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랑 찬 ‘DJ 최측근’ 조·풍·언 무기중개상

‘조풍언 게이트’ 비밀 열리나?

2008-06-05     윤지환 기자

대검 중수부(부장 박용석 검사장)는 지난 13일 재미교포 무기 거래상 조풍언씨(68)를 구속·수감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조씨는 1999년 대우그룹 퇴출 저지를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검찰은 조씨에 대해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 영장을 청구했다. 조씨는 자신의 회사인 홍콩소재법인 KMC가 최대주주로 있는 대우정보시스템의 전환사채(CB)를 헐값에 G사로 넘겨 회사에 수백억원대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씨가 구속되자 검찰 주변과 정치권 일각에선 DJ정부 당시 여러 비리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 개인 비리혐의를 조사하고 있을 뿐 다른 조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해외금융법인을 통해 빼돌린 4430만달러 중 일부를 조씨 측에 전달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KMC 명의의 대우정보시스템 주식 중 일부분의 현재 보유자를 확인하고 압류한 상태다. 검찰은 향후 조씨에 대해 G사가 CB인수자금으로 사용한 100억여원의 성격과 G사가 실제로 조씨의 소유라는 의혹, 대우그룹 퇴출저지 의혹에 대해서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에 따라 조풍언 게이트의 실체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이 김우중 전 대우 회장 일가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면서 조씨에 대한 수사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검찰은 1999년 대우그룹 퇴출과정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인 조씨가 대우 퇴출 저지를 위해 당시 정치권 등에 로비를 벌였는지 여부를 밝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김 전 회장은 대우그룹 퇴출이 결정되기 직전인 1999년 6월 대우의 해외비밀금융조직 BFC를 통해 재미교포 무기중개상 조풍언(68)씨에게 4400여만달러를 송금, 재산을 은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조씨에 대해 풀리지 않는 가장 큰 의문은 그가 왜 국내로 자진 입국했는가 하는 점이다. 더욱이 자신에 대한 강도 높은 검찰수사가 예견됐음에도 입국을 감행한 이유는 여전히 수수께끼다.

검찰도 이 점에 대해선 철저히 입을 닫고 있다. 조씨 입국 초기 검찰은 조씨가 입국한다는 정보를 우연히 접하고 그를 공항에서 연행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풍언 기획입국설 진위

그러나 조씨는 이미 그 전부터 국내를 자유롭게 드나든 것으로 알려져 검찰의 이 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일부에선 조씨가 작심하고 입국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주변인들은 조씨가 그동안 자신에게 제기된 여러 가지 의혹들을 완전히 벗어던지기 위해 검찰 조사를 자청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선 조씨가 현 정부와 모종의 거래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가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의혹해소를 목적으로 무작정 귀국할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조씨의 계좌추적 등을 통해 지난 2005년 수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대우그룹 정관계 로비의혹을 밝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또 검찰은 지난 2000년을 전후해 벌였던 한국형 고속철도사업에 대해서도 조씨의 개입여부를 조사 중이다.

검찰조사가 진전을 보임에 따라 검찰 칼날을 어디로 겨누고 있는지가 관심사로 떠오른다.

정관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명박 정부 사정기관이 모두 TK 라인으로 교체되면서 지난 10년 정권의 각종 의혹들을 본격적으로 수사할 것”이라는 소문이 대선 직후부터 떠돌았다. 이에 이번 조씨의 입국이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양 정권에 대한 심판의 시작일 수도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이를 뒷받침하듯 검찰은 이용호 게이트 사건, 친노의원들에 대한 여러 의혹들을 다시 수사하고 있다. 아울러 지난 두 정권 때 숙제로 남겨둔 DJ비자금 의혹과 각종 게이트들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씨는 김홍걸(DJ의 3남)씨의 뒤를 봐줬고 DJ정권 당시 실세들과 매우 가까웠던 인물로 DJ정부의 각종 비리사건에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정치권 일각에선 조씨의 입국이 기획입국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현 정부가 조씨의 검찰조사를 추진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

한나라당은 현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대우로비의혹, DJ의 비자금 의혹 등과 관련, 핵심인물인 조씨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도 기획입국 의혹에 무게를 싣고 있다.

미국시민권자이자 거물급 무기중개상인 조씨가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는 내막과 그에 대한 검찰 수사가 어떤 결과를 도출해낼 지 귀추가 주목된다.

