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입성 ‘6선 고지’ 밟은 정·몽·준 의원

아버지가 못 이룬 ‘큰 꿈’ 실현하나?

2008-04-17     백은영 기자

정몽준이 크게 웃었다. 지난 4월9일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대권주자이자 정치적 거물인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를 크게 제압하면서 손쉬운 낙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정 의원이 거둔 이번 선거의 승리는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껄끄러운 상대였던 정동영 후보에 치명상을 입히고 자신은‘큰 꿈’을 여는 정치적 교두보를 선점한 것이다. 정동영 후보의 낙선은 단순히 한 개인의 몰락뿐 아니라 통합민주당의 총체적 위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이번 정몽준 의원의 당선은 그의 정치적인 영향력을 과시했을 뿐만 아니라 당권을 넘어 대권까지 바라볼 수 있는 현실정치의 핵으로 우뚝 섰다는 데에 있다. 또한 당내에서는 이재오·이방호 등 친MB 계열 의원들의 낙선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수족이 잘라나간 상황에서 친박세력을 견제할만한 대항마로 가장 적절한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친이 핵심세력으로 불리는 이상득 국회 부의장, 소장파 리더인 정두언 의원과 함께 곧 MB핵심 사령탑으로 무게중심을 잡을 거라는 얘기가 정치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처럼 정몽준 의원의 꿈은 영글고 있다. 그가 꿈꾸는 고지는 금빛 화려한 봉황이 새겨진 대통령 집무실이라는 데에 의문을 두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대가 왕자에서 시작해 대권을 향한 그의 집념이 이제 본격 시동을 건 것일까? 정몽준, 그가 꿈꾸는 화려한 금빛 날개짓을 따라가 봤다.

정몽준 의원의 바람은 거셌다. MBC 여기자 성추행 파문도, 뉴타운 위치 시비도 모두 잠재웠다. 자신을 내리 5선 의원으로 만들어준 울산이라는 프리미엄을 버리고 낯선 서울 한복판에서 격돌하는 정치적 모험까지 감행했지만 동작을 지역에 ‘몽준 바람’을 불게하며 서울 입성에 성공했다.

이처럼 정 의원은 그동안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이라는 지역적 특혜를 받은 ‘현대 울산왕자’라고 비하하는 사람들에게 보란 듯이 승기를 잡아 정치적 영향력을 과시했다. MB의 적통을 이어받을 강력한 후계자로 급성장했다.


초등학교 동창 박근혜와 경쟁

하지만 그의 향후 정치적 여정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다. 몇 가지 치명적인 약점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당내 입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20여 년 간 홀로 정치생활을 했던 그에게 ‘몽준맨’을 자처하며 따르는 자가 많지 않다. 그만큼 울산이라는 무대가 보금자리이면서 한편으론 좁은 한계무대였다. 결국 그를 키운 울산이 반대로 입지를 좁게 만들게 된 이유가 된 것이다.

이에 정 의원이 초등학교 동창인 박근혜 전 대표와 대적하기에는 인맥뿐만 아니라 지역적 입지에서도 파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박 전 대표 주변에 운집해 있는 친박 세력과 전국적으로 골고루 퍼져있는 지지층은 두텁고 단단하다. 한나라당 당권을 두고 MB의 대리전을 펼쳐 차후 대권에 도전해야하는 그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자 뛰어넘어야하는 존재는 무엇보다도 박근혜 전 대표다.

또한 그의 과거 정치적 이력도 문제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꿈꿨던 지난 제 16대 대선의 파격적인 행보는 과연 보수냐 진보냐는 정치이념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나 정치인으로의 윤리적 도덕관에 대한 비난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선거 마지막 날 뒤집은 노무현 후보 지지포기 선언은 정치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가져야할 기본적인 신뢰를 깨버리는 배신행위라는 딱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정 의원은 단순히 정치논리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다. 그는 기존 기성 정치인과는 다른 영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여론조사에서 가장 존경하는 경제인 1위로 꼽힌 고 정주영 회장이 가장 아낀 아들이자, 현대정신을 계승한 실질적 오너이기 때문이다.


2011년 FIFA 회장 도전장

최근 파문을 일으켰던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김주현)이 작성한 ‘7주기를 맞아 재조명해보는 정주영 경영전략’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도 나왔듯이 현대그룹의 막강한 파워는 그대로 그러난다. 2006년 기준으로 범(汎)현대그룹의 자산은 136조 4040억원, 매출액 135조 3440억원, GNP 대비 매출액 기여 16%로 집계됐다. 또한 범현대그룹의 계열사는 118개사이다. 2007년 4월 기준으로도 범현대그룹의 자산 규모는 재계 순위 1위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경제의 막강한 대동맥이다.

