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수당 주가조작
신종 로비수법에 100명 이상 걸렸다(?)
2006-12-06 김대현
‘제이유 사태’ 정·관계 로비 & 주가조작 의혹 총력추적
검찰의 제이유그룹(회장 주수도·구속) 사건 수사가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청와대 핵심 인사 연루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수백억원대 정·관계 로비 의혹의 장막이 서서히 걷히고 있는 분위기다. 국정원, 경찰 등 사정기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이른바 ‘JU리스트’에 포함됐을 것으로 의심되는 정·재계 인사는 자문위원을 포함해 무려 100여명에 이른다. 더욱이 군산 앞바다 유전개발과 관련, 주가조작으로 막대한 차익을 실현한 정·관계 인사가 추가로 드러날 개연성이 높다. 국회의원 P씨, L씨 등 현직 정치권 인사까지 의심을 받고 있어 이번 사안의 ‘폭발력’은 예상하기조차 힘들다. 검찰 수사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제이유는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다. 이제 관건은 연루 혐의자의 불법 사실을 검찰이 과연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주 회장을 비롯, 사건 연루 당사자들은 관련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현재, 제이유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 청와대 이재순 사정비서관, 경호실 L 부이사관, 서울중앙지검 K차장검사 등이 연루된 사건처럼 제이유와 직접 연관된 특혜성 로비의혹과 서해유전 개발을 둘러싼 주가조작 의혹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검찰은 그동안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던 국정원 보고서 내용이 수사내용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더 이상 국정원 보고서를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이는 청와대, 국회, 검찰, 경찰,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관계에 대한 전면적인 수사가 불가피함을 의미한다.
‘JU리스트’ 사실로 드러나
검찰과 정치권 주변에선 제이유에 연루된 청와대 인사 등이 추가로 터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섞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연루 의혹이 불거진 인사들이 하나같이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데, 언론 보도는 너무 앞서나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이름이 거론된 인사들에 대해서는 꼼꼼히 체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제이유그룹 2인자로 알려진 한의상씨에 대한 수사는 또 다른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이미 거론된 인사들의 비리의혹과는 별도로 서해유전을 둘러싼 주가조작에 있어 정·관계 인사들이 ‘작전 정보’를 이용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첩보가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정 모 총경의 경우 이들 업체의 주식을 사들여 1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정 총경은 지난 2004년 10월 제이유측으로부터 2억원을 수수했다. 그리고 지난해 9월 제이유그룹 계열사이자 코스닥 상장 기업인 한성에코넷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석달 만에 10억 원을 벌었다.
서해유전개발은 지난 2002년 석유탐사업체 지구지질정보(대표 이상구)가 군산 앞바다에 석유가 매장돼 있다며 탐사권허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지구지질정보는 “서해 2-2광구에 11억5,000만톤의 석유가 매장됐고 시추 가능성은 90% 이상”이라고 주장해 주목 받았다. 이 사장은 “석유 11억5,000톤은 국내에서 1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며, 우리는 유징을 증명할 수 있다”며 유전개발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제이유는 2005년부터 상장사 ‘한성에코넷’과 ‘세신’을 통해 우회상장한 후 지구지질정보에 투자를 시작했다. 주 회장 개인과 제이유네트워크가 총 6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금까지 모두 14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증권시장에서 두 기업의 상승세를 이끌었지만, 지난 4월 산업자원부가 유전발견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탐사권 연장을 불허하자, 주가는 급락하기에 이르렀다. 이 과정에서 세신과 한성에코넷의 주가는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출렁거렸다.
금감원과 증권거래소는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 지난달 말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터라 파장은 더욱 확산될 조짐이다.
상장사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부터 유전탐사에 이르는 전 과정에는 한씨의 이름이 줄곧 따라다니고 있다.
사정기관 보고서에 따르면, 한씨는 지난 1998년 한초인터내셔널이라는 다단계 회사를 만들고 2000년 초 회사명을 아이킹콩닷컴으로 바꿨다. 이후 A제약 장 모 사장, 조 모 회장 등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킹콩 관계자들이 주가조작혐의, 증권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휘청거리면서 경영 위기를 맞았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이후 한씨는 아이킹콩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게 됐지만, 2002년 말부터 주 회장과 함께 동업을 시작했다. 주 회장과 한씨 그리고 장씨가 사실상 제이유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게 된 ‘브링스엠’이라는 회사를 설립한 것.
주수도-한의상 연결고리 ‘브링스엠’
브링스엠은 제이유가 문어발 확장을 추진할 수 있는 발판으로 활용됐다. 특히, 제이유의 출자구조를 보면 브링스엠이 중심에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다.
