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DJP연대로 호남과 충청 묶는다

2007-03-14     김대현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 대선승리 로드맵 총력추적
범여권이 결국 외부수혈로 돌파구를 찾았다.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이 대선 출마를 사실상 확정지은 것이다. 통합신당 추진파 좌장인 김한길 의원이 정 전총장과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눈 뒤 벌어진 상황이라, 짐짓 한나라당도 긴장하는 눈치다.
범여권은 공주출신인 정 전총장을 정점으로 호남과 영남 일부를 공략하는 구도로 대선을 준비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이를 위해 ‘신DJP연대’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호남 또는 영남권 대표주자를 묶어 한나라당 대 비한나라당 구도를 재연하겠다는 것.
정동영, 천정배 전장관이 호남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군에 포함된다면, 영남권은 김혁규, 김부겸 의원, 김두관 전장관 등이 있다. 일각에선 여전히 한나라당 손학규 전지사를 통합신당의 주자로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변형된 형태의 DJP연대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 전총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반론도 있다. 이를 위해 통합신당 세력이 대선 직전까지 외부 수혈을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결국, 우리는 합칠 수밖에 없다. 6월에는 어떻게든 모양새를 갖추게 될 것이다.”

지난 7일 열린우리당 김부겸 의원은 향후 정국 전망과 관련, “정운찬 전서울대 총장은 이미 출정 준비를 끝냈지만, 쉽게 기존 정당으로 들어오지 않
겠다는 입장”이라며 “노무현당 이미지로는 어떤 희망도 없다는 얘기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김 의원의 말처럼, 범여권은 새로운 ‘대항마’를 찾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또한, 이들은 대체로 재결합을 하게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범여권 새모델 6월 출현 예고
‘D-day’는 6월로 잡혀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5월경 탈당파 의원들이 신당의 깃발을 꽂으면 열린우리당은 본격적으로 9월 경선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오픈프라이머리의 특성상, 더 이상 늦추게 되면 ‘시간’에 쫓기게 된다.

그러나, 6월에 범여권이 모두 하나로 집결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범여권이 느끼는 절박감이 최고조에 이르지 않았기 때문에 ‘특유의’ 역동성이 발휘되기는 어려울 듯싶다. 그 이전에는 부분적인 결합 또는 연대감을 형성하는 시기로 봐야 한다.

탈당파가 외부에서 정운찬 전총장 등을 영입하며 외연을 확장하고, 열린우리당은 대권 경선 직전까지 ‘투쟁의 연장선상’에서 대형 이벤트를 준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단기 필마’로는 공고한 한나라당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상황 인식에 따라, 극적 효과를 노리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인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거 DJP 연합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가 복합적으로 일어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열린우리당과 외곽 신당을 통틀어 범여권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김두관 전장관, 한명숙 전총리, 김원웅, 김혁규 의원, 정운찬 전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10여명 선이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대상은 역시 정 전총장이다.

범여권은 지난해 치러진 지방선거와 재보궐 선거로 민심이 크게 요동치고 있는 충청권 표심을 잡기 위해 정 전총장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호남 민심은 결국 돌아오겠지만, 충청권을 잃는다면 대선에서 필패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열린우리당 한 관계자는 “범열린우리당, 민주당, 국민중심당은 개별적으로 전혀 힘을 쓸 수가 없다”면서 “상징적 주자를 띄워 통합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남 공주출신인 정 전총장은 이런 기대 속에서 자신의 주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는 것.

정 전총장은 또, 한나라당 성향의 경제적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 골수 한나라당 지지자가 아니라면, 한 번쯤 정 전총장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서울대 총장으로서 국민들이 가지고 있는 적잖은 호감도는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핵심 요건으로 간주해도 무방해 보인다.

최근들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정 전총장의 지지율이 꿈틀거리고 있다.

여기에다가 범여권에서 신경을 쓰고 있는 부분인 ‘탈노무현’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정 전총장은 최근까지 정부의 교육정책, 경제정책에 비판적 시각을 고수해왔다.

교육정책과 관련 “방향은 잘 모르겠으나 대학 입시와 관련한 현재의 3불 정책(본고사, 기여입학, 고교등급제)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했고 “기업이 원하는 건 차선이라도 일관된 정책인데 매일 정부가 무슨 말을 할까(몰라) 자신이 없어서 투자가 안 이뤄지는 면이 있다”면서 일관성 없는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꼬집었다.

정 전총장이 어느 정도 ‘출마의 뜻’을 굳힌 상황이라고 본다면, 이제 남은 관건은 ‘정운찬 효과’를 극대화시킬 추가 전략의 성패 여부다.

가장 합리적인 구도는 과거 대선에서 유효했던 ‘영남 대 비영남’의 전선 구축이다. 현재로선 정동영 전장관이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이다. 김대중 전대통령의 암묵적 지지 하에 호남민심을 확보할 수 있다면 유력한 ‘카드’임에 틀림없다.


