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복 파수꾼 ‘솜씨명가’ 김종묵 사장

2007-10-23     김종훈 
성공비결은 자연스런 ‘스타 마케팅’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김종묵 사장의‘솜씨명가’ 한복집은 길을 걸어가다 그냥 들어가서 상담하고 구매할 수가 없다. 그 이유는 100%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가계는 불황이라는 것을 체감해 본 사실이 없다. 사람들 사이에 조금씩 입소문을 타고 ‘솜씨명가’라는 이름이 유명해져 강남권 부호의 부인들은 물론 유명연예인들까지 아름 아리 소개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솜씨명가는 다른 한복집과는 좀 특이한 점이 많다. 사장이 나이가 지긋이 든 한복연구가도 아니고 이제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선입견을 깬다는 점이다. 또 일반적으로 한복집하면 고풍스런 인테리어의 우아함을 생각하기 쉬우나 이곳은 젊은이의 감각을 반영하듯 깔끔한 현대식 도시 감각의 인테리어 디자인에 자동 미닫이문이 여성맞춤옷 전문점을 연상케 한다. 김 사장을 찾아 그만의 마케팅 기법을 들어봤다.


김 사장이 처음부터 연예인 마케팅을 잘해서 바로 일약 유명 한복집으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니다.

10여 년 전부터 웨딩업계에서 잔뼈가 굵어 왔다는 그는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관련정보를 얻고 발품을 팔아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그 시절은 결혼풍속이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한 곳에서 모든 혼수 장만과 결혼준비를 다 할 수 있는 ‘토털웨딩’이라는 개념이 유행하던 시절 우리나라에서 웨딩업계가 가장 많이 밀집해 있다는 강남구의 한 토털 웨딩업체에 근무하면서 경영수업을 쌓아 왔다.


웨딩업체서 잔뼈 트렌드 읽어

9년 전부터 독립해 본격적인 한복사업에 진출하면서 남다른 경쟁력을 갖춰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인 것이 스타 마케팅이다. 스타 마케팅은 솜씨명가를 알릴 수 있는 동시에 한복의 대중화에 있어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김 사장은 그렇다고 연예인 소속사와 금전 거래를 통해 스타를 섭외하지 않는다. 소속사와 거래를 하면 협찬해서 한복을 무상
내지는 염가에 협상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평소 친분이 있던 연예인 매니저나 그의 친구들과 술자리를 통해 본인의 한복의 우수성을 설명하며 기회가 되면 찾아달라는 식의 홍보 전략을 구사했다고 한다.

그는 “그냥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 좋아서 술을 먹는 것이고 그들은 나의 정성을 이해하고 잘 봐줘서 하나둘씩 연예인을 소개해준 것이 지금의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의 전략이 먹혀든 것인지 지상파 방송에 나오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연예인 다수가 그의 한복을 입고 있다. 실제로 탤런트 황정민 부부, 가수 윤종신 부부 외 다수가 그의 집을 다녀갔다.

김 사장의 가게에 유명 연예인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단순히 스타 마케팅을 잘해서 많은 결코 아니다.

그는 원단에서부터 디자인까지 꼼꼼하게 본인이 직접 제작과정에 모두 참여한다.

경남 진주시 상평동 2000평 부지에 일가가 직접 운영하는 공장에서 원단을 제작해 원단의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데다가 재고 원단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7~9개월간 새로 제작한 원단을 전시하고 이 시기가 지나면 다시 새 원단을 세팅한다. 즉 고품질의 새 디자인 원단으로 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단 보유기간 내에 옷이 파손된 것은 무상으로 A/S를 해준다. 첨연염색 원단의 경우는 세탁 등으로 색이 달라질 수가 있어 새로 제작을 해야 하지만 그는 사후 관리가 곧 다른 고객의 마케팅으로 직결된다고 생각하기에 아까워하지 않는다.

김 사장은 또 단아하기만 했던 한복에 젊은 감각의 화사한 색깔을 넣으면서 생동감을 불어넣었다. 뿐만 아니라 한복에 코디네이션을 개념을 도입해 도시감각의 자수를 넣어 젊은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다.

그는 한복 코디도 개개인의 개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람들은 김 사장에게 찾아와서 유명 탤런트가 입고 나온 한복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을 받으면 김 사장은 이렇게 답한다. “한복은 양장과 달라서 자신에게 어울릴 것으로 생각했던 색이 안 어울리는 경우가 꽤 많아요. 봤을 때와 입었을 때 맵시는 달라지는 거죠.”

유행이라는 것은 결국 옷에 사람을 맞추는 것인데, 한복처럼 바느질과 정성에 따라 느낌이 달라지는 옷은 ‘사람에 옷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손님들을 대할 때 대충 설명하고 빨리 팔려는 것은 지양한다. 100% 예약제로 운영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일가, 경남 진주서 공장 운영

손님 한분 한분을 철저하게 받들어 모셔야 되겠다는 생각에서다. 보통 하루에 3~4명을 상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유는 보통 원사의 제작과정에서 손님의 옷맵시나 자태를 파악하려면 족히 3~4시간은 걸린다는 것이다.

김 사장은 상담시간과 관련된 에피소드를 하나 말했다. “한번은 길게 상담하는 도중에 금액을 제시했을 때인데 장사를 하시던 신부 어머니께서 갑자기 돈다발을 꺼내면서 ‘이 돈으로 할 수 있으면 하고 아님 말아요’라고 해서 협상을 벌였던 재미있던 일도 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품질의 한복을 좀 더 많은 사람이 편하게 입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앞으로 그의 희망이다. 김 사장은 “우리 옷인 한복을 입는 것이 현재는 결혼식 행사정도에 입는다는 고정관념으로 여겨지는 세상이 돼 안타깝다. 앞으로 우리 한복을 연예인 마케팅을 통해 더욱 더 알려 나가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