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부도가 나를 키웠다
2007-11-27 김종훈
패션업계에도 유명한 디자이너가 있듯 보석업계에도 미스코리아 왕관(티아라) 디자인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디자이너가 있다. 지난 2006년과 2007년 미스코리아 왕관을 직접 디자인한 보석 디자이너 김정주 대표가 그 주인공. 그가 올해 미스코리아대회를 위해 제작한 티아라는 장미를 모티프로 디자인됐으며, 플래티넘백금에 2200개의 다이아몬드가 세팅돼 우아함의 진수를 보여줬다. 이 왕관 가격은 무려 4억6000만원이다. 그들의 머리를 장식하고 있던 눈부신 티아라 덕분에 아름다움은 더욱 배가 됐다. 우아함은 남기고 모던함은 추가한 뮈샤의 티아라를 만든 주인공, 주얼리 디자이너 김정주 대표를 만나 그가 생각하는 보석디자인과 경영철학을 들어봤다.
미국 GIA 보석감정사, 지난해 슈퍼모델대회 주얼리 디자이너, 2006~2007년 미스코리아 왕관 디자이너, 숙명여자대학교 평생 교육원 웨딩플래너학과 강사, MBC 경제야 놀자 ·KBS 무한지대 큐 보석 자문 등 김 대표는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만큼 동분서주 실력을 인정받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기자가 사무실을 찾은 시간에도 명품보석브랜드‘아르노’전시장에서 보석을 디자인하고 있던 그는 불혹을 넘은 나이지만 탄력 있는 피부와 긴 생머리로 생동감이 넘쳐났다. 매일 늦은 시간까지 일한다지만 언제나 명랑한 목소리와 미소 짓는 얼굴에서 그의 성공비결을 엿볼 수 있었다.
불혹이 믿기지 않는 보석인생
지난 1997년 창업이후 한 번도 쉬는 날 없이 앞만 보고 달려왔다는 그녀에게 보석디자인이란 단순한 직업을 넘어선 인생을 즐기는 것 같았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에너지가 절로 생겨요. 신랑 신부들이 많이 찾아서 그들과 눈높이를 맞추다 보니까 열정도 많아지고 기운이 넘쳐나는 것 같아요. 마음속의 열정이 있기에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죠. 어려서부터 감성을 타고 난건지 지나가다가도 자판의 아름다운 보석을 보면 그냥 지나치는 일이 없었죠.”
예쁜 반지나 귀고리를 하지 않으면 어딘가 허전했다는 김정주 대표.“돈을 떠나서 싸구려도 이쁜 것 만보면 꼭 사야지 적성이 풀렸죠. 중·고등학교 때 심심풀이로 사주를 보면 옥안에 묻혀 산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진짜 보석에 묻혀서 살고 있어요(웃음).” 그가 생각하는 보석이란 꼭 값비싼 것만이 아니라 길거리에서 사도 본인에게 잘 어울리면 아름다운 보석이란다. 그래서인지 그는 저렴한 보석부터 값비싼 보석까지 다양하게 디자인한다. 웨딩주얼리 인지도 1위 브랜드‘뮈샤(MUSHA)’와 영국에서 컨설팅까지 받고 있는 명품브랜드‘아르노(ARNO)’까지 많은 사람이 그가 디자인한 보석을 하고 다니는 것이 그의 즐거움이다.
신랑신부들에게도 인기가 높지만 특히 뮈샤는 유명스타들이 찾는 웨딩 주얼리로도 유명하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사무실은 자리가 모자를 정도로 고객들로 북적였다. 미스코리아들은 물론 황정민, 신동엽, 강호동, 김원희 부부 등이 그녀의 웨딩 주얼리를 착용한 고객이다.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국내에서 선보이기 어려운 세팅과 스타 개개인의 개성에 맞는 매력을 잘 살릴 수 있는 감각적이고 센세이션 한 감성을 담은 디자인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감각은 손님을 접대하는 차 잔 하나에서도 묻어난다. 남자에게는 블랙, 여자에게는 핑크로 꼭 맞춰서 차를 내놓았다. 작은 것에서도 섬세한 그의 감각을 읽을 수 있었다.
봉사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그녀에게 자선경매 할 생각을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남편이 부도가 나서 잠시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어려움은 찾아온다. 일주일에 한번씩 KBS에서 하는 라디오에서 애틋한 사랑의 사연을 받아 보석을 주는 코너가 있는데 가난하지만 애틋한 사연을 많이 들었다. 일주일에 한번 씩 협찬을 하는데 매우 보람됐다. 그래서 좀 더 적극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길을 찾다보니 자선경매가 떠올랐다. 경매를 겸해 파티도 해서 의미 있고 기쁘다.”
그는 주얼리도 옷과 비슷하다고 한다. 주얼리 하나로 매력적으로 변신하려면 때와 장소, 상황에 맞는 주얼리 선택법을 숙지해야 한다. 파티나 모임 같은 날엔 화려한 유색 보석이나 반짝임이 많은 주얼리가 돋보이고, 품격 있는 자리에선 반짝임이 적고 눈에 덜 띄는 진주가 탁월한 선택이다.
“의상과 헤어스타일에 따라 주얼리 선택도 달라져야죠. 컬러풀한 옷엔 컬러감이 적은 주얼 리가, 정장차림엔 심플하고 고급스러운 주얼리가 어울리죠. 하지만 수학공식처럼 정해진 것은 없어요. 무엇보다 자신이 착용했을 때 예뻐 보이고 스스로 기분 좋은 주얼리를 선택하는 것이 정답 아닐까요.”주얼리 선택기준도 남다르다.
유명 스타들이 그를 찾는 이유
밝은 성격처럼 디자인에도 생동감이 불어 넣어져 있는 것이 좋다고 한다.“움직임이 있는, 생기 넘치는 주얼리가 좋아요. 정말 아름다운 여성은 예쁜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매력이 중요하잖아요. 주얼리도 마찬가지예요.”
그래서인지 그의 웨딩 주얼리 브랜드‘뮈샤’와 하이 명품 주얼리‘아르노’의 디자인은 꽃과 자연, 아름다운 여인을 소재로 해 디자인한다. “보석디자인은 그 사람의 내면에 세계까지 표현해야하기에 가장 정교하고 섬세한 디자인이다.
디자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김정주 칼라에 경쟁자가 없다는 그는 “최근 코미디언이자 감독인 심형래씨가 미국에 도전해 세간의 화제가 됐듯 나또한 ‘아르노’와 ‘뮈샤’가 세계 명품주얼리에 진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세계명품 시장을 향한 김정주 대표의 도전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