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MB복심’ 박·희·태 한나라당 새 대표

청와대와 물밑소통 ‘촛불 정국’ 역할하나?

2008-07-10     이수영 기자

지난 18대 공천탈락으로 정치적 아픔을 겪었던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153석의 거대야당인 한나라당 신임 사령탑으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박희태 신임 대표는 변화보다 안정을 중시한 여당의 선택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쇠고기 파동’으로 대통령 지지도가 10%대로 내려앉을 만큼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관리형·화합형 대표감으로 일찌감치 대세론을 굳힌 박 대표 체제 출범은 예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박 대표는 경남 남해 출신으로 검사, 법무부장관을 거쳐 1988년 13대 국회를 시작으로 정치에 투신한 베테랑이다. 그는 또 검사시절부터 입에 벤 촌철살인의 달변으로 ‘집권여당 사상 최장수 대변인’이라는 기록을 세울 만큼 ‘소통 전문가’로서 자질도 충분하다. 5선 국회의원을 역임하면서도 ‘튀지 않는’ 무난한 정치인으로 신망을 얻은 박희태 대표. 그가 이념과 계파로 갈갈이 찢긴 당청 관계의 새로운 스타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3일 한나라당 전당대회를 통해 당의 신임 사령탑으로 선출된 박 대표는 특유의 유머를 트레이드마크로 지닌 화합주의자다.

1988년 13대부터 내리 5선을 기록한 관록의 정치인이지만 지난 18대 공천에서 탈락하며 충격에 휩싸이기도 했다. 친박과 친이가 맞붙은 공천 파동 와중에 친박 김무성 의원과 함께 낙천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러나 총선 뒤 3개월 만에 집권 여당의 대표로 화려하게 부활할 만큼 박 대표의 저력은 만만치 않다. 공천에서 탈락해 금배지를 잃은 ‘원외 대표’지만 한나라당 안에서 그의 입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탄탄하다.

‘MB의 복심’으로 꼽히는 대표적 친이 인사인 박 대표는 청와대와 이 대통령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상득 의원을 비롯한 당의 원로 그룹의 지원을 받고 있고 홍준표 원내대표 등 신주류와의 관계도 돈독하다.

결정적으로 박근혜 대표와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왔을 뿐 아니라 친박 의원들의 복당을 서두르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선언해 당내 모든 계파를 아우르는 막강한 친화력을 뽐내고 있다. 당 안팎을 통틀어 모든 세력의 지원을 한 몸에 받는 꽃놀이패를 쥔 셈이다.


꽃놀이패 쥔 ‘원외 대표’

검찰총장을 꿈꿨던 엘리트 검사였던 박 대표는 1988년 13대 국회 때 민정당 소속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해 말 당 대변인을 맡아 4년 3개월 동안 활약하며 ‘당대의 명 대변인’이라는 찬사를 한 몸에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검사시절부터 몸에 밴 촌철살인의 위트로 ‘정치 9단’ ‘총체적 난국’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과 같은 기지 넘치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스타급 정치인의 계보를 이어나간 것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초대 법무부 장관에 임명돼 관료계에 발을 들였으나 딸의 이중국적 시비로 중도하차하는 멍에를 안기도 했다.

한나라당의 박 대표 체제 출범은 청와대와 집권 여당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구축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나라당 안에서도 친이 주류인 박 대표가 그동안 ‘통합과 소통’을 내세워 당-청을 잇는 가교를 자임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 당·청 관계는 ‘포괄적 협력관계’로 발전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
이다.

박 대표는 지난해 대선 기간 중 이명박 후보 경선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다. MB캠프의 핵심인 ‘6인 회의’를 이상득 의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등과 함께 주도하며 박근혜 전 대표를 꺾고 이 대통령을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추대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 같은 당내 입지를 기반으로 박 대표는 정권 초기부터 관리형대표 후보로 사실상 청와대와 친이 주류의 강한 지지를 발판 삼아 대세론을 굳혀왔다. 그러나 청와대와 여권이 총체적 위기에 빠진 현재, 박 대표의 ‘온화한 관리자’ 이미지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표가 진정한 화합과 소통을 하려면 ‘구원투수’의 심정으로 쇄신에 임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외유내강’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靑-여당 ‘허니문 시대’ 개막

특히 박 대표 체제가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청와대 2중대’로 평가받는 것은 큰 부담이다. 친박 진영 좌장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허태열 최고위원은 지난 4일 불교방송에 출연해 “(여당 새 지도부가) 청와대 출장소라는 소리가 있다고 했더니 (박 대표가) 아니라고 하셨다. 두고 보겠다”고 말해 강한 의구심을 나타낸바 있다.