아울러 118개 계열사의 직원, 그들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하청업체의 관계자들까지 그들은 거대한 특별시의 인구와 맞먹을 정도이다.

이에 정 의원은 정치적 영향력이 부족할지는 모르지만 경제적 영향력은 정치인 중 가장 폭발력을 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정 의원은 활발한 국제 활동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축구외교’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명망있는 활동가로 알려져 있다. 국내적으로는 국민들에게 최고 감동을 안겨준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유치한 장본인이다. 또 대한축구협회 회장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에 재선임 되면서 2011년 5월까지 임기가 연장됐다.


대권 신호탄은 뭘까?

정 의원은 횟수로 14년째 국제축구연맹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또 2011년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지않은 국제축구연맹 회장직의 도전도 큰 그림을 그려야하는 밑그림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와 경영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키워오는데 큰 힘이 돼온 축구외교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 의원은 자의든 타의든 피할 수 없는 당권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친이계열의 우군 지원이 절실한 가운데 그만큼 입맛에 맞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가까이는 7월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를 놓고 박 전 대표와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경합을 펼칠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또한 당내에서 박 전 대표의 견제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는 가운데 복당문제가 해결될 경우 김무성 의원이나 서청원, 홍사덕 당선자 등이 비교적 손쉬운 상대로 나서 친이·친박 대리전을 치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4선에 성공한 남경필, 3선 중진반열에 오른 원희룡, 정병국, 박 진 의원 등 소위 소장파들과도 피할 수 없는 한판승이 예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국회 부위원장과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막강한 후광을 업고 정치적인 힘의 세력을 키워갈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갈 곳 먼 정 의원의 정치적인 항로는 본격적으로 돛을 올리고 출항을 준비 중이다. 그의 멀고 긴 항로에서 만나게 되는 태풍들을 어떻게 잠재우며 자신이 원하는 유토피아의 신대륙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실패가 없었던 정 의원이 쏘아올린 대권을 향한 신호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정몽준 의원 주식부자도 1위

3조원 상회, 정몽구·이건희 회장 따돌려

지난 18대 총선 하이라이트로 꼽혔던 동작을에서 승리한 정몽준 의원이 주식부자 순위에서1위로 꼽혔다.

정몽준 의원은 지난 4일 기준으로 3조2593억원의 지분을 소유해 주식부자 1등에 등극했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 4일 종가기준으로 1785개 상장사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4100명이 보유한 주식지분 가치 평가에서 1000억 이상 주식부자는 147명이었고, 이 중 1위는 정 의원이 차지했다. 정 의원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지분율 10.8%)이다.

2위는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이며 보유지분 가치는 2조 7859억원이다. 3위는 연초보다 14% 오른 1조 9771억원의 지분을 보유하며 2조원대 진입을 눈앞에 둔 이건희 삼성 회장이다.

뒤이어 4위에는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1조 8579억), 5위는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1조 5660억), 6위는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1조 5153억원) 등이 주식 부자 자리를 차지했다.

7위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8위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9위는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기록했다.

또한 지난달 말 1조원대 클럽에 들었던 이수영 동양화학그룹 회장은 동양제철화학의 주가 조정으로 9148억원으로 보유지분 가치가 하락했으나 연초보다 31%나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리움미술관 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도 연초 대비 16% 이상 보유지분 가치가 상승했으며,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2세인 조현준, 현문, 현상씨 형제도 연초 대비 11~12% 지분 상승을 기록했다.

사진설명 : 18대 총선 결과가 나온뒤 부인 김영명 여사와 함께 지지자들에 둘러싸여 환호하고 있는 정몽준 의원. 서울에서 화려하게 컴백한 그의 꿈은 이뤄질까?


#<정몽준 의원 프로필>

1950년 부산출생
1975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 졸
177년 육군중위 만기전역(ROTC)
1980년 미국 MIT 경영대학원 졸업
1982년 현대중공업 사장
1987년 현대중공업 회장
1988년 13대 국회의원 당선
1991년 현대중공업 고문
1992년 14대 국회의원 당선
1993년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4년 국제축구연맹 (FIFA) 부회장(現)
1996년 15대 국회의원 당선(울산 동구),
1997년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1997년 한국 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특별초빙교수
2000년 16대 국회의원(울산 동구)
2000년 2002년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
2004년 17대 국회의원(울산 동구)
2008년 18대 국회의원 (서울 동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