대우정보시스템의 대주주는 외국계 회사인 Glory Choice China .ltd다. 이 회사는 외국계 M&A 전문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대우정보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대우정보시스템의 대주주는 홍콩계 투자회사인 KMC였다가 최근들어 대주주가 바뀐 것이다.

KMC는 조씨가 홍콩에 세운 이른바 ‘페이퍼 컴퍼니’다. 대우정보시스템의 전체 지분 중 43.1%, 약 83억원 정도의 지분을 이 회사가 소유하고 있었다.

대우정보시스템은 대우 계열사 중 알짜 기업으로 최근 대외사업을 활발히 진행하는 등 전망이 밝았다. 그럼에도 KMC는 100억원 가량의 전환사채를 발행해 대우정보시스템을 Glory Choice China .ltd에 팔았다.

주목을 끄는 것은 조씨가 입국하기 직전 이 같은 일이 진행됐다는 점이다.

왜 조씨는 대우정보시스템의 2대주주로 물러난 것일까. 일부에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비자금 은닉의혹에 대한 검찰수사의 초점을 흐리려는 의도된 시나리오일 수도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이상한 대우정보 자금흐름

대우정보시스템은 조씨와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과의 커넥션을 규명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다. 조씨가 대우정보통신을 인수할 당시 증권가에선 인수자금이 김 전 회장의 비자금이며 따라서 김 전 회장의 소유나 마찬가지란 소문이 나돌았다.

또 일각에선 김 전 회장이 해외로 빼돌린 막대한 비자금을 조씨가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런 여러 의혹들에 대해 조사하던 검찰은 조씨에 대한 직접조사가 힘들다는 이유로 수사를 중단한 바 있다. 하지만 조씨는 검찰 수사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 특별한 이유 없이 대우정보통신의 대주주에서 물러났고 뒤이어 입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전방위 검찰수사 어디까지…

LG가 여행사 대주주 구본호씨 소환 커넥션 들춰

조씨는 2006년 자신이 대주주로 있는 대우정보시스템의 전환사채(CB)를 시세보다 저가로 중국계 회사인 글로리 초이스 차이나사에 매각, 회사에 300억~500억원의 손해를 입힌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조씨를 구속한 하루 뒤인 지난 16일 대우정보시스템을 압수수색했고 지난 23일에는 증권가의 큰손 LG가 구본호씨를 소환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또 지난 27일에는 김 전 회장 및 아들의 자택,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가 관여하고 있는 베스트리드리미티드사(옛 대우개발)과 김 전 회장의 아들 선협씨가 대표로 있는 경기도 포천의 아도니스 골프장을 압수수색했다.

구씨가 소환된 이유는 그가 대주주로 있는 레드캡투어의 2006년 유상증자에 글로리 초이스 차이나가 참여, 거액의 차익을 얻었기 때문이다. 즉, 대우 자금이 레드캡투어의 유상증자 대금으로까지 흘러 들어간 것이다.

이에 검찰은 대우 측이 조씨에게 송금한 자금이 레드캡투어로 흘러간 과정을 규명하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또 검찰은 대우그룹 구명을 위한 불법적인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하지만 이미 오래전 일이기 때문에 당시 사건을 다시 캐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풍언 누구인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사로 잘 알려진 조풍언씨는 당시 ‘숨은 실세’로 통했다.

조씨는 1985년 미국으로 건너가 호텔업과 한국과의 무기거래 중개를 통해 재산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과 조씨의 인연은 각별하다. 어린 시절 조씨는 전남 목포에서 김 전 대통령의 이웃집에 살았고, 김 전 대통령은 조씨의 부친이 운영하던 선박회사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이 같은 인연 덕에 김 전 대통령과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오면서 가족들의 대소사에도 도움을 줬다는 후문이다.

또한 그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의 경기고 2년 후배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시절 김 전 회장이 김 전 대통령에게 펼친 대우그룹 구명 로비가 조씨를 매개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은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검찰은 2005년 9월 김 전 회장이 대우그룹의 해외 비밀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를 통해 4430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26억 원)를 조씨에게 전달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조씨가 받고 있는 혐의 중에는 그를 둘러싼 정치적인 의혹과 직결된 것은 없다. 그러나 조씨가 구속됨에 따라 검찰 수사는 대우그룹 구명 로비 의혹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따라 김 전 대통령 정부 당시 조씨를 둘러싼 정치권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