‘정운찬 효과’ 기대 반 우려 반
그러나, 정 전장관의 가치를 ‘장밋빛’으로만 전망할 수는 없다. 범여권 내 차기 주자 가운데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5% 수준에서 정체돼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열린우리당의 분열과정에서 이렇다 할 ‘행보’를 피하면서 주도적인 정치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호남 민심을 확보하는데 있어서 정 전장관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 보인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여론조사에서 호남 표심이 한나라당 이명박, 박근혜 두 주자에게 분산되는 현상이 이를 대변해 주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동영 전장관은 열린우리당을 떠날 수도, 마땅한 주도권도 확보하지 못했다”며 “국면을 전환할 수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것 같다”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놨다.

정 전장관도 결국 현상황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보따리’를 쌌다. 여의도를 떠나 민생현장을 둘러보고 훗날을 도모하고 있는 것.

탈당 후 독자행보를 걷고 있는 천정배 전장관도 가능성이 열려 있다. 천 전장관은 호남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규합에 한창이다.

‘리틀 DJ’라는 애칭을 갖고 있는 민주당 한화갑 전대표와의 결합도 여의치 않다. 민주당이 열린우리당과 당대당 결합에 비관적이다. 한 전대표가 일면 호남의 대표성을 가지고 있다손 치더라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피선거권을 상실했다.

이로 인해 정치 분석가들이 전망하고 있는 ‘신DJP연대’는 다소 변형된 형태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정 전총장과 영남권 후보와의 결합이 바로 그것이다.

열린우리당 모 의원실 보좌진은 “수도권 민심이 한나라당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영남을 공략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영남권 대표주자의 필요성을 부각시켰다.

김혁규, 김부겸 의원, 유시민 장관, 김두관 전장관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혁규 의원은 지난 7일 경선 참여를 선언하면서 사실상 대권행보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경남도지사로 시작해 17대 국회에 입성했고, 지난해부터 ‘영남 대표주자’를 자임하며 분주하게 대권 물밑작업을 벌여왔다. 최근에는 부산, 창원, 진주 등을 방문하며 지역 네트워크 확장 및 동향 파악에 주력하는 한편 민주당과도 꾸준히 접촉, 세 확장을 시도하는 중이다.

경주가 고향인 유 장관도 빼놓을 수 없는 ‘잠룡’이다. 최근 당복귀를 거부하고 장관직을 계속 유지하기로 결정했지만, 궁극적으로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두관 전장관은 민생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그도 충청-영남권 주자의 결합에 회자되고 있는 대선주자군에 포함된다.

당내 재선그룹의 좌장격인 김부겸 의원의 경우, 노 대통령의 ‘왕특보’ 이강철 정무특보가 후원해주고 있어 장차 두각을 나타낼 인물로 분류된다.

범여권이 정 전총장에게 공을 들이는 만큼 본인 또는 지지세력이 로드맵까지 작성해 놓았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명박, 박근혜 등 한나라당 주자를 상대로 승산이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지 않고서는 무작정 ‘러브콜’만 보낼 수는 없는 일이다.

‘변형된’ 신DJP 연대는 한나라당 손 전지사에게까지 닿아 있다고 한다. 당내 ‘경선룰’ 결정에 불만을 토로하며, 여야를 넘나들고 있는 손 전지사는 통합신당 대표주자로 가장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


손학규 전지사 통합신당 참여 의문
일부 관계자는 “손 전지사의 성향으로 볼 때, 한나라당 대선주자가 된다면 우리당은 대선을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범여권의 성향과 이념성이 유사한 손 전지사가 한나라당 주자가 된다면, 대선 승리는 불가능해진다는 얘기다.

이 두 사람은 오는 15일 선진한국연대가 주최하는 포럼에 함께 참여할 예정이어서 행보가 주목된다.

안정감, 경제적 식견을 두루 겸비한 정 전총장을 정점으로 범여권이 대선승리의 로드맵을 짜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행보는 예의주시해야할 대선 변수다.



여야 2군 대권주자 총집결

범여권 일각에서 ‘제3지대론’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합을 성사시키기 위해 기존의 틀을 허물자는 것이어서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재선그룹은 오는 15일 상공회의소 대강당에서 열릴 ‘전진코리아’ 창립총회에 여야 2군 대선주자들을 모두 참석시킬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김부겸 의원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선진한국연대’가 주최한다. 유인태 의원, 이강철 정무특보, 이부영 전의장 등이 이 단체에 고문으로 참여하고 있어 범여권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이들은 특히 중도개혁세력의 ‘제3지대 통합론’을 내세우고 여야 정치인들을 하나로 묶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전진코리아 행사에는 손학규 전지사, 원희룡, 고진화, 김종인 의원, 황석영씨 등이 참여할 예정이며, 정운찬 전총장과 문국현 사장에게도 초청장을 보내놓은 상태다.

한편, 한나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서울시장과 박근혜 전대표는 이날 행사 초청자 명단에서 제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