지부지 종결된 사안이 적지 않아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당시 검찰은 이와 관련 “수수시기나 모금 주체 등에 따라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으므로 규모를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수사가 완전히 종결된 것은 아닌 터라 향후 정치권의 대응에 따라 의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완전 배제할 수는 없다.

때문에 당시 수사를 총지휘했던 송 전총장의 최근 발언은 청와대에 상당한 부담감을 안겨줄 것으로 보인다. 대선 자금 문제인 만큼 노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언제든지 돌출될 수 있다는 게 정치권의 주된 분위기다.


“노 대통령, 직접 받아”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은 송 전총장의 발언이후 추가 진실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 유기준 대변인은 “중대한 사건으로 절대 묵과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은 책임을 져야 하고 사죄해야 할 것”이라고 공세를 펼쳤고 민주노동당도 “재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 발언을 살펴보면 노 대통령이 사건에 개입했지만 형사 불소추권 때문에 문제 삼지 않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은 이와 관련, 2003년말 측근비리 수사 당시 김성래 전 썬앤문 부회장 등의 검찰 진술조서를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김 전부회장은 “문병욱 썬앤문 회장이 돈뭉치 2개가 든 큰 쇼핑백을 노(무현) 후보에게 직접 건넸다”고 구체적인 진술을 했다는 게 나 의원의 주장이다.


“어차피 끝나는 마당”

대선 정국과 현직 대통령의 ‘정치 자금’ 문제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 해 안에 이 문제가 다뤄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은 불법 대선자금으로 덧씌워진 ‘부패정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 ‘천막당사’ 등 안간힘을 써왔다. 노 대통령의 대선자금 문제를 되짚기 위해선 한나라당의 자금 또한 함께 도마 위에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떨떠름한 부분도 적지 않다. 유력 대선 주자인 한 인사는 “득보다 실이 많을 수도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열린우리당 이상민 의원은 “한나라당 대선자금의 사용처까지 조사해야 한다”며 “의혹이 있으면 특검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방법이라도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조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재 보여주고 있는 민주당의 태도도 조 의원과 달리 애매모호하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다시 확대되는 것과 관련 “한나라당의 정치 공세일 뿐이다”며 확대를 경계했다. 범여권 통합신당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고 한화갑 전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한 상황에서 다시 문
제가 불거지는 것은 적지 않은 부담이기 때문이다.

야당이 대선자금 문제와 관련, 가뿐하게 칼을 빼들지 못하는 것은 승부사인 노 대통령의 정치 스타일도 한 몫 하는 것으로 보인다.

친박진영의 한 인사는 “어차피 참여정부는 내년 초면 끝나는 것 아니냐”면서 “대선정국에서 들쑤셔봐야 타격을 입는 것은 청와대와 한나라당뿐”이라고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친노그룹을 배제한 통합신당 논의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범여권 후보만 이득을 얻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관련,
범여권에선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과 공멸할 수 있는 특단의 카드를 칭하는 ‘논개론’이 회자된 지 오래다.

송 전총장의 발언으로 재점화된 ‘불법정치자금 폭탄’이 올 대선정국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정치권의 신경이 곤두서고 있다.


#‘10분의 1’진위논란의 진실은?

2002년 대선 전날인 12월 18일, 당시 ‘2002 대선유권자연대’는 각 정당의 대선자금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민주당 298억여원, 한나라당 253억여원, 민주노동당 11억여원이었다.

같은 해 11월 27일부터 12월 17일까지 각 당이 썼다는 이 액수는 회계장부와 증빙자료를 제시한 금액이어서 실제 대선자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게 당시에도 정설이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대선 자금과 관련된 의혹들이 속속 제기되기 시작했다. 불법대선자금만 해도 한나라당은 최소 800여억원, 민주당은 100억원 대에 이르렀다.

2004년 6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 “선거 때 쓴 돈은 노무현 후보 113억8,700만원, 이회창 후보 823억2,000만원”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노 후보측의 불법자금이 6억원 추가르 드러나 상황은 10분의 1.4 수준이었다.

송광수 전총장의 발언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노 후보측의 불법 자금은 165~247억원 사이에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관련해서도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없지 않아 진실 공방은 좀처럼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올 대선의 법정선거비용은 470억원으로 제한돼 있어 대선 후보들이 과거와 같은 선거운동을 치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