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폭탄 맞은 의사들
질병관리본부 지침대로 안내했더니 ‘진료 거부’ 신고 당해 바이러스 생겨 병원 환자 줄면 매출 악화 → 경영난 ‘악순환’ 의료기관 손실보상 공통 적용 기준 아직도 없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 없는 유치원, 졸업식 없는 대학, 단축영업 시작한 커피전문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들의 일상을 바꾸어 놓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와 가족 그리고 일반 시민들은 하루하루 노심초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마스크를 매점매석하는 비상식적인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일반 병원을 상대로 갑질을 하는 자자체도 있다.
지난달 30일 성남시는 관내 의료기관 939개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 관련, 의료기관 진료거부행위 금지 요청’ 공문을 보냈다.
성남시는 공문을 통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관련하여 일부 의료기관에서 중국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한다는 환자들의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며 “감염병의 확산은 특정 기관이나 지역을 넘어서는 국가 차원의 위기인 만큼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진료 요청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기 바라며 이와 관련한 미원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아래 법률에 따라 행정처분 및 고발조치될 수 있음을 알려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38조 감영병환자 등의 입소 거부 금지, 의료법 제15조 진료거부 금지 등에 관한 법규를 소개하며 위반 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 만 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기 1개월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렸다.
문제는 이 같은 성남시의 행동이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의료기관 지료지침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성남시, 감염증 의심 환자
선별진료소 보내면 고발
경기도 의사회는 지난 4일 성남시의 공문과 관련해 ‘의료기관에 대한 무분별한 갑질, 협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먼저 경기도 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성남시가 관내 939개 의료기관에 보낸 협박 내용은 질병관리본부, 복지부가 내놓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의료기관 진료지침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지침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는 ‘최근 14일 이내 중국 여행력이 있는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의심되는 환자가 왔을 때 선별진료가 어려운 의료기관에서는 의심 환자를 선별진료소로 방문할 수 있도록 안내’ 하도록 하고 있다.”라며 “최근 무증상 전염 사례, 중국 외 지역 여행 후 확진 사례 등에서 보듯이 현재 규정으로도 신종 감염병 전파를 막기 부족하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이 기준을 좀 더 강화해도 모자랄 지경인데, 성남시에서는 중국 여행력이 있는 우한 신종 코로나 감염증 의심 환자를 선별진료소로 안내하는 의료기관을 진료 거부로 행정 처분, 고발하겠다고 겁박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의사회는 “만약 성남시의 협박이 무서워 감염병 관리기관도 아니고 선별진료소도 갖춰지지 않은 일반 의료기관에서 우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의심환자를 무분별하게 진료하다가 방역이 실패하는 경우 어떤 책임을 질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감염병 예방법 36조3항에는 오히려 ‘시장‧군수 등은 감염병관리시설의 설치 및 운영에 드는 비용을 감염병관리기관에 지원하여야 한다.’고 했는데 은수미 시장은 공문을 보낸 939개 회원기관에 감염병 관리에 필요한 시설과 비용을 지원한 사실이 있는가?”라며 아무런 지원이 없는 성남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우한 신종코로나 감염증 환자가 다녀간 경기도 내 의료기관들은 강제로 문을 닫고, 회원들은 경영 악화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2월4일 정부(중앙사고수습본부)가 내놓은 대책에도 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이동식 엑스레이 장비 구입을 위한 예산 188억을 집행하고, 임시생활시설에 입소한 교민들에게 어린이를 위한 장난감을 구입해 제공하는 등의 안은 있지만, 정작 일선에서 국민 건강을 책임지다가 문을 닫게 되는 의료기관에 대한 지원책은 찾아볼 수 없다”고 개선책 마련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경기도 의사회는 “경기도의사회뿐 아니라 대한민국의 모든 의사들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와 같이 정부의 합리적 지원은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란 걸 알고 있으면서도 직업적 사명감으로 환자 진료의 최전선에서 진료에 임하고 있다”라며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이라도 일선의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지원, 보호하고 그 과정에 생기는 피해를 구제하는 합리적인 지원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 마음 이해하지만...
병원 손실, 누가 책임지나
바이러스가 유행할 때 의료진은 사실상 최전선에서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경기도 의사회의 설명처럼 정부의 합리적 지원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도 환자들을 진료할 수밖에 없다.
실제 병원에 애원한 환자가 바이러스 확진자로 판명돼 병원의 문을 닫아 경영상 손실을 보더라도 이를 감수하고 진료를 하는 병원들이 대다수임에도 성남시는 일반 상식에 벗어나는 협박성 공문으로 의료기관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경기도 의사회의 성명서 발표 이후 성남시는 공문 철회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를 비롯한 지자체의 일선 의료기관 지원대책은 여전히 미흡한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부 병원들은 이른바 환자들의 갑질로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 내에서 4년째 피부과를 운영하는 의사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환자 B씨는 중국에서 입국 후 14일이 지나지 않은 채로 병원에 내원해 처방전만 발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처방전 발급을 위해서는 진료가 원칙이다.
결국 진료를 할 수 없었던 병원 측은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2주 뒤 내원 하거나 급한 진료의 경우 1339에 신고 후 선별진료 가능한 병원으로 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문제는 그 이후 발생했다. 화를 내고 귀가한 환자 B씨는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와 보건소에 해당 병원을 ‘진료거부’로 신고했다고 알려 왔다. 그러면서 화를 낸 것은 물론이고 다시는 병원에 방문하지 않겠다며 목소리를 높인 채 전화를 끊었다.
병원 측은 환자의 마음을 백번 이해하지만 감염병 확산 방지 및 예방을 위한 지침을 따른 병원을 진료거부로 신고한다는 점은 너무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사례는 이 병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영향으로 병원을 방문하는 환자가 줄면서 매출 악화에 경영난으로 이러지는 병원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는 의료기관의 손실 보상에 소극적인 게 사실이다.
이와 관련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지난 7일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의료기관 손실보상 관련 질문을 받았다.
노홍인 총괄책임관은 “손실보상은 다양한 형태로 발생할 수 있다. 의료기관의 손실보상은 공통으로 적용할 기준을 만들려고 한다. 이에 따라 사례별로 부합 여부를 판단하고 이에 따라 손실보상 심의위원회의 심의 거쳐 최종 보상액을 결정하는 것이 절차다. 일률적인 보상 기준 제시는 어렵다. 공통 기준을 제시하려 하겠지만 구체적 명시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호트 격리와 보상 개념은 다르다. 폐쇄하거나 운영 못할 경우 보상이 주어지는 것이다. 이는 코호트 격리 여부에 상관없다. 물론 실제로 코호트 격리가 된다면 위험 환자 외 일반 진료를 할 수 없으므로 보상이 이뤄질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