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캠프 ‘총알 전쟁’
2007-02-20 김승현
고건 전총리의 불출마 선언 이유를 놓고 여러 후문이 나돌았지만, 대체로 인력과 자금 부족이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다.
고 전총리 캠프의 핵심 관계자는 “현역 의원을 비롯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지만 고 전총리가 재정 마련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게 실패 요인 중 하나”라며 “식사라도 한 번 해야 후원금이 들어올 텐데 고 전총리는 성격상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다. 자금이 부족하니 그나마 모였던 쓸만한 인재들까지 하나 둘 곁을 떠났다는 게 이 인사의 말.
아직 대선까지 10여개월이 남았지만 한나라당 ‘빅2’의 총알전쟁은 이미 시작된 분위기다. 양 캠프의 자금 사용 규모, 충당 방법 등을 추적해 봤다.
이명박 전시장은 대선 후보 중 자타가 공인하는 재력가다. 공직자 재산등록에 공개된 재산만 해도 170억원대다. 하지만 그는 원외인사여서 합법적인 후원금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단점이 있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당내 대선후보 경선 기간에만 후원금을 거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대표의 재산은 12억원 안팎이다. 하지만 이 중 10억5,000여만원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2층 양옥이 차지하고 있어 실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많지 않다.
대신 박 전대표는 공개적인 후원금 모금이 가능하다. 지난해 3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2005년 정당ㆍ후원회 수입ㆍ지출 내역’에 따르면 박 전대표는 당시 1억6,779만원으로 모금액 순위 11위에 올랐다.
이같은 후원금으로 대선 주자들의 활동을 뒷받침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유력 잠룡들의 한달 캠프 후원비가 1억5,000만원에서 2억원 정도는 될 것이라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운영은 ‘별도’
이 전시장측은 캠프 사무실인 종로구 견지동의 ‘안국포럼’ 사무실(65평)을 사용하는 데 월 임대료로 700만원을 내고 있으며 유급직원 6명의 월급 900만원, 기타 행사비용을 합쳐 월 2,500만원 가량이 든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국포럼’ 사무실에는 10여명이 일하고 있지만 유급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자원봉사자들이라는 게 포럼 관계자의 말. 이 관계자는 “이 전시장이 재력가라고 해서 무턱대고 돈을 쓸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순수하게 캠프에서 사용되는 돈이 이 정도다. 자원봉사자나 특보 등이 사용하는 금액까지 산출하면 더 많아지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자비에서 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여유있는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하는데다 정무직 인사들도 모두 개인 비용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그 기준에 따라 운영비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것.
이 전시장의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도 별도 사무실을 두고는 있지만 재단법인이어서 이 전시장의 후원은 받지 않고 있다. 김영우 보좌관은 이와 관련 “연구원 초기에는 이 전 시장의 후원을 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절대 아니다”면서 “오히려 정체불명의 후원금은 경계하는 등 신경을 쓰고 있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 전대표 측도 여의도 엔빅스 빌딩의 사무실(95평) 임대료와 관리비가 월 700여만원, 상근직원 월급 등 1,500만원 정도가 운영비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캠프에는 20여명의 상근자가 일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무보수 자원봉사자들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태동한 ‘한강포럼’ 등 박 전대표 지지를 선언한 외곽조직은 운영에 있어서만큼은 ‘별도’라고 강조한다. 포럼 인사는 “현경대 전의원 등 일부 회원들이 낸 돈으로 마포에 사무실을 개설했다”며 “앞으로 3,200여명에 달하는 회원들에게 회비를 거둬 운영할 예정이다. 박 전대표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운영은 독자적이다”라고 말했다.
양 측 모두 외곽조직의 운영은 당사자들과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미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십명의 캠프 조직원들, 특보단과 자문교수단 운영비에 개인일정 비용 등을 감안하면 한 달 지출경비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총알’ 마련 방법도 두 사람은 다르다. 이 전시장측은 이 전 시장 소유의 건물에서 나오는 임대수입(약2,000만원)과 강연료 등의 수입으로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2억사용’은 껌값
반면 현역 의원인 박 전대표 측은 합법적인 후원금을 용도에 맞게 사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박 전대표 후원회 담당자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모금 한도액인 3억원을 넘어서 일치감치 창구 문을 닫았다고 한다. 평소 한도액은 1억5,000만원이지만 지방선거가 있었던 지난해에는 2배인 3억원까지 거둘 수 있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대선 후보가 캠프를 차리고 정책개발을 하는 것은 선거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것은 안 된다. 현역 의원이 아닌 사람이 현재 모금하는 것도 위배된다. 개인 혹은 친척의 자금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박 전대표의 경우처럼 현역 의원이 사적인 목적이 아닌 자신의 정치활동을 위해 후원금을 캠프에 사용하는 것도 허용된다.
대선까지의 시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재력가인 이 전시장이 일단 ‘실탄’ 확보에서 앞선 것으로 보이지만 전쟁의 승자가
누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잠룡들, 대선자금 얼마나 들까
법정최고비용 470억원, 통로 찾기 ‘난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올수록 ‘돈줄’ 마련을 고민하는 각 캠프들의 시름 또한 깊어진다.
특히 원외인사인 이명박 전시장 캠프의 경우는 본인이 충당하는 비용이 많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원외 인사들이 당내 대선후보 경선 기간 전이라도 모금을 할 수 있는 개선 방안을 검토했지
만 아직까지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고건 전총리는 이 와중에서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
올 대선의 법정 선거 비용은 470억원이지만 정당 후원금제가 폐지된 만큼 이를 조달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지난해 선관위가 검토했던 안은 대선 주자들이 470억원의 5%인 23억원 가량을 후원회에서 합법적으로 모금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470억원이 모두 걷힌다고 하더라도 이 정도 금액만으로 대선을 무난하게 치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난 2002년 12월 18일 당시 ‘2002 대선유권자연대’가 발표한 각 정당 대선자금 실사 결과는 민주당 298억여원, 한나라당 253억여원, 민주노동당 11억여원이었다. 같은 해 11월 27일부터 12월17일까지 쓴 것에 대해 각 후보 측에서 회계장부와 증빙자료를 제시한 금액이어서 실제 대선자금과는 상당한 차이가 날 것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이후 검찰 조사에서 대선자금은 솜사탕처럼 불어났다. 각종 의혹 등에서 언급된 불법대선자금만 해도 한나라당은 최소 800억원, 민주당은 100억원 대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