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눈가에 어른거리는 ‘용상’

2007-10-17     김현 
이회창의 속내 추적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MB)와 이회창 전한나라당 총재 사이에 때 아닌 갈등설이 나돌고 있다. 이는 최근 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선을 둘러싸고, 상임고문직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일이다. MB는 직접 이 전총재를 만나 고문직을 부탁했고, 그는 그 자리에서 “당 밖에서 돕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하지만 MB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전총재가 수락할 것을 기정사실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MB측에선 고문직을 부탁한 사실이 없다는 말까지 나왔고, 이에 대해 이 전총재는 “어처구니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전총재가 고문직을 수락하지 않았던 이면의 배경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속사정을 살펴봤다.



지난 8일 오전 11시. MB는 서울시내 모처에서 이회창 전총재와 회동을 했다. 약 2시간여 남짓 만났다.

회동의 화두는 당연히 당 선거대책위원회 인선과정에서 당의 원로였던 이 전총재에게 상임고문직을 맡아달라는 내용이었다.

그 자리에서 MB는 정중히 “박근혜 전대표도 상임고문직을 맡기로 했으니 이 전총재도 정권교체를 위해 일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전총재는 “한동안 정치일선에서 떨어져 있던 사람이다”며 “당 밖에서 조용히 돕겠다”는 의견을 교환했던 것. 하지만 MB는 이를 본심으로 여기지 않았고, 상임고문직을 위촉할 시 이 전총재가 수락할 것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전총재는 공교롭게도 끝까지 상임고문직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MB측에서는 당초 상임고문직을 요청하지 않는 것처럼 얘기가 나왔고, 이를 인식한 이 전총재측에서는 “어치구니 없다”는 반응을 보인 것이다. 이 때문에 MB와 이 전총재간에 미묘한 신경전이 계속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 전총재는 당초 당 경선과정에서 MB가 아닌 박근혜 전대표를 지지했었다”며 “그 이유는 지난
2002년 대선당시 경선을 도왔던 박 전대표와 이 전총재와의 인연의 끈이 계속 이어온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사실 이 전총재의 측근들이 당경선 때, 박근혜 캠프에 줄줄이 합류한 것만 봐도 그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지난 7월, 이 전총재는 또한 대전 시국강연회 때, 한나라당 대선 후보들을 겨냥, “오로지 경제만을 강조하겠다는 발상은 인기영합주의”라는 말을 꺼냈다. 이는 특히 MB를 겨냥한 발언으로 이 전총재의 의중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전총재는 이 자리에서 “경제를 강조하는 것은 국민의 최대 관심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선거의 주된 핵심 쟁점이 되어선 안된다”고 거듭 주장하기도 했다.

이 전총재는 특히 MB와는 대북문제와 관련, 상당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MB와 회동한 자리에서 그는 대북기조에 대해, “당이 잘못 대응하고 있다”며 “당의 기본적인 원칙(북핵폐기, 북한 개방개혁 강조 등)에 충실해야한다”고 주장한 내용만 봐도 MB의 대북문제에 대해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이 전총재가 MB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 일각에선 ‘대타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대선후보 검증과정에서 MB의 낙마를 염두에 두고 행보한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 이 전총재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이 전총재 측근들이 대타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를 위해 상당 부분 일을 진척시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해은 ‘창사랑’ 대표 인터뷰

“‘창’의 대선출마를 원한다”


이회창 전한나라당 총재의 복귀설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MB가 이 전총재에게 상임고문직을 요청하고 나서부터 거론되는 얘기다.

이와 관련, 지난 12일 정해은 창사랑 대표는 <일요서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대통령 후보로 나서야한다는 것은 창사랑만의 생각은 아니다”며 “보수단체 및 충청권 시민단체 등도 그런 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어 “이 전총재의 사무실을 방문하는 날짜는 연기됐지만 조만간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이 전총재를 방문할 것이다”고 했다.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에는 시기적으로 너무 짧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시기는 중요하지 않다”며 “나라를 세울 수 있는 사람이 나서야하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정 대표는 또한 이 전총재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정권을 탈환해야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는 뜻도 전했다.

최근 MB가 이 전총재에게 상임고문직을 요청한 것과 관련한 해프닝에 대해서도 “MB측에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MB가 직접 만나 상임고문직을 부탁했는데 이 전총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MB측은 그런 일을 요청한 적이 없다고 하더라며 황당한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로는 만족하지 않다고 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정 대표는 “굳이 그런 건 아니지만, 이 전총재가 나라를 지킬 수 있는 인물로 가장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창사랑’의 이런 의중과는 관련없이 이 전총재는 복귀설에 대해 강하게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