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트렌드 읽는 게 성공비결”
2007-12-04 김종훈
창업 6개월 만에 하루 판매량 최고 500개를 돌파하며 온라인마켓 여성의류 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당찬 민준홍 사장의 나이는 이제 서른넷이다. 오픈마켓에 인터넷 옷가게를 창업한지 겨우 6개월 만에 그는 10년간 품어왔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냈다. ‘보이프랜’은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에 입점해 있는 여성 캐주얼 의류 인터넷 숍. 올 초 문을 열어 지난 7월 ‘마바지세트’를 만들어 히트 치며 한 달 동안 단일 제품을 3000장 이상 판매했다. 지난 10월에는 캐릭터셔츠만 1000장 넘게 팔기도 했다. 온라인마켓의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인 민 사장을 만나 창업 성공비결을 들어봤다.
“10년 전 동대문 남평화시장에서부터 청바지 도매점의 점원으로 시작해 밑바닥을 다진 뒤 지난 1999년 청바지 도매점을 오픈했지만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사업을 접었어요. 그때 중국산 청바지와 잠바를 수입해 팔았는데 워낙 경쟁이 치열한데다 마진이 적어 사무실을 유지하기도 힘들었습니다. 지난 2005년 다시 남성트렌드 매장으로 재도전을 했지만 현상유지를 벗어나지 못한 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죠. 제가 워낙 옷을 고르고 쇼핑 하는 것을 좋아했으니까요”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는
마음 읽어
두 차례의 좌절 끝에 다시 옷가게를 내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고 잘나가는 옷가게 사장이 되겠다는 꿈을 결국 접어야만 했다.
“하지만 최근 유통시장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어요. 나도 그렇고 주변의 친구들을 봐도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 쇼핑을 많이 이용하고 구매 역시 온라인을 통해서 많이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거다 싶었죠”
그렇게 해서 우여곡절 끝에 만든 브랜드가 지금의 ‘보이프랜’이다. 여성 옷 전문점의 상호가 웬 보이프랜인가 의구심이 드는 사람도 있을법하다.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기 위한 젊은 여성들을 표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창업 6개월 만에 온라인마켓서 돌풍을 일으킨 비결에 대해 물었다. “비결이요. 의외로 간단해요. 여성들이 많이 사 입을 만한 옷을 찾아서 파는 거죠”
성공비결을 묻는 질문에 민재홍 사장의 대답은 다소 밋밋했다.
너도 나도 온라인쇼핑몰 운영에 뛰어드는 전쟁터에서 인기몰이를 하는 주인공이라고 해서 뭔가 특별한 대답을 기대했지만 그가 말하는 비결은 발로 뛴 만큼 매출이 늘어난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장경험 덕분인지 정답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재택근무를 하며 부업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로 쇼핑몰을 창업하는 사람이 많은데 쉽게 생각했다가는 망하기 십상이죠. 오프라인 매장보다 더 많이 뛰어도 성공하기 힘든 곳이 인터넷 쇼핑몰인 것 같습니다”
“창업할 당시나 지금이나 제품 하나가 옥션이나 G마켓에 올라갈 때마다 긴장 됩니다”
온라인마켓을 창업할 당시 직장 잘 다니던 후배 신 실장을 꼬드겼다고 말하는 민 사장은 신 실장과 함께 1000만원을 들고 작업실과 컴퓨터, 카메라 등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준비했다.
동대문구 용두동 주변의 25평가량 되는 지하실을 작업실로 저렴하게 얻었다. 돈을 아끼기 위해 벽의 콘크리트에 페인트칠도 하지 않았다. 자금이 쪼들리던 ‘보이프랜’을 구원해 준 것은 처음 기획해서 만든 마 소재의 조끼와 바지세트. 7~8월 두 달 동안 수천 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보이프랜’을 인터넷 의류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만들었다.
“대부분 인터넷 의류 쇼핑몰이 특정 연령층이나 브랜드 스타일의 마니아를 겨냥한다면 보이프랜은 20대에서 30대까지 누구나 입을 수 있는 옷을 팔아요. 마바지도 44사이즈부터 77사이즈까지 누구나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다양하게 만든 게 인기를 끌지 않았나 생각해요” 보이프랜은 화려한 옷 보다는 학생이나 직장인이 평소 편하게 잘 입고 다닐 수 있는 실용적인 옷을 주로 취급한다. 젊은 여성들이 평소에 입고 다니는 옷이 민 사장의 패션 아이콘이기도 하다.
편안한 옷을 판매하지만 쉴 새 없이 발로 뛰는 것이 이들만의 전략이다. 오전 8시에 동대문시장으로 출근해 어떤 신상품이 나왔는지 확인하고 오후 2시부터는 주문된 상품의 배송작업, 저녁에는 신상품 사진촬영을 한다. 퇴근은 일정치 않다. ‘마바지’를 판매할 때는 500장이 넘는 옷들을 일일이 다 검수하기도 했다.
“마 소재는 불량이 많아요. 고객들은 불량이 나면 그 쇼핑몰을 다시 이용하길 꺼리죠. 일일이 검수하고 배송하다 보니 밤을 꼬박 새운 적도 있어요” 동대문 시장에서 민 사장과 신 실장을 아는 상인들은 두 사람을 부지런하면서도 착실한 장사꾼으로 기억한다.
인터넷 의류판매는 이미지로 제품을 잘 포장해야 하는 게 승부수라고 민 사장은 말한다. 디자인은 비슷해도 원단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지만 사진만으로는 차이를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침에 시장으로 출근 배송, 사진촬영
그래서 보이프랜은 익일배송과 불만족 시 반품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 제품을 보여 주지 못하는 인터넷 쇼핑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작은 노력이다. 덤으로 랜덤사은품도 제공한다.
올 겨울 ‘보이프랜’이 준비한 아이템은 크리스마스나 스키장 갈 때 입을 수 있는 세련된 옷으로 자켓에 캐릭터 티셔츠. 또 하나의 대박상품이 되기를 기원하며 사진작업, 신상품 선정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3년 뒤엔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온라인마켓의 절대강자가 되고 싶다는 민사장과 신 실장. 보이프랜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새로운 돌풍을 일으키는 게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