그러나 최근 불거진 국가위기 상황을 수습하고 경제 회생을 위한 해결책이 시급한 상황에서 당·청간 긴밀한 협조체제는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박 대표의 ‘가교역할’은 당분간 당 안팎의 지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박 대표의 정치적 경륜을 높이 산 청와대가 그에게 이 대통령의 ‘정치특보’ 역할을 맡길 가능성도 제기 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일 열린 전당대회에서 박 대표는 29.7%의 지지를 얻어 당권을 잡았다. 박 대표와 함께 친이 계파로 분류된 공성진, 박순자 의원 등도 최고위원으로 선출되면서 여당 지도부는 확실히 이 대통령의 색깔이 짙어졌다.

이로써 박 대표는 강재섭 전 대표와는 전혀 다른 당청관계를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박 대표가 해결해야할 첫 번째 과제는 바로 무난한 당-청 관계를 수립하는 것이다. 청와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하지만 ‘이 대통령의 입김에 당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주장을 잠재울 만한 획기적인 ‘한방’이 필
요한 시점이다.

박 대표는 지난 4일 맹형규 청와대 정부수석 비서관의 예방을 받는 자리에서 “오늘 신문 보니 대통령께서 친정체제를 구축했다고 나오는데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의 친정이 한나라당이니 대통령의 친정이 체제를 구축했다는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웃음을 지었다. ‘청와대 대리인’이라는 일부의 비판을 뒤집기 위해 일부러 말을 꺼낸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을 지지하는 특정 계파가 전면에 나선 만큼 박 대표의 의지대로 당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친박 최고위원인 허태열 의원은 ‘당·청 밀월관계 구축’에 대해 노골적인 우려감을 표했다.

허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과 정부가 친이 독식체제로 간다면 소외와 허탈감이 지속될 수 있다”며 “당직을 너무 주류 중심으로 가면 어려워진다”는 입장도 밝혔다. 친박에 대한 당직 안배가 그만큼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이렇듯 친이-친박 계파 간 화합 도모가 박 대표가 해결해야할 두 번째 숙제다. 이를 위해 박 대표는 친박 탈당파 복당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하고 ‘계파간 탕평책’ 등 인재 등용의 규율을 세워야할 위치에 서있다.

복당 문제에 관해 박 대표는 “당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빨리 결론을 결말을 짓도록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러나 ‘당헌상 불가능하다면 어렵다’는 단서를 붙인 만큼 무조건적 친박 감싸기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당 밖에 산적한 과제 가운데 가장 중대한 것은 악화일로로 향하고 있는 ‘쇠고기 정국’을 어떻게 풀 것이냐는 문제다. 시민·종교단체가 합세한 촛불집회는 이미 60여 일이 넘게 계속되고 있다.

여당 입장에서는 촛불을 끄고 안정을 도모하고 싶은 것이 첫 번째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촛불을 끄기 위한 마땅한 명분이 없는 상황에서 박 대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박 대표와 함께 당 지도부에 입성한 공성진 의원은 ‘법과 원칙을 지키면서 정치적 타협을 해야 한다’는 양면 작전을 주장했다. 이것이 여당 지도부의 공식 입장이 될 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쉽지 않은 3가지 숙제

이 대통령의 정치적 파트너로서 ‘개혁 드라이브’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는 면에서 박 대표와 한나라당의 ‘경제 살리기’는 지상 과제가 될 전망이다. 박 대표는 지난 4일 맹 수석과 만나는 자리에서 “국가 경제 회생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운명이다. 경제 살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전진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그는 또 “가장 시급한 당의 화합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데 전력을 기울이고 경제 살리기를 위해 노력 하겠다”면서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에 힘을 합쳐 국난으로 표현되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즉, 경제 살리기에 앞으로 당의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구체적 방안을 놓고 당과 청와대 그리고 정부가 상당한 이견을 보일 가능성도 있어 ‘소통 전문가’ 박 대표의 리더십은 빠른 시일 안에 엄격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박희태 새 대표 프로필

출생 : 1938년 8월 9일
출생지 : 남해
직업 : 정당인, 전 국회의원
소속 : 현 한나라당 대표
가족사항 : 아내, 2녀
취미 : 바둑
학력 : 경남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학 학사
1961 제13회 고등고시 사법과 합격

수상내역 : 홍조근정훈장
경력 :
2008. 07 한나라당 대표
2008. 03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2007. 06 한나라당 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
2004. 06 ~ 제17대 국회 부의장
2004. 05 ~ 2008. 05 제17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3. 05 ~ 2003. 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2. 05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0. 05 ~ 2004. 05 제16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7. 11 한나라당 경남 남해 하동지구당 지구당위원장
1996. 04 ~ 2000. 05 제15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1994. 06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
1993. 08 법률구조공단 이사
1993. 02 ~ 1993. 03 제42대 법무부 장관
1992. 05 ~ 1996. 04 제14대 국회의원
1988. 04 ~ 1992. 05 제13대 국회의원
1987. 06 ~ 1988. 04 부산고등검찰청 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