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복음화 주도 글로벌 인재 양성할 터”

화제의 인물-아세아연합신학대 고세진 총장

2008-04-23     김종훈 기자

강원도 산골 소년이 공고 전기과를 나와서 피나는 노력 끝에 국내 최고의 성서고고학자가 된 후 대학총장자리까지 올랐다. 영어 히브리어 등 뛰어난 외국어 구사력은 물론 경영 능력까지 고루 갖춘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근동고고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민족의 자부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이스라엘 예루살렘대 교수 및 총장을 거쳐 아세아연합신학대에서 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는 고세진(55세) 박사가 그 주인공.

서울신학대 출신인 고 총장은 지난 1970년대 말 대학원 재학시절 영어회화를 배웠던 미국인 세라씨와 국제결혼했다.

군인이라 매우 보수적이던 아버지는 물론 지인들 대부분이 결혼에 반대했지만 그의 고집을 꺾을 수 없었다. 결혼 후 해병대에 자원입대 했다.

고 총장은 제이슨(18) 수지(13) 등 두 자녀를 모두 입양했다.

“결혼해서 한국에서 살 생각을 했기에 아내가 먼저 입양을 제안했죠. 한국 사회가 혼혈아를 차별하니 우리 아이들도 그 같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거라면서요.”


미국인 부인, 입양아 남매 둬

두 아이를 입양해 키워 한국에서는 그를 ‘입양전도사’로 부른다. 두 아이들을 기른 배후에는 미국인 아내 세라(Sarah)가 있고, 두 사람은 동서양의 지혜와 육아법을 동원해 아이들을 양육했다.

첫째인 아들 제이슨은 18살 고등학생으로 성장했고, 둘째인 딸 수지는 미국 시카고의 음악영재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금 두 명의 입양아를 보면 주위에서는 성공적인 입양이라고 하지만 아이들이 자라기까지 고 총장 부부에게는 남모를 눈물과 사연이 있었다.

고 총장은 “입양된 아이는 잘해줘도 잘못되기 싶다. 수지에게 삶의 희망을 주고 보람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일이 무얼까 고민하다가 기도 중에 바이올린을 가르치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지는 바이올린 교육을 받은 지 1주일 만에 음을 정확히 낼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13살의 바이올린니스트인 수지는 지난달 전 미국 음악교사협회 주최로 열린 기악콩쿨대회 모든 지역예선에서 1등을 하는 등, 미국과 이스라엘의 각종 콩쿨대회에서 수차례 수상한 경력을 가진 ‘음악신동’이다.

이미 작년 5월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연주했고 오는 9월에는 KBS 오케스트라와 협연이 확정됐다. 6월9일에는 미국 ABN TV Network이 현악 천재들 중 수지를 선정해 방송하기로 결정했다.

입양 당시 10개월이던 아들 제이슨은 불과 두 달 후 ‘악성신장염’이라는 불치병진단을 받았다.

고 총장은 미국과 이스라엘 최고의 의사를 찾아다녔다. 몸이 거의 두 배로 붇고 호흡이 곤란해지는 이 병은 면역력이 급격히 저하되기 때문에 감기라도 걸리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고 총장과 가족의 노력으로 제이슨의 증상은 13세부터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육군사관학교를 지원하겠다고 할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고 총장은 “아시아 복음화를 촉진하기 위해 설립한 대학의 설립 이념에 걸맞게 국제화를 주도하는 견인차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 이스라엘 영국 등 국제네크워크를 활용, 세계화에 앞장서는 총장이자 학교의 학문적 성과와 전문성을 높이는 총장이 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고 총장은 세계 교계에 국제화된 인재를 공급하고 교수진은 양질의 강의와 더불어 학생들을 위한 섬김의 멘토가 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재원 마련에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대학을 글로벌화 할 수 있도록 2년은 원하는 국가로 가서 수학하도록 제도 개편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아세아연합신학대는 그동안 한국인 외에 400여명의 세계 각국 유학생을 그리스도의 정병으로 훈련시킨 뒤 선교사로 역파송해왔다.

현재 15개국에서 온 40여명의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고 총장은 이 점을 적극 활용, 외국 유학생의 수를 200명까지 끌어올려 명실상부한 아시아 최고의 신학부로 만들 계획이다.

또 해외 유명대와 단순한 자매결연 차원이 아닌 실질적인 교류로 새로운 학풍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할 생각이다. 그는 “네트워킹된 해외 선교지 대학과 연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지적 욕구를 채우는 동시에 선교지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갖도록 도울 것”고 말했다.


불의와 타협 않는 강골

총장으로서 많은 과목을 가르칠 수 없게 돼 아쉽다고 했다. 성서고고학개론, 성서지리학, 근동고고학 입문, 근동고고학 문헌과 발굴, 히브리어, 성경과 고대 근동문서 등에 이르기까지 지난 수년간 가르친 과목이 꽤 많다.

매년 성지 연수 프로그램을 직접 인도하기도 했다. 고 총장은 “머리가 비면 학자로서 수명이 다하게 된다” 며 “여건이 되면 학생들을 가르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세진 총장은?

서울신학대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이스라엘 예루살렘대학 교무처장과 고고학연구소장, 총장을 역임했으며, 미국 시카고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로 근동고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시카고대는 한국인 80% 이상이 졸업하지 못할 정도로 한국인 졸업생이 극히 드물어 고 총장의 근동고고학 박사학 수여는 국내에서도 주목 받았다.

시카고대는 최근 80번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등 가장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대학교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고 총장은 학문 연구에 몰입하고 즐거워하는 전형적인 교수 스타일이다. 그러면서도 법과 질서는 철저히 지키며, 불의와 절대 타협하지 않는 강건한 성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