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자는 천하지대본”농민사관생도 배출의 산실

2007-11-13     김종훈 
한국농업대학 정명채 학장

농자는 천하지대본이라. 최근 한국농업대학(이하 한농대) 졸업생 1628명 중 1408명(농업종사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졸업생 평균 농가 소득이 무려 68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농가 소득(3050만원) 대비 2.3배로 지난해 도시근로자 평균 가구 소득(4132만원)보다도 높다. 특히 축산과 출신은 평균 소득 1억598만원을 기록했다. 한농대는 특수 목적을 갖고 설립된 만큼, 재학생에게 입학금이나 수업료는 물론 기숙사비, 교재비, 실험실습비 등 교육에 필요한 비용이 전액 국고에서 지원된다. 재학생에게 해외 연수가 제공되고, 영농 정착 자금 지원이나 병역 특례 역시 졸업생이 받을 수 있는 특전이다. 다만 이 같은 혜택이 주어지는 대신 졸업생은 6년 간 의무적으로 영농에 종사해야 한다. 최근 자체적인 유통망 구축까지 주장하고 나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한농대 정명채 학장을 만나 대학의 비전과 한국농업의 미래를 조망해 본다.


한농대를 이끌고 있는 정명채 학장(61)과 함께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캠퍼스 내 교육시설을 돌아보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오랫동안 농업전문가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1976년부터 농림부 근무를 시작으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을 거쳐 제16대 대통령 경제 2분과 인수위원, 청와대 농어촌 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한국농업대 오면 무조건 성공한다”

지난달 18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그는 김영삼 정부 시절 우루과이 협상 타결에 대한 대책으로 만들어진 농어촌 발전위원회에서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한국농업대학(전 한국농업전문학교) 설치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대학사랑은 남다르다. 학장 신분이지만 학생들에게 특강을 할 정도로 열정이 뜨겁다.

그는 “농사로 승부하겠다고 맘먹은 사람은 한농대로 오면 무조건 성공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에게도 항상 잘한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사기를 진작시키는 비결이라고 조언했다.

정 학장은 가끔씩 재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마칠 때마다 학생들에게 군대식 호령에 답을 요구한다.

“너희들이 누구지?” “농민사관생도입니다.” “우리 농업은 누가 책임지나?” “저희들이 책임집니다.”

이 같은 복창에서 그들이 사관생도 못지않은 강한 자부심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 농민보다 교육 수준이 높고 자질이 뛰어난 농업엘리트들에게 자신감만 있으면 못할 게 없다는 그의 교육관이다.

이런 교육방식 때문인지 한농대 졸업생들은 농촌뿐 아니라 도시 회사원과 비교해도 높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은 한농대는 최근 ‘한농대인 농산물 공동판매사업 설명회’를 통해 한농대인들이 출자하는 ‘수확 후 처리 및 판매 회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농민 사관학교’로 평가받는 한농대가 이제는 자체적인 유통망 구축까지 나서겠다는 것이다.

한농대가 우리 농업을 이끌어 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것은 현재까지 1628명의 졸업생 중 95% 이상이 영농에 정착하는 ‘농민사관학교’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자체적인 유통망 구축과 관련해 정 학장은 “아무리 좋은 농산물을 생산해도 팔 곳이 없으면 헛수고다. 그래서 유통망 구축을 시작했다. 물론 난관이 많다. 우리가 구축한 유통망을 도와달라고 농협을 설득하고 있다. 하나로마트에 우리 코너도 만들고 점진적으로 품목별 조직 대표를 만들어 브랜드화 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통망을 만들겠다” 고 말했다.

세계 농산물 유통시장이 급변하고 있다고 전제한 그는 “적지적작(適地適作=알맞은 땅에 알맞은 작물을 심음) 원리를 내세우는 WTO나 FTA는 국제적 유통망을 갖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이 자신들의 이득만을 위해 밀어붙이고 있다.

현재 유통 구조대로라면 우리 농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는 충고를 한다. 또 정 학장은 “품목별 조직 대표들을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유통망을 개척하게 만들자는 취지며 국내 유통망을 대표하는 농협과 손잡고 추진하지만, 앞으로는 우리 졸업생들이 농산물 유통 시장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최근 들어 졸업생 농가 가구당 평균 소득이 높아지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부모를 통한 농지 기반이 있는 학생이 많은데다가, 농사로 승부하겠다는 마음으로 확실한 목표를 세워 전문기술을 바탕으로 전념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체적인 유통망 구축 나서

아울러 그는 “최근 입학생의 20%가 타 대학졸업생일 정도로 인기가 있는 이유는 고액의 연소득이 보장되는 것도 있지만 유기농 시장에서 우리의 품질이 일본보다도 우수하고 유통체인까지 형성된다면 세계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생긴다”고 말했다.

FTA 체결 등으로 위축돼 있는 우리농업의 미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 농산물의 가망성은 충분하다. 중국 고급 농산물 수요층이 7%다. 1억 정도 되는 인구가 일본 농산물 사다 먹는다. 부유층은 자국 농산물 품질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급 농산물을 만들어내면, 중국 수요시장이 다 우리 것이다. 게다가 일본 시장과 아시아시장도 수요층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끝으로 “앞으로 농업은 분명 효자산업이 될 것이기에 농사로 승부를 내고 싶다면 우리 학교에 지원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http://k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