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는 발진 내실은 미비

2007-04-06     김 현 
한명숙 ‘여의도 캠프’ 가동 내막
서울 여의도 국회 주변이 온통 대선 캠프 사무실로 활용되고 있다. ‘강인한 여성이미지’의 한명숙 전국무총리도 국회 맞은편 금산빌딩에 캠프 사무실을 마련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전총리측 관계자는 캠프사무실의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분위기다. 아직 조직 정비나 인력충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다. 더구나 공식 대권출마선언을 하지 않은 터라 언론과의 접촉이 더더욱 껄끄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명숙 전국무총리가 ‘정치인’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의도 국회로 한 전총리의 동선이 옮겨지면서 그의 행보에 정치권과 언론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한 전총리는 유력일간지들과 인터뷰를 통해 이미 대선출마를 공식화했다. 지난달 7일 한 전총리가 총리공관을 나와 여의도 국회로 첫발을 내딛던 시점에 정치권에선 범여권의 여성대권후보자로 이미 한 전총리를 당연하게 여겼던 것이 사실이다.

이 시점에 ‘정치인 한명숙’으로 복귀한 뒤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국회 여의도 맞은 편 금산빌딩에 새 캠프 사무실을 꾸렸다.

지난 3월 28일 기자는 이를 확인 차, 캠프사무실을 방문했다. 한 전총리가 국무총리시절 정무비서관을 지낸 신상엽 비서관 등 비서진 3명이 캠프사무실을 지키고 있었다. 사무실은 25~30평 남짓. 대선캠프 사무실로 가동되기에는 상당히 협소하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견해다.

이들 비서진은 기자가 사무실 문을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가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캠프 사무실의 한 비서관은 “아직 언론이나 정치권에 노출되지 않은 캠프 사무실을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는 질문부터 던졌다.

캠프 사무실의 또 다른 비서관은 이날 “매우 바쁘니 지금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며 “나중에 얘기를 하자”고 했다. 예상외로 껄끄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들 비서진들은 언론과도 전화응대를 잘 하지 않는 상태.

특히 이날 같은 빌딩 내에는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의 선거캠프 사무실(약 60여평 정도)도 막 들어선 상태였다.


시민사회세력과 연쇄 접촉
한 전총리는 ‘정치인 한명숙’이란 이름으로 여의도에 복귀한 뒤 잇따라 시민사회세력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3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서울 모처에서 ‘미래구상’의 최열 환경재단대표와 박원순 변호사(희망제작소 대표), 문국현 유한킴벌리 대표이사 사장 등과 접촉한 바 있다.

한 전총리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한 전총리가)계속 시민사회단체와 접촉은 했지만 아직 한번 만난 입장이다”며 “시민사회세력들이 결정을
내리면 직접 연락을 주지 않겠느냐”고 했다. 하지만 ‘연대’라는 테두리로 묶을 이렇다할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소식통은 이에 대해 “한 전총리가 지금 연속해서 시민사회세력들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지만 정책브레인을 구성하는 작업에서 애를 먹고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는 결국 예상외로 동력이 크게 작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 전총리는 이즈음에 정대철 전민주당대표와도 회동을 갖고, 범여권대통합추진방향과 대권출마 등에 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한 전총리는 이뿐만 아니라 종교계 인사, 1970년대 후반에 활동했던 시민세력들과도 연속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게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


아직은 걸음마 단계
대선캠프 사무실을 꾸리는 데는 ‘탄탄한 자본력’과 인적구성’, ‘정책 브레인’ 등이 필요충분조건이다.

하지만 한 전총리 진영에서 보기 드물게 언론과의 접촉을 꺼리는 이유는 탄탄한 조직력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더구나 ‘정치인 한명숙’이 대권행보 과정에서 보여줘야 할 관문은 아직 숙제로 남아있다. 계보가 없는 한 전총리인 만큼 줄서기, 패거리 정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는 총리시절부터 ‘평화’와 ‘통일’ 2가지 원칙에 역점을 뒀다. 지금도 그의 정책기조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
다.

한 전총리측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아직 대권 출마 선언을 하지도 않았는데 캠프 사무실을 공개하고, (한 전총리의)행보를 언론에 알리는 것은 시기적절하지 않다”며 “하지만 아마도 여름옷을 입기 전에 뭔가 분명한 결정이 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선후보 선정의 전진기지?
지난 3월 22일쯤 정대철 전민주당 대표가 서울 여의도 S빌딩에 사무실을 이전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범여권 대통합추진 과정에서 정 전대표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 정 전 대표는 원래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위치한 종친회 사무실에 머물러 있다가 최근 여의도 국회근처로 급히 이전한 것이다.

지난 3월 29일 기자가 정 전대표 사무실을 들렀을 때에는 열린우리당 윤호중, 유필우 의원이 때마침 정 전대표를 방문할 때였다. 정 전대표 사무실은 ‘통일시대준비위원회’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다. 사무실 규모는 약 20여평.

사무실을 이전한 이후 열린우리당 김부겸, 우원식 의원을 비롯해민주당 이낙연 의원 등이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열린정책연구원의 전략연구실 책임연구원 등이 이 사무실을 찾는다는 점이다.

정 전대표는 “열린우리당 의원과도 두루 만나고 있다”며 “통합신당추진에 접착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정 전대표의 정치적 비전도 있다. 그는 통합신당추진에 일정부분 역할을 감당하면 내년 18대 총선에 도전할 의지 또한 있어 보인다.

정 전대표는 “오늘(지난 3월 29일) 점심에 조순 전서울시장과 식사를 함께 했다”며 “조 전시장은 정운찬 전총장과도 사제지간이다. 아직 정 전총장은 만나보지 못했지만 대통합신당추진과정에 함께 합류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구애의 손길을 보냈다.

대통합신당추진모임 의원들이 4월 이후 신당창당을 모색하면 그 때 손학규, 정동영, 김근태, 김혁규, 정운찬, 한명숙, 문국현 등이 대권주자로 나서면 좋지 않겠느냐는 게 정 전대표의 견해다.

현재 열린우리당 의원들 가운데 386세대 의원인 김부겸, 김영춘 의원 등이 정운찬 전총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게 한 소식통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