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복판서 용꿈 꾸나?
2006-12-27 홍준철
김두관 전행정자치부 장관이 ‘영남 후보론’을 등에 업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최근엔 여의도에 ‘민부정책연구원’ 사무실을 개소했다. 본격적으로 대권 프로그램을 가동시키고 있다. ‘민부강국’(民富强國)을 2007년 화두로 내세운 김 전장관은 부동산, 이자 제한법 등 서민관련 정책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2002년 대선이 동서 대결이었다면 2007년 대선은 계층간 대결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장 출신으로 장관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김 전장관. 그의 대망론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민부정책연구원을 지난 20일 찾아갔다.
민부정책연구원은 여의도 대하빌딩 1007호에 위치해 있다. 사무실을 찾은 날은 김 전장관이 사무실 인사들과 회의중이었다. 회의를 마친 그는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하고 잠깐 짬을 내 기자와 만나고 다시 광화문으로 서둘러 나갔다.
사무실에 상근하는 직원은 3명 정도에 불과하다. 싱크탱크로 알려진 사무실 인원 치고는 작은 숫자다. 정책기획실장인 임근재씨는 정책 자문을 해주는 교수단이나 전문가 집단은 따로 외곽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명단이나 직책은 철저히 비밀로 붙였다.
‘영남후보? 적절치 않아’
당사수파의 대표적인 인사인 김 전장관은 열린우리당이 당명을 바꾸고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 합당은 표가 될지 몰라도 명분은 없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또한 김 전장관은 개혁적 색채와 정체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민주당보다는 외부 시민단체 인사 등 진보인사의 수혈을 통해 외연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김 전장관은 동분서주하고 있다.
특히 최근 친노 진영에서 영남후보론이 탄력을 받으면서 김 전장관의 주가도 오르고 있다. 대통령의 복심인 안희정씨가 차기 여권 후보관련 “한강 전선이 아닌 낙동강 전선에서 용이 나온다”고 밝히면서부터다. 이후 김 전장관의 행보가 바빠졌다.
하지만 김두관 캠프의 임근재 실장은 “영남 후보론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이는 호남 후보론 주장과 마찬가지로 지역 대결 구도를 심화시킬 뿐”이라고 일축했다. 오히려 시대정신을 담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친노직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한 ‘영남신당’ 탄생에 대해서 역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임 실장은 “다자 대결 구도, 이를테면 여권의 핵분열을 전제로 통합신당, 영남신당, 고건신당, 한나라당 등 4자 대결 구도는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며 “역대 대선을 보면 궁극적으로 양자대결 양상을 보였다. 민주당과 통합을 전제로 한 신당파 주장은 과거로 회귀하자는 주장으로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이 필요하면 탈당할 것”
김 전장관의 대권행보에 가장 걸림돌은 아이러니하게 노무현 대통령이다. 김 전장관은 노 대통령과 삶의 궤적이 비슷해 ‘리틀 노무현’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인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애칭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을 김 캠프도 동의하고 있다. 민 실장은 “처음에는 리틀 노무현이라는 꼬리표가 좋은 이미지였다”며 “그러나 참여정부가 서민들로부터 소외당하고 정책적으로 한계가 드러나면서 우리도 고민이다”라고 토로했다.
결국 김 캠프에서는 개인적 역량을 부각시키고 노무현을 뛰어넘을 수 있는 정책과 비전 그리고 시대정신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당장 김 전장관측은 당의 재창당 문제와 대통령 탈당과 관련 “민감한 문제”라며 “대통령이 탈당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면 할 것이고 반대면 당원으로 잔류할 것”으로 예측했다. 즉 대통령이 알아서 결단할 것으로 기대했다.
김두관 “큰 꿈이 있다”
영남후보론에 거론되는 인사로는 현재 김 전장관을 비롯해 유시민 보건복지부장관, 김혁규 의원, 박원순 변호사 등이다. 유 장관은 대통령과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고 박 변호사는 ‘준비 안된 후보는 노 대통령으로 충분하다’고 정치 입문을 고사하고 있다. 김 의원은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당내 경선에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김 전장관이 타 영남후보에 비해 앞서 보인다.
김 전장관은 일단 중산층에서 서민계층으로 전락한 잃어버린 지지층을 복원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민부정책개발원도 서민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부동산 정책과 이자 제한법 등 정책개발에 중점을 두고 연구하고 있다.
이에 김 전장관이 들고 나온 화두가 ‘개혁 진화론’이다.
김 전장관은 개소식 모두사에서 “개혁 세력이 진화해야 차기 대선에서 승리의 길이 열린다”며 “민주주의 발전을 주도한 민주개혁진보세력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재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장관은 ‘개혁 진화론’이 정치세력으로서의 개혁 세력이 수용해야 할 사안이고 새로운 정당 건설을 위한 담론이자 정권 재창출을 위한 화두라고 설명했다.
개인적인 역량으로 김 전장관은 ‘계층간 갈등 해소’, ‘DJ 햇볕정책 계승’, ‘영호남에서 거부감 없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측근들은 자치단체장 7년 경험을 통해 행정가로서 능력도 검증받았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큰 꿈이 있다’는 김 전장관. 자치단체의 스타에서 전국적인 스타로 발돋움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