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복심 ‘왕 비서관’ 박·영·준 국무차장 복귀

“낮은 자세로 전국에 MB철학 심을 터”

2009-02-11      기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통하는 박영준 전 청와대 비서관이 화려한 복귀신고를 펼치고 발 빠른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지난 달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에 임명된 박 국무차장은 취임식에서 “청와대가 두뇌이면 총리실은 심장이다. 총리실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이 내각과 전국 구석구석까지 미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지난 해 여권 내 ‘권력 사유화’ 갈등으로 물러난 지 7개월 만인 박영준 국무차장. 그가 복귀함으로써 MB정부의 국정 드라이브에 가속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국무차장은 1960년 경북 칠곡 출생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기업에 잠시 머물다 이상득 의원을 10년 간 보좌한 대표적인 SD계 인사다. 이후 2005년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 시절 정무보좌역을 역임하면서 본격적인 연을 맺게 된다.

박 국무차장은 이후 이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게 되면서 ‘안국포럼’과 외곽조직인 ‘선진국민연대’를 총괄하게 된다.

본격적인 대선레이스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한 박 국무차장은 MB정부가 탄생하는데 일등공신이 됐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총괄비서로 근거리에서 이 대통령을 보좌하게 됐다.

MB정부의 조각 작업에도 깊숙이 참여한 박 국무차장은 정부출범과 함께 청와대에 입성, 기획조정비서관에 임명된다. 명실상부 권력 핵심에서 MB정부의 국정철학을 확립하는데 일조한다.

하지만 내각을 구성하면서 제대로 된 검증작업을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으면서 MB정부 초기 ‘강부자 내각’ ‘고소영 내각’이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는다.

결국 이들 장관들의 내각과 관련해서 인사전횡을 했다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의 ‘권력 사유화’ 발언으로 사표를 내고 청와대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박 국무차장이 이대로 물러나게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왕의 남자’로 통하는 박 국무차장이 이 대통령의 한결 같은 신임을 받고 있다는 것은 정가에서는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실제 박 국무차장이 사표를 쓰고 떠난다는 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멀리 가 있지 말아라”라는 당부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정가에서는 박 국무차장이 복귀 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로부터 7개월이 흐른 지난 1월 총리실로 화려한 컴백을 한 박 국무차장은 정부중앙청사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총리를 잘 모시고 심부름 역할을 하는데 총력을 기울이겠다. 또한 심장의 역할인 총리실에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내각과 전국 곳곳에 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식에서 말한 바와 같이 박 국무차장은 내각을 총지휘하는 총리실에서 주요 정책 현안을 조정하고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집권 2기에 접어든 MB정부의 국정 드라이브를 가장 잘 알고 있는 박 국무차장을 기용함으로써 친정체제를 강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의욕적인 모습으로 국정현장 복귀

청와대에서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박 국무차장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오랫동안 대통령의 보좌한 경험이 있는 박 국무차장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제 살리기에 매진하는데 적임자라고 판단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 국무차장은 임명된 후 기존의 모습과는 달라진 모습으로 언론에 공개됐다. 임명된 다음날 용산사태가 터져 차관회의에 참석하면서 국정 현장에 복귀한 그는 ‘낮은 자세’를 강조하면서 의욕에 찬 모습이었다.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적으로 등장하면서 자신의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지난 해 있었던 일은 내 자신이 부족해서 일어난 일이다. 누를 끼쳐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박 국무차장은 “국정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려면 국무차장의 조정과 통합 역할이 중요하다. 각 부처에 과제로 주어진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역할을 하겠다. 또한 4대강 살리기 사업, 미래 녹색성장 프로젝트는 국가적인 사업이다. 그런 만큼 더욱 열심히 준비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고 문화일보는 전했다.

또한 ‘왕비서관’, ‘왕차관’이라는 별칭에 대해서도 “부풀려진 얘기다. 총리실은 오랜 역사와 전통으로 선진국형 시스템을 확립한 상태다. 이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전달하는데 힘쓰는 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고용 사회안전망 TF회의에서는 그의 카리스마를 확인 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한다.

이날 참석한 참석자들은 낮은 자세로 임하면서도 안건이 있을 때마다 맥을 짚어 각 부처에 지시사항을 하달하는 모습에서 박 국무차장의 의욕을 엿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MB정부의 실세인 만큼 부처 실무자들의 준비가 철저했다. 각 부처에서 추진하는 업무에 있어서 박 국무차장 본인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말을 하면서 의욕에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향후 총리실의 위상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도 “예전의 총리실 회의와 상당히 달랐다. 박 국무차장의 임명으로 총리실 분위기는 상당히 고조된 듯하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총리실 자체에서도 박 국무차장의 임명을 반기는 분위기다.

총리실 한 관계자는 “취임 후 실무자들과 함께 차를 마시며 행정에 대해 잘 모르니 잘 가르쳐 달라는 얘기를 했다고 한다. 겸손한 성격과 친화력이 있어 총리실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행정 경험이 없는 박 국무차장이 중앙행정기관을 지휘·감독하고 각 부처 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한 국정 핵심으로 있으면서 권력 사유화라는 비판을 받았던 전례가 있는 만큼 처신을 잘해야 하는 부담감도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자신을 물러나게 했던 정두언 의원과의 관계설정도 핵심포인트다. 최근 언론에서는 정 의원과 화해 모드에 진입했다는 기사가 종종 나오면서 한시름 놓는 분위기다.

그러나 정 의원과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이 사무차장으로 승진하면서 나란히 차관급에 임명돼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행시 23회로 재경부에서 오랫동안 잔뼈가 굵은 조 사무차장은 한승수 국무총리와 서울대 경제학과 사제지간이다.

이와 관련 정부의 한 관계자는 “나란히 총리실의 차장에 임명된 두 인사가 서로 어떤 관계를 성립할지가 관건이다. 서로 화합을 하면서 국정운영에 전념할 지, 서로 불협화음을 낼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MB정부 집권 2년이 되면서 화려하게 복귀한 박 국무차장이 향후 이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받들며 어떤 행보를 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한 국민들이 원하는 경제 살리기가 얼마만큼 이행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영준 국무차장 프로필

▶ 생년월일 1960년 7월 20일
▶ 출생지 경북 칠곡

▶ 학력
●1979년 대구 오성고등학교 졸업
●1984년 고려대학교 법학과 졸업
●2004년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경제정책학과 졸업

▶ 주요경력
●1986~1994년 대우그룹 기획조정실 근무
●1994~2005년 이상득 국회의원 보좌관
●2005년 서울특별시 정무보좌역
●2007년 한나라당 제17대 대통령선거대책
위원회 네트워크 팀장
●2007년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실 총괄팀장
●2008년 대통령실 기획조정비서관
●2009년 1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