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널 앞 노년(老年)

2008-09-26     이병화 기자

오래 사는 것보다 잘 사는 것(Well-Being)이 중요해진 세상이다.

급격히 늘어난 평균수명 탓에 장수(長壽)는 흔한 얘기가 된 지 오래다. 오히려 일찌감치 사회 밖으로 밀려난 노년에게 있어 은퇴는 깊고 어두운 터널 앞에 선 것과 다르지 않다.

해마다 실버취업 박람회가 열리고는 있지만 생색내기에 급급할 뿐. 쓸만한 일자리를 얻었다는 노인들은 찾기 힘들다.

더욱 쓸쓸한 것은 노년을 바라보는 젊은이들의 눈초리가 곱지 않다는 사실이다. 서울시가 매년 실시하는 설문조사 결과, ‘노인복지 확대를 위해 세금을 낼 의향이 있다’고 한 응답자는 2003년 39.7%에서 2005년 31.3%, 2007년 26%로 해가 갈수록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노인 인구의 급속한 증가에도 불구하고 노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경기 불황에 ‘살기 힘들다’는 한숨이 깊은 요즘, 갈 곳 잃은 노년의 한숨도 깊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