주 회장과 한씨는 브링스엠을 공동 출자해 설립한 뒤 세신 지분 3.81%, 한성에코넷 지분 10.93%를 각각 인수했다. 또, 계열사로 알려진 에스엘테크를 통해 세신 지분 12.50%, 불스코코를 이용해 한성에코넷 지분 13.17%를 확보해 상장사를 장악했던 것이다. 또한, 일각에선 주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비상장사 넵클러스트와 유티앤을 세신과 한성에코넷에 각각 합병시키는 과정에서 상당한 현금을 마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씨는 BTM의료기 등을 통해 두 상장사와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었다. 그는 한동안 한성에코넷 사외이사를 맡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유의 관계사가 된 두 상장사의 주식은 지난해 8월부터 출렁이기 시작했다.
제이유가 경영위기 상황에 직면하자, 그 돌파구로 유전개발에 참여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직후였다.
실제로 2005년 10월 6일자 한성에코넷 공시를 보면 증권시장에서 유전개발 ‘소스’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다. 한성에코넷 공시에 따르면 “군산 앞바다 유전사업 관련 보도 내용은 당사의 2대 주주(주수도 회장)가 일부 투자한 사실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나 당사는 투자 및 사업 참여 계획이 없다”고 발표했다.
시장 정보를 전적으로 부정한 것이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한성에코넷 주가의 ‘이상급등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외국에서 유전 탐사 시추선이 들어왔다는 정보만 흘러 들어와도 주가가 등락을 했던 게 사실이다.
세신과 한성에코넷은 지난 4월 산자부가 유전개발을 불허할 시점까지 수 차례에 걸쳐 주가가 급등·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세신의 경우 2005년 초 주당 가격이 500~600원대에 불과했지만, 같은 해 7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한 주가는 10월 17일 5,300원까지 치솟았다. 이 과정에서 BTM의료기 등이 계열사로 추가됐다. 당시 세신의 최대주주는 에스엘테크였다.
한성에코넷은 2004년 주 회장이 사실상 최대주주가 된 직후 주가급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2005년 10월·12월, 2006년 1월 등 수차례 주가가 급등했다. 특히, 이상급등 현상이 줄곧 이어지기보다 등락을 거듭하면서 일부 주식투자자들은 막대한 차익을 실현할 수 있었다.
2004년 말 1주당 200원대로 출발한 주식은 2005년 상반기에 1,000원대를 거쳐, 10월에는 7,790원까지 치솟았다. 12월 초에는 다시 2,500원대로 급락했고, 1월에 다시 7,000원대 고지를 밟았다. ‘극과 극’의 등락을 거듭한 것이다.
증권가 핵심 관계자도 “한성과 세신의 주식이 1년 동안 엄청나게 오르고 내리는 과정에서 큰 돈을 만진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라며 “금감원에서 지난달 말에 이미 관련 내용을 수사의뢰했다”고 지적했다.
제이유 사실상 폐쇄 조치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제이유측이 로비 대상자들에게 비공개 정보를 제공, 부당한 시세차익을 얻게 하는 신종 로비수법을 사용했을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정·관계 인사들이 추가로 수사선상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주 회장과 한씨는 검찰에서 로비 의혹 및 주가조작 관련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이유 홍보대행을 맡았던 윤 모씨는 “우리는 이미 제이유와 손을 끊은 지 오래 됐다”며 “현재 그 회사는 거의 폐쇄직전에 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이유그룹은 전화 연결이 불가능한 상황이며, 홈페이지 운영도 중단됐다.
# ‘수사의 핵’으로 부상한 한의상 ‘그는 누구인가’
시민단체와 경찰서 위원 등 활동…‘막강 인맥’ 구축
제이유 사건의 또 다른 핵심 관계자로 주목받고 있는 한의상씨는 지난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주수도 회장과 ‘동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져졌다. 특히, 제이유의 사세 확장에 큰 역할을 맡아 사실상 ‘2인자’로 불리기도 했던 인물이다.
한씨는 지난 1998년 한초인터내셔널이라는 회사를 아이킹콩닷컴으로 바꾸고 한동안 A제약 장 모씨와 사업을 해왔다. 2004년 A제약이 돼지복제 등으로 주가가 급상승할 때 주가조작혐의로 내사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아이킹콩닷컴이 경영 위기에 처하면서 평소 알고 지내던 주 회장과 동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제이유 그룹의 핵심인 브링스엠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는 또, 2003년 BTM의료기라는 전기요 다단계 회사를 만들어 지분 30%를 세신에 매각하기도 했다.
한씨는 한성에코넷 사외이사, 브링스엠 회장, 제이유GN의 회장 등으로 활동하면서 그룹의 정·관계 로비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영생교회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한씨는 시민사회단체, 경찰서 위원 등으로 활동하면서 인맥을 넓혀 나갔다. 특히 K, S목사 등과 가깝게 지내면서 교회를 통한 다단계사업 확장을 시도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방배경찰서와 이천경찰서 위원으로 활동하며 경찰 인맥을 확보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방배서 출신 경찰 고위관계자들의 이름이 제이유 수사과정에서 유독 눈에 띄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