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의 정치적 영향력 크게 본 게 실수”
2007-10-24 김현
제3지대에서 문국현 예비 후보의 파괴력은 과연 어느 정도 일까. 정치권 일각에서는 11월경이면 정치권의 대지각 변동이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1월 초, 문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고, 이어 이수성 전국무총리도 당을 창당할 채비를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문 후보의 장자방 역할을 누가 할 것인가도 관심거리다.
<일요서울>은 지난 18일 오후 국회의원회관 2층 의원실에서 이계안 의원을 만나 문 후보와 관련한 다양한 얘기를 들어봤다.
“나는 공적으로 문국현 예비후보를 지지하고, 권유하는 사람이다.”
대통합민주신당 이계안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와의 관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문 후보 캠프가 원만히 잘 돌아가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문 후보 캠프에서 이 의원이 장자방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얘기다. 우선 관심이 쏠리는 것은 이 의원의 탈당여부다. 그가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지 않는 한, 문 후보 캠프에서 대선기구를 조직한다고 해도 핵심역할을 담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자의 이같은 질문에 “김대중 전대통령(DJ)의 정치적 영향력을 너무 크게 봤던 것이 실수였다”며 “살아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을 또한 크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입당과 관련, 그는 어설픈 의사결정을 했다는 표현을 이같이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탈당전문도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정동영-문국현’ 후보의 지지율과 관련해서는 “현재의 여론조사결과나 지지기반만으로 범여권 대선주자로 최종 낙점되는 것은 착오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이 의원은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로 나섰지만 제3지대에서 ‘문풍효과’를 노리고 있는 문 후보를 누르지 않고서는 범여권의 대선후보로 나설 수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한 문 후보 캠프에서 그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대해 “문 후보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50%대를 끌어내리는 일이 급선무이고, 나도 그 역할을 하겠다”며 “문 후보의 승리가 바로 우리의 승리다”라고 말했다.
그는 본선에서 MB와 대항할 수 있는 범여권 대선후보가 누구인가부터 생각해야한다는 점을 우선 들었다. 그러면서 그는 끝으로 “이 시대에 부합하는 인물이 나서야한다”고 했다.
‘CEO포럼’서 문 후보와 인연
사실 이 의원과 문 후보의 관계는 일찌감치 이어져왔다. 이 의원의 부인 박명희씨와 문 후보의 부인 박수애씨는 중고교 뿐 아니라 대학 동창생이다. 그렇지만 동창이란 이유가 ‘이계안-문국현’ 두 사람 사이를 정치적 동지관계로 맺어준 것은 아니다.
이 의원은 ‘CEO포럼’ 활동 멤버로 일하면서 문 후보와 알게 됐다. 더구나 이 의원이 CEO시절에는, 경영의 원천으로 삼았던 책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피터드럭커(Peter Drucker)’라는 책. 당시 그는 문 후보와 서로 이 책을 사숙하는 사이였다고 한다.
문 후보가 대선 후보로 나서면서 ‘사람중심’의 경영을 강조한 점도 바로 이 책을 통해 착안한 것이다.
한편, 그는 매사 호기심이 많고, 기억력이 뛰어나다. 또한 책읽기를 즐겨하는 편이다. 이런 습관 때문인지 그는 매일같이 아침 일찍 기상해 새로운 책을 읽고 난 후 국회의원회관으로 출근한다. 결혼생활 초부터 길들어진 독서습관은 지금도 빼놓을 수 없는 생활 패턴이 됐다.
다음은 대통합민주신당 이계안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문국현 후보 캠프에서 대선기구가 만들어지면 맡을 역할은.
▲ 현 단계에서 뭐라 말할 수 없다. 캠프가 원활하게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급선무다.
- 그렇다면 대통합민주신당을 탈당하겠다는 것인가.
▲ 탈당여부는 아직 이르다. 난 탈당전문이 아니지 않나. 처음 당(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할 때 어설픈 결정을 했다. 김대중 전대통령(DJ)의 정치적 영향력을 너무 크게 봤고, 살아있는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을 또한 크게 생각했다. 하지만 DJ는 민주당을 끌어안지 못했다.
- 대선을 앞두고 가장 급선무는.
▲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 50%대를 끌어내려야한다. 그 일을 문 후보가 해야 하고, 그 역할을 또한 내가 하겠다. 문 후보의 승리가 곧 우리의 승리가 아닌가.
- 정동영-문국현 후보의 후보단일화 여부는.
▲ 11월 20일 전후가 될 것으로 본다. 이 때는 본선에서 MB와 경쟁력이 있는 사람이 나서야한다. 이 시대가 요구하는 문제에 대해 답을 해야한다고 본다.
- 그럼 이 시대 문제의 가장 큰 핵심은.
▲ 일자리 창출, 주택문제, 성장분배 문제, 공기업 개혁, 노령화 저출산문제, 환경문제 등이 가장 큰 화두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를 잘 실천할 수 있는 실행능력이 있는 사람이 본선에 나서야한다.
- 여론조사, 지지기반도 무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여론조사와 지역적 지지기반만으로 범여권 대선후보를 선택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